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거센 압력에 '반도체 中 엑소더스' 움직임…"韓도 기회 잡아라"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입력 2023.03.13 12:23  수정 2023.03.13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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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日·네덜란드 업고 새로운 수출통제안 검토…中 최첨단 반도체 기술 개발 무력화 시도

주요 기업 동남아시아로 생산 거점 이전 추진…"韓도 '탈중국' 및 국내 반도체 산업 강화해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AP/뉴시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억누르기 위해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번에는 일본·네덜란드와 손 잡고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수출통제안을 준비중이다.


연일 강화되는 미국의 대(對)중국 압박에 반도체 장비 기업 ASML 납품업체들은 '탈중국' 움직임을 서두르고 있다. 이들은 기술 탈취 우려가 적고, 임금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동남아시아를 대안으로 지목한다. 대중국 제재가 장기화되는 한 이같은 '반도체 엑소더스'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 정부는 새로운 반도체 수출 통제안을 이르면 내달 발표한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10월 중국 반도체 생산기업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는 것을 사실상 금지하는 강력한 수출통제를 실시한 바 있다.


최근에는 일본·네덜란드까지 끌어들여 '중국 옥죄기' 행렬에 동참시켰다. 중국과의 공급망 싸움에서 이기려면 반도체 소재·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갖춘 네덜란드·일본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수출제재에 보조를 맞춰야만 반도체 첨단 기술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반도체 장비 시장은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이 과점 체제 양상을 띠고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장비 시장점유율은 미국 AMAT가 19.2%로 1위이며, 네덜란드 ASML(17.5%), 일본 도쿄 일렉트론(15.3%)이 뒤를 잇고 있다. ASML은 세계 유일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공급업체로, 중국이 이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면 최첨단 반도체 생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달 발표할 대중국 수출규제는 네덜란드·일본까지 동참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 수출을 위해 허가받아야 하는 반도체 장비는 약 17종으로, 네덜란드·일본 장비까지 포함될 경우 수출 규제 품목은 이 보다 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연일 강화되는 '중국 옥죄기'에 주요 반도체 장비 납품업체들은 '탈중국'을 서두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10일(현지시간) "10여개 기술기업 관계자들이 다음주 공장 부지를 물색하기위해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싱가포르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10여개 기업들은 대부분 ASML의 계약업체들로, 이중 일부는 중국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네덜란드 에인트호번 인근 200여 단체인 '브레인포트 인더스트리스'와 브라반트 개발청이 함께 작성한 문서를 토대로 이 같이 보도했다.


이들 기업이 '탈중국' 행렬에 나서는 것은 네덜란드가 대중국 제재에 동참하는 것 뿐 아니라 생산성 측면에서도 중국이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인건비 등 중국 내 생산비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중국 외 지역으로 생산 거점을 옮겨야 한다는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020년 10월 13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위치한 ASML 본사를 찾아 극자외선(EUV) 장비를 살펴보고 있다.ⓒ삼성전자

부담은 한국 기업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도 인건비·임대료 및 토지비용 상승 등으로 인한 중국 내 생산비용 증가를 부담요소로 꼽고 있다.


산업연구원의 '중국진출기업 경영환경 실태조사' 보고서(2022년)에 따르면 반도체 등이 속한 전기전자업종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30.8%)와 생산비용 상승(27.1%)을 가장 악화된 중국 내 환경 변화라고 꼽았다.


높아진 비용 부담에 전기전자업종, 자동차업종에 종사하는 주요 기업들은 중국을 대체할 생산기지로 말레이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등으로 이전하거나 이전을 추진중이다.


이들 지역은 반도체·자동차 산업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인건비도 상대적으로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앞으로 현지 정부의 경제성장정책에 따라 잠재적으로 제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이기도 하다.


같은 이유로 글로벌 업체들은 한국 기업에 앞서 1970년대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에 진출해 반도체·전자제품 클러스터를 형성해왔다.


인텔은 1972년 말레시이사 페낭에 생산시설을 구축했으며 지난 2021년에는 패키징·테스트 공장을 새로 짓는 데 약 8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텔은 말레시이시아 뿐 아니라 베트남에도 패키징(후공정)·테스트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D램 제조사인 마이크론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낸드·테스트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중국에도 진출하며 사업 기회를 확대했지만 중국이 기술 안보 리스크, 생산성 저하 등을 이유로 불확실성이 높아지자 하나 둘씩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거점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반도체 공급망 대전환을 고려할 때 한국 반도체 역시 '탈중국'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반도체 클러스터 '엑소더스' 등으로 사면초가에 놓인 중국이 현지에 투자한 해외 사업장들의 기술 탈취를 염두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생산비중이 40% 안팎인 삼성과 SK에게는 상당한 위험요소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의 반도체 첨단 생산 기반을 주요국 보다 양적으로 질적으로나 높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특히 국내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유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에서는 초격차 기술 전략을 유지하고, 반도체 설계·위탁생산 등 시스템 반도체에서는 긴 호흡을 갖고 연구개발(R&D) 및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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