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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 없는 반도체 강국은 없다[기자수첩-산업IT]


입력 2023.01.06 07:00 수정 2023.01.06 07:00        임채현 기자 (hyun0796@dailian.co.kr)

반도체보다 '뒷전'이라 생각되는 분위기 여전해

세계 1등 산업, 특정 국가에 의해 잠식 중

소부장 업체들과의 윈윈 효과도 큰 산업

장기적인 '인력 양성' 문제도 꼭 논의돼야

쇼윈도로 쓰인 LG디스플레이의 투명OLED. 제품 정보가 화면에 뜨는 모습.ⓒ데일리안 임채현 쇼윈도로 쓰인 LG디스플레이의 투명OLED. 제품 정보가 화면에 뜨는 모습.ⓒ데일리안 임채현


정부가 국가전략기술에 대한 투자 세액공제율을 상향시키기로 결정하면서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의 산업군이 한시름 놓고 있다. 그 중 디스플레이 업계는 "정부 결단에 환영"이라며 한껏 고무되면서도 동시에 조급한 분위기다. 뒤늦게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돼 아직 입법 절차까지의 과정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한 타 산업과 달리 단순한 불황 사이클을 넘어 중국으로부터의 맹렬한 추격을 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다만 디스플레이가 반도체보다 그 중요도에 있어 다소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한 분위기는 여전히 짙다. 세액공제 문제는 해결됐지만 아직도 '전문인력 양성'에 대한 논의는 전무하다. 대한민국 전체 GDP(국내총생산)의 4% 가량을 차지하는 디스플레이 산업의 위상이 사실은 결코 낮을 수 없는데도 말이다. 디스플레이는 트랜지스터 등 핵심 공정에서 반도체와 기술적 근원이 같다. 소재, 부품, 장비 등 반도체 산업과 전후방 생태계도 동일해, 또 하나의 국가기간산업이다.


이러한 '반도체만큼' 중요한 디스플레이 산업이 현재 굉장한 어려움에 직면해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시장은 중국에 의해 잠식당했고,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 국내 기업들은 TV용 LCD 패널 생산을 사실상 종료했다. 한국의 글로벌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은 2004년 정상을 찍은 후 17년 만에 중국에 빼앗겼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경우는 아직 중국의 기술력이 한국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점인데 이마저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형 OLED의 경우 중국 BOE가 올해 출시하는 아이폰15 시리즈 최대 공급사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는 상태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중소형 OLED 디스플레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점유율 1위(38.2%), 중국 BOE가 2위(20.5%)를 차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TV에 주로 사용되는 대형 OLED 선두주자다. 아직까지는 한국 기업들이 기술 주도권을 쥐고 있었지만 중국 업체의 신속한 LCD 시장 잠식이 OLED에 적용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방식도 비슷하다. 저가 물량 공세를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보한 후 정부 지원이라는 큰 자금력을 바탕으로 기술 추격에 나서 1위 자리를 빼앗는 전략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이에 눈물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투명 OLED, 차량용 디스플레이, 마이크로LED(발광다이오드), QD(퀀텀닷) 등의 차세대 무기발광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도 주력 중이다. 그러나 이처럼 사활을 건 싸움도 기업 단위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음을 이미 LCD 시장은 증명한 바 있다.


뒤늦게나마 국가전략기술에 디스플레이가 지정되고, 투자 세액공제율이 올라간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만 국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중국과 그 격차를 더 벌릴 수 있도록, LCD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정부가 '이왕 밀어줄 거면 제대로 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디스플레이 산업을 지원할 경우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체들을 향한 낙수효과도 상당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불황에는 항상 인력 엑소더스가 뒤따른다. 구조조정, 사업 축소 등의 영향이 크다. 인력 이동은 기술 유출을 의미한다. 해외로의 인력 및 기술 유출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디스플레이 불황과 불투명한 미래를 걱정한 많은 산업 인력이 대거 기타 산업군으로 빠져나갔다. 만일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가 다시 호황을 맞이한다해도 향후 인력이 없어 결국 다시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다. 세액공제율 상향으로 인한 투자 기회 뿐만 아니라, 차후 인력 양성 문제를 걱정하는 업계 목소리에도 정부가 조금 더 귀를 열고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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