주택경기 침체·자잿값 급등…중견사도 일감 확보 '신중'
7월부터 서울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조기 선정
서울-지방, 대형사-중견사 양극화 극명
알짜 먹거리 확보 등 수익성 꾀하기 더 힘들어
분양경기 침체와 자잿값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중견건설사들의 보릿고개가 계속되고 있다.ⓒ데일리안DB
분양경기 침체와 자잿값 상승 등 악재가 겹치면서 중견건설사들의 보릿고개가 계속되고 있다. 지방에선 미분양 리스크가 가중되고 사업성이 악화해 서울 정비사업 수주에도 쉽사리 발을 들이기 힘들어졌다.
5일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신성연립 소규모 재건축 조합은 시공사 선정에 수개월째 애를 먹고 있다.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지만 유찰을 거듭했다.
앞서 4월께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는 금호건설, 쌍용건설, 동부건설, 우미건설, 대보건설, 대방건설, 태영건설, 일성건설 등 8개사 참석해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입찰에는 단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았다. 두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 역시 유찰되면서 조합은 재입찰 공고 시기를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등포구 문래동 남성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재작년 사업시행인가 이후 3년째 시공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까지 올려 지난 4월 5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지만, 또다시 유찰됐다. 양천구 일원 신정수정아파트 역시 입찰에 나서는 건설사가 없어 시공사 선정에 실패했다.
강동구 암사동 495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당초 DL건설을 비롯해 두산건설, 동문건설, 대상건설, 진흥기업 등 다수 건설사가 눈독을 들였지만, 한 차례 유찰된 뒤에야 DL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그간 중견건설사들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수주에 적극적이었다.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자사 브랜드를 홍보하고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기 수월해서다. 하지만 이처럼 분위기가 달라진 건 대형건설사뿐만 아니라 중견건설사에도 시장 침체와 자잿값 인상에 따른 부담이 똑같이 적용돼서다.
이달부터 서울식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를 당초보다 앞당기기로 하면서 중견건설사들의 알짜 먹거리 확보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데일리안DB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특히 대형건설사가 잘 뛰어들지 않는 소규모 정비사업은 중견사들이 그나마 서울에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무대"라면서도 "주택경기 침체나 자잿값 급등 등 같은 시장 상황이라도 중견사가 체감하는 수준이 대형사와 달라 이제 서울이라고 마냥 수주에 뛰어들긴 부담스럽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달부터 서울식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시기를 당초보다 앞당기기로 하면서 중견건설사들의 알짜 먹거리 확보는 더 어려워질 수 있단 관측이 나온다. 시는 7월부터 개졍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조례안'에 따라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 시기를 기존 사업시행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조기 시행한다.
현재 서울시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단지는 116개로 이들 중 상당수는 이달부터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정비사업 활성화에는 일부 효과를 거두겠지만, 대형건설사 대비 브랜드 파워가 약해 서울 알짜 사업 수주를 위해선 장기간 공을 들여야 했던 중견건설사들은 그만큼 조합원을 설득할 시간을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그동안 강남 등 노른자위 사업을 수주할 수 있었던 건 오래 관심을 두고 조합원들과 신뢰 관계를 쌓았던 것도 영향을 미친다"며 "시공사 선정 시기가 앞당겨지면 그만큼 회사에 대해 소개할 시간이 줄어드는 것.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브랜드 건설사와 접해본 적 없는 브랜드 건설사가 맞붙으면 조합은 결국 대형사 손을 들어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여전히 미분양이 많은 수준이어서 이를 모두 해소하려면 상당 시간이 걸릴 전망"이라며 "중견사들이 수익성 높은 사업을 통해 미분양 리스크를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방과 서울, 대형사와 중견사 간 양극화가 극명해지고 있어 수익성을 꾀할 만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건설업체들은 장기간 건설경기 불황이 이어질 것을 대비해 비상전략을 수립하고 재무 안정성 강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우선 할인분양 및 임대사업으로의 전환을 통해 적체된 미분양 사업장을 빨리 정리해 재고를 최소화하고 중기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수정·보완해 1~2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거나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갈 곳 잃은 건설사, 신사업으로 출구전략 모색 [위기의 중견사③]>에서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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