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산은, 부동산 PF 일부 중단…부실 리스크 '고삐'

김효숙 기자 (ssook@dailian.co.kr)

입력 2023.05.15 11:17  수정 2023.05.15 11:56

물류·데이터센터 취급 안 해

"시장 악화…익스포저 급증"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 전경. ⓒKDB산업은행

KDB산업은행이 지역 개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일부 중단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PF 부실 우려가 나날이 확산되는 가운데, 국책은행이자 관련 시장의 큰 손인 산은까지 리스크 관리에 나서며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은 지난달 금융업무 취급지침을 개정해 전국 영업지점의 부동산 PF 업무 범위를 축소했다. 부동산 PF란 대규모 개발 사업에서 개별 기업이 아닌, 해당 사업의 미래 수익성을 근거로 자금을 조달하는 금융 기법이다.


우선 물류센터나 데이터센터 관련 PF는 전면 중단됐다. 이들은 개발·분양형 부동산 사업 중에서도 리스크가 크고 약정관리가 복잡해 전문성이 요구되는 프로젝트들이다. 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HF) 보증서 담보대출이나 준공물건 담보대출도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산업단지 ▲지식산업센터 ▲거래처가 시행하는 물류센터 ▲유통산업 ▲오피스 등과 관련된 부동산 PF는 계속 취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주거시설 개발사업은 제외됐다.


산은이 이처럼 부동산 PF를 축소하고 나선 건 리스크 관리 차원의 행보로 풀이된다. 특히 물류·데이터센터는 비우량 사업 제안이 늘어나면서 취급 제한이 필요하다고 봤다.


HUG·HF 보증서 담보대출과 준공물건 담보대출 등의 경우 2020년 보증대출이 허용되면서 여신이 급증한데다, 리스크가 없는 보증대출은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해야 할 정책금융 역할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부동산 PF를 둘러싼 부실 우려는 나날히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관련 PF에 잠재된 리스크도 커지는 형국이다.


금융감독원이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1.19%로 전년 말 대비 0.82%포인트(p)나 올랐다. 증권사는 6.67%p, 여신전문금융사는 1.73%p, 보험사는 0.53%p씩 연체율이 급등했다.


이런 와중 부동산 PF 시장의 핵심 자금 공급줄인 산은이 대출을 일부 중단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이다. 산은이 지난해 주선한 국내외 부동산 PF 규모만 22조7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말 금융권의 부동산PF 대출 잔액은 129조9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7조3000억원 늘었다.


이제는 금융당국이 직접 나서 부동산PF 대출의 건전성 관리에 고삐를 죄는 분위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초 전국의 부동산 PF 사업장 5000여곳 가운데 300~500개를 중요 관리 대상으로 선정해 살피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3월 증권사 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올해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둔화하면서 부동산 PF 관련 건전성 리스크가 주요 위험 요인으로 대두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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