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트의 존재, ´포스트 후스트´의 최대 걸림돌
네덜란드 파이터인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43·은퇴)와 ´플라잉 잰틀맨´ 레미 본야스키(32·현역)는 닮은 듯 다른 점이 많은 선수들이다.
이들은 K-1 역사에서 흑인으로 그랑프리 우승을 차지한 유이한 선수들이다. 2차례 이상 그랑프리 패권(후스트 4회 - 본야스키 2회)을 차지했으며, 원매치 못지않게 그랑프리에 특화된 선수라는 점도 닮은꼴이다.
이들은 제롬 르 밴너나 레이 세포처럼 단발성 펀치로 화끈한 승부를 즐기는 하드펀처 타입도 아니다. 그렇다고 전성기의 피터 아츠처럼 시종일관 전진과 공격만 되풀이하는 선수도 아니다.
이들은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과 강인한 체력, 철벽 디펜스 능력 등 가장 기본적인 부분에서 다른 파이터들 보다 경쟁력을 가지며 K-1의 그랑프리 시스템에 가장 적합한 타입의 선수로 발전한 케이스다. 두 선수 모두 기본기가 탄탄해 상대적으로 전력이 처지는 선수에게는 좀처럼 이변을 허용하지 않았다.
타이밍 빼앗던 후스트 vs 타이밍 고집하는 본야스키
파이팅 스타일만 놓고 보면 후스트와 본야스키는 상당히 다르다. 후스트는 아웃파이팅과 인파이팅의 ‘경계선’을 묘하게 넘나드는 타입의 파이터다. 적극적으로 파고들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분명 인파이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스텝을 살려 상대의 공격에 맞서 치고 빠지는 스타일도 아니었다. 후스트의 경기 중 대부분은 성큼성큼 상대를 압박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후스트는 이른바 ´타이밍 뺏기´의 귀재였다. 상대가 공격하려는 타이밍에서 먼저 자신이 반 박자 빠르게 짧은 공격을 내서 리듬을 끊어버리기 일쑤였으며 약점을 파악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결국 대부분의 선수들은 후스트에게 경기의 페이스를 빼앗겨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패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한방으로 승부가 날 수 있는 고수들 간의 경기에서는 이른바 ´수싸움´의 중요성이 크다. 그런 점에서 후스트는 격투기에서 힘 못지않게 머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선수라고 할 수 있다.
본야스키 역시 후스트와 마찬가지로 인파이터와 아웃파이터의 구분이 모호한 스타일을 구사했다. 그는 공격도 적극적으로 하지만 그만큼 방어도 적극적으로 하며 ‘디펜스-오펜스’가 맞물리듯 돌아가는 경기를 만들었다. 한없이 수비만 하다가도 공격에 불이 붙으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불꽃 파이팅’을 구사했다.
후스트가 자신의 페이스대로 차근차근 상대를 압박했다면, 본야스키는 가드를 통해 공격을 막아낸 후 빈틈을 찾아 일시에 몰아쳤다고 할 수 있다. 후스트가 상황에 따른 맞춤형 압박이었다면 본야스키는 철저하게 자신의 패턴으로 상대를 공략하는 고집스러운 압박을 선호했다.
토너먼트에 강한 스타일…변수는 세미 슐트
단순히 스타일만 놓고 봤을 때 두 선수의 상대 평가는 어렵다. 지금까지의 업적이나 카리스마만 놓고 따졌을 때는 후스트가 조금 더 많은 점수를 얻고 있지만, 그는 은퇴한 파이터이고 본야스키는 아직도 링에 오르고 있다. 본야스키가 앞으로 얼마나 더 승수를 쌓고 업적을 남기느냐에 따라 후스트와의 훗날 비교도 엇갈릴 것이다.
챔피언은 ´하늘이 내려준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객관적인 기량 외에 ‘대진운’도 어느 정도 따라줘야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다는 말인데, 그런 면에서 후스트와 본야스키는 행운도 따라다녔던 선수들이다.
후스트는 과거 천적 밥 샙(34·미국)에게 그랑프리에서 패배를 당했지만, 그의 부상으로 인해 대신 결승에 올라가 우승을 차지한 경력이 있다. 본야스키 역시 2연패 당시 쟁쟁한 강자들이 그랑프리에 출전을 안 해 다소 손쉬운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 본야스키에게는 좀처럼 운이 따르지 않고 있다. 다름 아닌 절대강자 세미 슐트(35·네덜란드)의 존재가 바로 그것. 후스트는 선수생활의 절정기와 겹치지 않아 슐트와 연이 닿지 않았지만, 본야스키는 자칫 잘못하면 ‘불운의 2인자로’ 낙인찍힐 위기에 처한 모습이다.
가뜩이나 본야스키는 과거 2연패에 대해 많은 저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그가 진정한 레전드로 인정받으려면 향후 우승이 더 필요하다. 현재 가지고 있는 기량이라면 과거의 우승자들과 비교해 전혀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현재상황은 슐트라는 ‘높은 벽’이 그를 가로막고 있다.
슐트는 역대 어느 파이터도 당해내기가 어려운 ‘공통의 천적’으로 군림하고 있다. 본야스키로서는 후스트와 달리 슐트와 전성기가 겹치고 있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물론 역사에 남을 파이터를 꿈꾼다면, 이러한 요소들은 변명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본야스키가 슐트를 넘어설 수만 있다면, 팬들은 그를 후스트를 넘어선 레전드로 인정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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