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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장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기자수첩-금융증권]


입력 2023.02.06 07:00 수정 2023.02.06 07:00        김재은 기자 (enfj@dailian.co.kr)

인사·금리·성과급 등 개입

금감원 산적 과제 해결 우선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감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금표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지난주 새로운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등장했다. 재연임 의지가 강했던 손태승 전 회장이 금융당국의 압박에 못이기고 용퇴 결정을 내린 뒤 한 달 남짓 만이다.


손 전 회장이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에 대한 제재를 받아야 하는 것도 맞지만 이 원장은 관련 이슈에 거듭 강한 의견을 내비치며 의중을 숨기지 않아 왔다.


이 원장은 지난해 11월 손 회장이 불복 소송에 나서면 금감원도 재판장에 가게 될 것이라는 기자의 질문에 "과거와 달리 지금은 급격한 시장 변동에 대해 금융당국과 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당사자께서도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리실 것으로 저는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명한 판단'은 관치 논란에 제대로 불을 지폈다. 알아서 그만두라는 협박성 발언으로 읽힌다는 점에서다. 이외에도 금융지주사 최고 경영자들의 선임 절차가 투명하고 공정하지 않다며 지배구조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이후 신한금융과 NH농협금융, BNK금융의 임기 만료를 앞둔 회장들이 스스로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정말 이 원장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시장금리도 그랬다. 계속해서 기준금리는 올라가고 있지만 은행들은 예·적금과 대출금리를 자연스럽게 올리지 못했다. 팔 다리가 따로 놀듯 수신금리 수준은 역행했다. 은행 정기예금으로 자금이 쏠리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는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은행은 서민들의 총알받이가 됐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올랐는데 왜 적금 금리는 도리어 낮아지냐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이어 수신금리와 여신금리의 차이가 급격히 벌어지자 이 원장은 대출금리도 과도하게 올리면 가계 부채에 충격이 될 것이라며 인상을 자제해 달라고 주문했다. 그리고 이는 곧 현실이 됐다. '기준'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기준금리와는 별개로 금감원 권고로 금리가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 원장은 은행 시간과 성과급 등에 대해서도 디테일한 지시 및 경고로 금융권을 거듭 압박했다.


특히 은행권에서 가장 황당하게 받아 들인 것은 '3분의 1'발언이다. 이 원장은 "은행들이 이익의 3분의 1은 성과급, 3분의 1은 주주 환원(배당)에 쓴다면 최소한 나머지 3분의 1은 국민 및 금융소비자 몫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공익적인 기능을 하는 것도 분명히 중요하겠지만 기업으로서 이익 중 일부를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 금융당국에서 일일이 관여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정작 금감원이 만들어야 하는 현실은 공회전 중이다. 금융소비자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공매도 운영 여부 및 제도 개선이나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안 입법화 등은 아직도 과제로만 남아있다.


"아름다운 것들은 관심을 바라지 않는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 나오는 대사다. 국민 입맛에 맞는 말로 당장의 환심을 사는 것보다 묵묵히 능력으로 보여주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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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 기자 (enfj@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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