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한국투자저축은행 유동성 '빨간불'…규제 마지노선 '붕괴'


입력 2023.01.30 06:00 수정 2023.01.30 06:0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관련 지표 두 자릿수 추락 유일

금리인상 충격에 돈맥경화 우려

한국투자저축은행 로고.ⓒ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 로고.ⓒ한국투자저축은행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유동성 지표가 크게 악화되면서 금융당국이 정한 규제 마지노선 아래까지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회사가 자금 수혈에 나서긴 했지만, 증권업계 역시 유동성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탓에 확실히 숨통을 틔워주기엔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계속되는 금리 인상의 충격파 속에서 저축은행업계를 둘러싼 돈맥경화 우려는 점점 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79개 저축은행의 평균 유동성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168.2%로 전년 동기 대비 27.0%포인트(p) 높아졌다.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석 달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3개월 이내에 갚아야 하는 부채로 나눈 값으로, 금융사의 단기 채무 지급 여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유동성 비율이 낮으면 자금관리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이 92.6%로 같은 기간 대비 21.4%p 급락하면서 최저를 기록했다. 조사 대상 저축은행들 중 해당 수치가 두 자릿수 대에 머문 유일한 사례였다.


이밖에 ▲키움예스저축은행(102.7%) ▲키움저축은행(105.8%) ▲OSB저축은행(105.9%) ▲머스트삼일저축은행(107.3%) ▲애큐온저축은행(108.1%) ▲하나저축은행(108.8%) ▲신한저축은행(109.4%) ▲진주저축은행(111.2%) ▲예가람저축은행(111.2%) 등이 유동성 비율 하위 10개 저축은행에 꼽혔다.


유동성 비율 하위 10개 저축은행.ⓒ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유동성 비율 하위 10개 저축은행.ⓒ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특히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은 금융당국의 규제 하한선마저 밑도는 수준이다. 금융위원회는 2012년 7월부터 저축은행이 지켜야 할 유동성 비율을 100%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를 이행하지 못할 경우 상호저축은행법에 따라 임직원 제재나 기관경고,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의 최대주주는 자금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그 규모가 아직 수백억원 정도여서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신주 10만주를 발행키로 했다.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서면서 지분 100%를 보유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출자금 전액을 부담한다.


증권사들 역시 유동성 확보가 시급한 현실도 한국투자저축은행에게는 악재일 수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의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도 당장 스스로의 유동성 확보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계열사를 향한 조력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증권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본격적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기 시작하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 자산유동화기업어음을 둘러싼 불안이 일기 시작했고, 이어 레고랜드 사태가 결정타가 됐다.


이런 와중 계속되는 고금리 기조는 올해 저축은행업계의 어려움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높아진 금리로 조달 비용이 늘어나면서 자금을 끌어 모으기 더욱 힘든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보여서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기예금 만기가 잠시 쏠리는 등의 이유로 특정 저축은행의 유동성 비율이 일시적으로 나빠질 수는 있지만, 자금 조달 시장의 여건이 극도로 악화돼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보다 보수적이고 선제적인 유동성 관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