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길복순’ 전도연, ‘도전’ 멈추지 않는 이유

장수정 기자 (jsj8580@dailian.co.kr)

입력 2023.04.09 12:22  수정 2023.04.09 12:22

“킬러들의 이야기 많았지만…엄마, 딸 성장 이야기기도 하고, 로맨스도 있다.”

“내게 또 어떤 면이 있고, 또 어떤 모습을 꺼내게 될지 모르겠다…계속해서 이미지를 소모당하고 싶다.”

배우 전도연은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을 통해 액션 연기까지 소화했다. 그간 진지한 예술영화부터 로맨틱 코미디, 누아르까지. 다양한 색깔의 작품을 섭렵했지만 본격 액션에 뛰어든 적은 없었던 전도연의 필모그래피에 액션 영화까지 추가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안 해 본 장르, 캐릭터는 더 이상 없을 것 같지만, 전도연은 그럼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조금이라도 새로운 얼굴, 표현이 나올 수 있도록 계속해서 소모당하고 싶기 때문이다.


전도연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길복순’에서 주인공 길복순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단순히 킬러의 활약을 그리는 장르물은 아니었다. 길복순은 살인청부회사 MK엔터의 에이스 킬러지만 열다섯 딸에게는 평범한 엄마가 되고 싶은 양면성을 가졌고, 이것이 ‘길복순’이 여느 킬러 영화와 차별화된 재미를 선사하는 포인트가 된 것. 개성이 강한 킬러 길복순에 대해 걱정을 하기도 했지만, 길복순에게도 누구나 공감할 법한 보편성이 있다고 믿었다.


“복순 캐릭터가 일관성이 없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래서 감독님께 ‘괜찮냐’고 묻기도 했다. 그랬더니 ‘선배님이 그러세요’라고 하더라. 감독님이 저희 집에도 오셨는데, 일할 때의 모습과 사람들과 있을 때의 모습, 그 모습들이 다 달랐나 보다. 편한 사람과 있을 때와 태도가 다를 수 있지 않나. ‘관객들이 온전히 잘 받아들여 줄까’라는 걱정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에게도 다 해당되는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다. 그래서 받아들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요소들이 ‘길복순’만의 개성이 될 수 있다고 여겨 더욱 만족하기도 했다. ‘길복순’에 대해 여러 킬러 영화들이 떠오른다는 평이 따라붙기도 했지만, MK엔터를 통해 드러나는 킬러들의 세계 또는 길복순의 모성애 등 ‘길복순’만의 다채로운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킬러들의 이야기를 다룬 건 그동안 많았다. 그런데 나는 엔터테인먼트와 연관이 지어진다는 게 좋았다. ‘슛 들어가요’라는 말처럼, 나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있어 세계관을 받아들이기 어렵진 않았다. 포장은 킬러, 액션이지만 그 안의 이야기는 엄마, 딸 성장 이야기기도 하고, 로맨스도 있다. 한 작품 안에 여러 장르가 섞여 있다는 게 내겐 흥미롭고, 재밌었다.”


ⓒ넷플릭스

본격 액션 장르는 처음이라 겪는 어려움은 물론 있었다. 에이스 킬러 길복순의 활약이 중심이 되는 작품인 만큼, 전도연이 소화해야 할 액션 분량이 특히나 많았던 것. 여기에 세련된 액션 시퀀스 통해 보는 재미를 더하는 ‘길복순’에는 그 어떤 액션 영화들보다 더욱 다채롭고, 새로운 씬들도 많았다.


“맨손으로 싸우는 것도 있고. 칼도 쓰기도 하고. 씬들이 많았다. 마음처럼 쉽진 않았다. 스스로 센스가 있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액션 합을 외우는 게 좀 더딘 편이더라. 다른 배우들은 금방 따라가는데 습득이 잘 안 돼서 혼자서도 연습을 많이 했다. 내가 연기하는 영상을 찍어서 보기도 했다. 첫 액션 장면은 황정민 씨와 함께한 장면이었다. 당시 황정민 씨는 ‘수리남’을 찍고 있느라 한국에 없으셔서 연습을 많이 못 하셨다. 그래서 내가 리드를 할 줄 알았는데, 바로 습득을 하시더라. 오히려 촬영을 할 때 황정민 씨가 ‘이만하면 됐다’고 해줘도 내가 더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황정민 씨가 다 받아주셨다.”


젊은 감독과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이 부담이 될 법도 했다. 그러나 오히려 젊은 감독들과 함께 작업을 해 보고 싶었다는 전도연은 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길 바랐다. 얼굴 각도 하나까지 통제하는 변 감독의 연출 방식도 당황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었지만,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 것도 같은 이유였다.


“변 감독님 스타일이 새로웠던 건, 설경구 씨도 처음엔 싸웠다고 하시지 않았나. 배우들이 틀 안에서 움직이길 원하신다. 철저하게 콘티를 짜놓고 그 안에서 움직이게 하고, 그 안에서만 감정을 표현하게 했다. 그래서 오히려 해 보고 싶었다. 갑갑한 상황에서 내가 그것을 어떻게 소화를 해낼까, 궁금하기도 했다. 그래서 새로운 게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했다. 작게라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일타 스캔들’에서 선보였던 달달한 로맨스 연기부터 ‘길복순’의 강렬한 여성 액션 등 연이어 새로운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다가간 전도연이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내게 또 어떤 면이 있고, 어떤 작품이 들어와서 또 어떤 모습을 꺼내게 될지 모르겠다. 최근 작품들도 몰랐는데, 끌어내 주신 거다. 배우로서 계속해서 그런 소모를 당하고 싶다. ‘이런 모습이 보여지고 싶어’가 아니라, 작품 때문에 생각지 못한 게 꺼내지는 것이다. 배우는 이렇게 계속해서 소모를 당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다양한 작품을 했다고 하지만, 이미지적으로나 캐릭터적으로 다양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고 여긴다. 앞으로 계속해서 이미지를 소모당하고 싶다는 게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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