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정비사업 '신중론'…시공사 선정 '난항'

배수람 기자 (bae@dailian.co.kr)

입력 2023.04.18 06:06  수정 2023.04.18 06:06

조합이 공사비 올려도 시공사 '외면'

원자잿값 인상 및 주택경기 침체 영향

7월 이후 정비사업 물량↑…건설사 '선별수주' 심화

건설사들이 올해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건설사들이 올해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주택시장 불확실성과 자잿값 급등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해지면서다.


이 때문에 정부의 규제 완화에 힘입어 정비사업에 속도를 올리려는 조합들은 시공사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


1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일원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최근 다섯 번째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건설사가 한 곳도 참여하지 않아 결국 유찰됐다.


조합은 3.3㎡당 719만원으로 당초 책정한 공사비보다 200만원가량 금액을 올렸으나 시공사 선정에는 실패했다. 이곳 사업장은 지난해 5월부터 시공사 선정 절차를 밟고 있으나, 1년가량 진척이 없는 모습이다.


동대문구 청량리8구역 재개발조합도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나섰으나, 롯데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모두 유찰됐다. 조합은 최근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 롯데건설 측에 시공사 우선협상대상자 공문을 발송했다.


올 초 다수 건설사의 치열한 수주 경쟁이 예상됐던 동작구 노량진1구역 재개발사업도 삼성물산과 GS건설 외에는 이렇다 할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사실상 양강구도로 수주전이 좁혀진 상태다.


사업 규모가 작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은 시공사 선정에 더 애를 먹고 있다. 강북구 미아3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은 두 차례 시공사 선정 입찰을 거쳤으나, 코오롱글로벌만 관심을 보여 유찰됐다. 조합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할지 여부 등을 검토 중이다.


인접한 미아2구역 가로주택정비사업과 관악구 봉천동 1535번지 일대, 서대문구 홍은동 11-360 일대 가로주택정비사업 역시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려는 단지들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주택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데다 원자잿값 인상으로 수익성이 줄면서 건설사들의 도시정비사업 옥석 가리기가 심화한 모습이다.


업계에선 하반기부터 시공사 선정 시기가 지금보다 앞당겨지면 재건축, 재개발 수주를 위한 건설사들의 수주 경쟁은 더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서울시는 오는 7월부터 시공사 선정 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조정하는 내용의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는 '사업시행인가' 이후 시공사 선정이 가능하다.


지난달 말 기준 서울에서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정비사업장은 150여곳이다. 시공사 선정 시기가 빨라지면 당장 150여곳이 시공사 선정 절차에 돌입하게 되는 셈이다. 7월 이후 서울에서 약 5만가구 규모의 정비사업 발주 물량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정비사업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하반기로 갈수록 건설사들의 선별 수주 분위기도 더 짙어질 전망이다. 사업성이 떨어져 시공사를 찾지 못해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는 단지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아직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은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수주 경쟁에 뛰어들 건설사는 없을 것"이라며 "핵심 입지에 알짜 사업장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보이겠지만, 현재로선 대부분 건설사가 슬로우 스타터를 자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성이 뛰어다나고 평가되는 곳들도 건설사들이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들어가려는 움직임이 늘었다"며 "조합에서 공사비를 아무리 올려 잡아도 사업 규모가 애초에 작은 단지들은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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