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 "빅뱅 모방 NO!, 음악적 후발자일 뿐"

손연지 기자 (syj0125@dailian.co.kr)

입력 2008.07.27 21:50  수정
싱글 3집 앨범으로 1년 만에 컴백한 남성 5인조그룹 배틀


그룹 배틀이 1년 만에 팬들의 품으로 다시 돌아왔다.

지난 2005년, ´제2의 신화´로 불리며 가요계 촉망받는 아이돌그룹으로 떠들썩한 데뷔전을 치렀던 여섯 명의 소년들.

최근 만난 그들은 어딘지 모르게 많이 달라져 있었다. 멤버 신기현이 팀에서 탈퇴하면서 생긴 수적인 차이 혹은 나이 한 살을 더해 자연스레 변화가 왔을 법한 외적 분위기 탓도 아닌 듯했다. 전에는 느끼지 못한 말로 표현하기 힘든 묵직함 같은 것이 그들에게 느껴졌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안부를 묻는 것만으로 그 이유는 충분히 찾을 수 있었다.

공백기 1년은 그들에게 쉬는 시간이 아닌 어찌 보면 하드트레이닝의 기간이었다. 해외 프로모션 활동을 위해 3개월간 중국에서 고생 아닌 고생을 했고, 한국에 돌아와서는 보컬과 랩 수업을 받으며 음악적 실력을 키우는데 시간을 쏟아 부었다. 음악적으로 또 내적으로 많은 성숙함을 키우게 되면서 자신감 또한 부쩍 늘어난 것이 그들에게서 느껴지는 묵직함의 이유였다.

배틀 멤버 진태화
그들은 이번 앨범으로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자신감에 기다려온 팬들보다 마음이 더욱 부풀어 있었다.

"퍼포먼스를 강화하기 보다는 팬들과 더욱 놀 수 있도록 관객들에게 초점을 맞췄어요. 사실 1,2집에서는 멋있어 보일 수 있는 아이템을 많이 짜기도 했는데, 관객들을 진짜 위하는 것은 그게 아니란 걸 알았죠. 우리 스스로 무대를 충분히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철저히 짜기보다 관객들이 함께 놀 수 있을 만한 프리(free)하면서도 더욱 신나는 무대를 보여드릴 준비를 많이 했죠."[태화]

"1,2집 때는 아이돌그룹이라는 틀로 인해 느끼는 압박감이 꽤 있었어요. 화려한 춤을 꼭 보여드려야 하고, 엔터테이너적인 모습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고...,하지만 신인의 입장에서 그런 점들이 쉽지 않았죠. 지금 돌이켜보면 후회가 많이 돼요. 그래서 이번엔 우리 모두가 마음가짐을 새로이 했죠. 보여드릴 수 있는 건 다 보여드리자고요. 이번이 세 번째 앨범이지만 우리에게는 ´새로운 탄생´의 의미에요. 이제 시작인 거죠."[휘찬]

배틀이 새로 들고 나온 싱글 앨범 3집 타이틀곡은 ‘뉴키즈온더블럭 (New Kids On The Block)’이 롤모델이 됐다. 그래서 제목도 그들이 부른 곡과 같은 제목의 ´Step by Step´이다. 디스코 리듬과 일렉트로니카 장르를 혼합시켜 대중이 쉽게 듣고 신나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빅뱅 프로듀서로 유명한 용감한 형제의 작품이다.

배틀 멤버 휘찬
"´뉴키즈온더블럭´의 콘셉트를 따라하고자 한 건 아니에요. 문구만 같고 그 외 음악적 스타일은 전혀 다르죠. 우리가 전에 부르던 곡들과도 좀 달라졌다고 할 수 있어요. 10대 분들 만이 아닌 20대, 30대도 두루 즐길 수 있는 편안하면서도 새로운 느낌의 곡이에요."

이제는 아이돌그룹이 아닌 각자의 색깔이 다르고 진한 좀 더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그룹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는 것이 배틀의 야심. 하지만 쉬울 법하지 않다. 배틀이 가진 공백기 동안 막강한 아이돌그룹이 대거 등장했고, 실력파 신인들은 물론 베테랑 가수들의 컴백도 이어져 가요계에서 살아남기란 더욱 어려워졌다.

"오히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치열한 경쟁이 되겠지만 음악성의 승부이기 때문에 멋진 싸움이 될 것 같아요. 우리 가요계에 좋은 음악들이 더 많이 나오게 될 거고, 전체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겠죠."[태화]

´Step by Step´을 선보인지 한 달 반가량. 대중적인 곡답게 반응은 빠른 편이지만 섭섭한 질타도 적지 않다. ´빅뱅을 모방한 것 아니냐´ ´빅뱅이 뜨니 따라하려 한다´는 모진 지적들이 온라인상에 한바탕 쏟아지기도 했다.

"빅뱅, 손담비 씨 노래와 비슷하다는 이야기들을 하시는데, 프로듀서가 같으니 자연스런 반응일 수 있죠. 하지만 (이것은 류 형이 했던 말인데) 컵에 물이 있어요. 콜라를 한 스푼 넣었다고 물이 콜라가 되지는 않잖아요(?) 정말 조그마한 면만 보고 ´따라하기´ 식의 오해를 하시는 것은 좀 섭섭하긴 해요."[휘찬]

"생각하기 나름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가 그룹이니 또 다른 그룹과 비교당하는 것, 많은 분들의 관심의 증거라 생각하면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아요. 단 그런 분들의 지적에 반론을 해드리자면, 솔직히 음악적 장르 때문에 그러시는 것 같아요. 빅뱅이 먼저 주도한 것은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발라드로 치면 오히려 더 무수하잖아요. 따라하는 게 아니라 후발자일 뿐인 거죠."[태화]

배틀 멤버 리오
"제가 (태화와 다른 부분을) 좀 더 이야기해 드리자면, 얼마 전 ‘용감한 형제’와 따로 만났는데, (그 부분에 대해 속상해 하실 줄 알았는데) ´인터뷰가 있으면 꼭 말해달라´고 하시더군요. 팀버랜드라는 프로듀서가 저스틴 팀버레이크의 ´마이러브´와 똑같은 곡을 다른 신인에게도 줬는데 굉장한 찬사를 받았데요. 사운드가 완전히 같은 곡이지만 다르게 소화한 신인들 덕에 노래는 또 다른 빛을 낼 수 있었고, 프로듀서에게도 어떤 의도적인 ´신인 발굴´의 능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칭찬이 돌아갔데요. 지금 우리에게 쏟아지는 조금은 따가운 관심도 같은 경우로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따라한 것이 아닌 응용화한 프로듀서의 능력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어요."[리오]

가요계 끼 넘치는 아이돌그룹은 넘쳐나지만 자신들의 음악에 대해 분명히 알고 느끼고 말하는 경우가 생각처럼 누구나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면에서 배틀은 이제 ´아이돌 그룹´이라는 꼬리표를 떼도 좋을 만큼 무르익었고, 단단하며 강해 보였다.

지난 앨범까지 함께 활동한 멤버 한 명이 개인 활동을 이유로 탈퇴했다. 게다가 그룹별 개인할동이 대세인 요즘, 배틀 멤버들 사이에도 흔들림이나 갈등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들에게 잠깐이나마 흐트러진 기색은 전혀 없었다.

배틀 리더 류
"기현이는 애초 연기에 관심이 많은 친구였어요. 예쁘장한 외모에 꽃미남 스타일이라 우리가 봐도 ´(연기자로)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죠. 우리끼리 감정 상할 이유는 전혀 없었어요. ‘가수로 계속 활동하다가 나중에 연기를 할 경우 대중의 편견 때문에 힘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란 고민을 함께 나눴고,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한 우물을 파는 것이 옳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리고 기현이를 떠나보낸 지금, 우린 서로 정상에서 만날 날을 꿈꾸고 있어요."[류]

"개인활동은 우리도 하게 되겠죠. 단, 배틀을 알리기 위함이라는 우선 취지는 모두 잃지 않을 거예요. 물론 활동하면서 다른 욕심이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지만 우린 다행히도 흩어지면 안 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어요. 뭉쳐서 단점을 커버한 경우거든요."[휘찬]

"그런데 태화는 언젠가 꼭 솔로 앨범을 냈으면 좋겠어요. 배틀에서 충분한 빛이 나지만 혼자만의 색깔을 빛내는 것도 굉장히 멋진 일이 될 것 같아요. 음악적 색깔이 몹시 강하거든요. 참, 희찬이가 발라드 앨범을 내도 좋을 것 같아요. 성량이 굉장히 풍부하고 마냥 재미있어 보이지만 사실 슬픈 감수성이 굉장히 예민 친구거든요."[리오]

"리오 형은 아마 윌스미스 같은 배우가 될지도 몰라요. 류 형도 언젠가 가수 겸 연기자로 대성할 것도 같아요."[휘찬]

베틀 멤버 크리스
"전 요즘 글 쓰는 데 빠져있어요. 전문 작가 분에게 배워서 책을 한번 제대로 내보고 싶어요. 소설 말고, 행복이나 상처에 관한 수필, 에세이 같은 거요." [크리스]

가요계 트렌드가 무서울 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요즘, 3년 차 그룹인 배틀이 다른 그룹보다는 알려지는 속도가 좀 더딘 것이 사실이다. 가수든 연기자든 연예인이라면 대중의 관심 없이는 숨 쉬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한번쯤은 우울한 자책감이나 초조함에 빠져 시름하는 시간을 겪었을 법도 한 배틀이다.

하지만 그들은 너무나 건강했다.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과 멤버들 간의 끈끈한 우정, 그리고 나이답지 않은 굳은 끈기와 인내가 있었다. 꾸준히 노력하는 그룹이 언젠가는 최고의 자리에서 장수할 것이라는 정직한 정의를 배틀이 분명 확인시킬 날이 있어 보인다.



싱글 3집 앨범으로 1년 만에 컴백한 남성 5인조그룹 배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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