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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월성 맥스터 급한불 껐지만…고준위 특별법 불발시 ‘초대형 셧다운’ 온다


입력 2023.04.02 17:24 수정 2023.04.02 17:49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맥스터 증설로 중수로 포화 한숨 돌렸지만

경수로 건식저장사업 좀처럼 돌파구 못찾아

해법 담은 고준위 특별법은 국회서 ‘공회전’

월성원전 맥스터(조밀건식저장시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 맥스터(조밀건식저장시설). ⓒ한국수력원자력

지난달 30일 세종시에서 약 4시간 달려 방문한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본부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건식저장시설. 방사선 관리구역이다 보니 경계 속 긴장감이 나돌았다. 노란색 방호복과 방호모, 면장갑을 착용한 후 출입문을 통과하자 눈앞에 핵연료 다발로 가득 찬 캐니스터와 맥스터가 위용을 드러냈다.


월성본부에는 중수로 건식저장시설인 캐니스터(사일로)와 맥스터(조밀건식저장)가 들어서 있다. 원자로에서 꺼낸 사용후핵연료는 높은 열과 강한 방사선을 배출하기 때문에 원전 내부 습식저장시설에서 6~7년간 보관한 후 캐니스터와 맥스터로 옮겨오는 과정을 거친다.


일찍이 1992년 도입된 캐니스터는 300기 모두 저장을 완료해 16만2000다발을 보관 중이다. 좀 더 효율적인 보관을 위해 나중에 건설된 맥스터는 7개 모듈을 운영하다가 작년 3월 추가로 7개 모듈이 증설됐다. 맥스터 14기에 총 33만6000다발을 보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중수로 원전인 월성원전은 2037년에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월성원자력본부 부지에 건식저장시설인 캐니스터 300기가 들어서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 부지에 건식저장시설인 캐니스터 300기가 들어서 있다. ⓒ한국수력원자력

맥스터는 외부의 1m 두께의 콘크리트 벽체, 내부의 1cm 금속실린더로 구성된 이중구조로 제작돼있다. 이에 방사선을 차폐하고 외부의 충격으로부터 사용후핵연료를 보호할 수 있다. 자연냉각 방식이기 때문에 전원상실, 설비고장 등의 우려가 없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내진설계가 적용돼 규모 6.5~7.0 지진을 견딜 수 있다. 다중차폐시설을 적용해 실생활 수준으로 방사선을 차폐하고 있으며, 국가환경방사선 자동감시망을 통해 실시간으로 건식저장시설 주변의 방사선량률을 공개하고 있다.


맥스터 외부 표면선량률은 0.025mSv/h 미만으로 관리하도록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데, 실제 측정되는 표면선량률은 0.007~0.015mSv/h 정도로 관리되고 있다. 국가환경방사선감시망에 따르면, 건식저장시설 울타리 외부에서 측정되는 환경방사선량률은 서울 등 대도시의 자연 방사선량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월성 급한 불 껐지만…22개 경수로 원전 줄줄이 포화만 기다려

월성원전 맥스터 증설을 계기로 중수로 원전 포화 문제의 급한 불은 껐지만 국내 원전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경수로 건식저장사업은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건설된 26기의 원전 가운데 월성 1~4호기가 유일하게 중수로 원전이며, 나머지 한울·고리·새울·한빛·신월성(1·2호기)의 22호기 원전은 모두 경수로이다. 이 원전들의 건식저장시설을 적기에 확보하지 못하면 모두 가동 중단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현 정부의 원전정책 변화로 국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 포화시점이 앞당겨졌다. 당초 2031년 포화될 것으로 예상된 한빛원전은 시점이 2030년으로 1년 앞당겨졌다. 한울원전은 2032년에서 2031년, 신월성은 2044년에서 2042년으로 각각 1년, 2년씩 포화시점이 재산정됐다. 고리원전만 2031년에서 2032년으로 1년 늘려 잡았다.


2030년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이 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전남 영광군 한빛 원전. ⓒ한국수력원자력 2030년에 사용후핵연료 저장이 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전남 영광군 한빛 원전. ⓒ한국수력원자력

한 원전 전문가는 “건식저장사업은 설계와 인허가, 시공 및 제작에 이르기까지 통상 7년 이상 소요된다고 보는 게 맞다”며 “월성맥스터와 달리 경수로 건식저장사업은 복수의 원전본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것이 유력한 만큼 고준위 특별법에 중간저장시설 운영시점과 부지내 저장시설의 한시적 운영을 분명하게 언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영구처분시설 운영 2060년에야 가능…건식저장 근거 특별법 통과 촉구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은 임시방편일 뿐 지속가능한 방안은 아니다. 결국 중간처분시설과 최종처분시설이 건설되면 이곳을 떠나야 한다.


하지만 이는 쉬운 문제가 아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절차에 착수한 시점으로부터 20년 뒤 중간처분시설을 확보할 수 있고, 37년 뒤 영구처분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 영구처분시설은 2060년 이후에나 운영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사용후핵연료를 영구 처분하기 위해선 당장 부지선정 등에 착수해도 가동 중인 원전들이 중단되는 시점을 맞출 수 없다. 포화 시점이 임박한 사용후핵연료를 당장 보관할 임시저장시설 증설이 시급한 셈이다.


비교적 단기간에 증설 가능한 건식저장시설 설치도 최소 7년이 소요되지만 현실은 지지부진 하다. 특히 고준위 방폐장 건설의 첫걸음은 법안 마련이 관건인데, 현재 여야 의원이 발의한 3개의 특별법을 두고 국회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본회의장 전경. ⓒ데일리안 DB 국회 본회의장 전경. ⓒ데일리안 DB

현재 국회에는 고준위 방폐장 건설과 관련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법안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계류 중이다. 여야는 특별법 처리의 시급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저장용량과 관리시설 확보·이전 시점 등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정부·여당조차 최근 야당의 의견을 수용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분위기다.


특별법이 처리되지 않으면 신규원전을 증설하거나 원전을 계속운전 하려는 계획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가 외친 ‘원전 최강국’은 신기루에 불과한 셈이다. 시민단체에서는 국회에서 표류 중인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특별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실과과학네트워크와 원자력국민연대, 원자력문화진흥원 등으로 구성된 원자력지지시민단체협의회는 “원자력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여러 방안들 중 가장 합리적이고 실현가능한 선택”이라며 “미래세대가 원자력발전소를 계속 활용하고 풍요로운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이 반드시 필요하고 이를 뒷받침할 특별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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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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