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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반도체·배터리 '킹메이커' 원방테크..."공조분야 톱티어 될것"


입력 2022.12.02 06:00 수정 2022.12.02 11:26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반도체·배터리 시장 성장에 올해 수주 3700억 초과 기대

공기조화시스템 및 모듈 공법 핵심…삼성·SK·포드 '러브콜'

"내년 미국, 유럽 수주 늘릴 것…바이오 클린룸도 드라이브"

정우현 원방테크 부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원방테크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정우현 원방테크 부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원방테크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3나노 반도체 양산에 돌입하면서 시장이 크게 들썩였다. 1나노미터는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수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크기다. 크기가 작다는 것은 오염에 취약하다는 의미도 된다. 미세먼지 하나만으로도 제품 품질이 크게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반도체 클린룸(Clean Room)이 산업용 클린룸 중 가장 높은 수준의 청정도가 요구되는 이유다. 먼지 발생과 유입을 최대한 차단하는 기술이 관건으로, 원방테크는 공기조화시스템(HVAC)과 모듈화 공법을 통해 이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 HVAC은 기온, 습도, 기압 등을 알맞은 상태로 조정하는 것을 말하며 이를 구성하는 설비로는 공조설비, 제어장치 등이 있다.


"1990년대 클린룸 사업에 진출할 당시 초반 10년은 일본 다카사코 기술 벤치마킹으로 시작했다. 이후 적극적인 국산화로 현재는 자사 제품을 오히려 일본소니(SONY), 스크린(SCREEN)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정우현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원방테크 사무실에서 가진 데일리안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정 부회장은 모듈 공법으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뿐 아니라 최근엔 미국 완성차업체인 포드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시스템 실링(System Ceiling) 모듈 공법이다. 시스템 실링은 클린룸의 온도, 습도, 기류 등을 조정하는 핵심 장비를 장착시키는 구조물로, FFU, 필터, 패널 등이 탑재된다. 이 장치들을 모듈 단위로 조립해 설치하는 것이 원방테크 시공능력의 핵심이다.


지상 1.5m 높이에서 구조물을 모듈 단위로 조립한 뒤 리프트로 한 번에 올려 천정 슬라브에 설치한다. 라인당 3만3000m²(1만평) 면적에 수만개의 FFU(fan filter unit, 자동제어 여과장치)가 설치되는 대규모 공사이지만 모듈 공법으로 6개월 이내에 공사가 가능하다. 조립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고소 작업도 최소화해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


클린룸 양압(대기압 보다 높은 압력) 및 청정도를 조정하는 장치인 외조기(OAC) 역시 모듈 공법으로 공사 효율을 극대화했다. 유닛 단위로 구성품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하기 때문에 공사 기간 단축은 물론, 균일한 품질 확보가 가능하다. 습도 조절 시스템인 PMS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받을 정도로 에너지 절감 기술을 인정 받았다.


이 같은 기술 성과는 국내 굴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과의 협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에만 삼성전자로부터 1055억원어치 일감을 수주했으며, SK하이닉스 324억원, 두산 테스나 125억원, LG디스플레이 95억원, 삼성전기 317억원, LG디스플레이 60억원어치를 각각 수주했다.


고효율·고성능 제습기로 드라이룸 시장 장악…이유있는 배터리 '러브콜'

반도체 생산을 위해 클린룸이 필요하다면 배터리에는 드라이룸이 필요하다. 드라이룸은 배터리 안전을 위해 먼지 뿐 아니라 수분량도 일정 수치 이하로 제어해야 한다. 원방테크는 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제습공조기 기술 설계·제작기술로 시장 장악력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원방테크는 2011년 자체 설계 기술을 바탕으로 한 트윈 로터(rotor) 시스템을 SK온(당시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부)에 납품한 것을 계기로 2013년 SK이노베이션 서산 1공장 드라이룸 공사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드라이룸 시장에 진출했다.


정우현 원방테크 부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원방테크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정우현 원방테크 부회장이 30일 서울 강남구 원방테크 본사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민호 기자

이 즈음 전기차-배터리 시장이 점차 커지기 시작하자 별도의 사업팀과 연구소 조직을 꾸려 핵심 기술 연구 확보에 나섰다. 꾸준한 기술 연구에 힘입어 2019년 SK온 헝가리 1·2공장 공사에 이어, 같은 해 미국 애틀란타 1공장 클린룸·드라이룸 공사를 800억원에 수주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올해에는 SK온과 포드 합작법인인 블루오벌에스케이 한 곳에서만 543억원어치 일감을 확보했다. 국내업체로서는 유일하게 입찰해 설비 납품으로 이어진 케이스다. 아울러 SKC 5G 프로젝트에는 250억원, LG에너지솔루션(남경) 43억원, SK온(염성) 30억원어치를 각각 수주했다.


"원방테크는 국내는 물론 글로벌 회사 중 유일하게 클린룸 및 드라이룸 전체 패키지 공사를 제작부터 시운전까지 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현재는 전고체 배터리 시대에 대비해 초저습 고효율 제습기를 개발중이며, 슈퍼 클린룸 노하우를 드라이룸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도 개발하고 병행하고 있다."


이 같은 기술역량과 수 십년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내년에도 글로벌 프로젝트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스텔란티스, GM 등 완성차업체와 함께 배터리·배터리 소재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SK넥실리스, LG화학, 에코프로비엠 등의 프로젝트를 주시하고 있다.


전기차-배터리 시장은 내년에도 가파른 성장세가 전망되지만 반도체 시장은 한파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줄줄이 감산을 선언한데다 투자도 축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클린룸 수주에 직격탄이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반도체 한파를 피해갈 수는 없겠지만 기간이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반도체 업체들에게 4개 분기는 4년과 같다. 그만큼 시간이 빨리 간다는 의미다. 따라서 내년이 어렵더라도 반도체 투자는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5공장(P5) 내년 착공이 예상되며, SK하이닉스는 청주공장 증축 사업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원방테크의 모듈리프트. 지상 1.5m 높이에서 구조물을 모듈 단위로 조립한 뒤 리프트로 한 번에 올려 천정 슬라브에 설치한다. 모듈 공법으로 6개월 이내에 공사가 가능하다. 조립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고소 작업도 최소화해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원방테크 원방테크의 모듈리프트. 지상 1.5m 높이에서 구조물을 모듈 단위로 조립한 뒤 리프트로 한 번에 올려 천정 슬라브에 설치한다. 모듈 공법으로 6개월 이내에 공사가 가능하다. 조립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가를 절감할 수 있고 고소 작업도 최소화해 안정성도 확보할 수 있다.ⓒ원방테크

원방테크는 클린룸·드라이룸 수주 뿐 아니라 신성장동력으로 바이오룸 진출 기회도 확대하고 있다. 바이오가 반도체에 버금가는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판단, 공조 장비 제조능력을 기반으로 수주를 늘리겠다는 전략이다.


"제약 시장에도 클린룸이 필요하다.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GMP) 규정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일정 기준의 품질 관리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GMP 시설에서도 강한 기업이 되고자 한다."


이 같은 성과로 올해 원방테크의 수주액은 지난해 수준(3769억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올 3분기 누적 매출은 3009억원, 영업이익은 179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6%를 기록했다. 성장세를 이어가기 위해 정 부회장은 내년 미국 현지화 전략 및 인프라 구축을 더욱 강화하고 유럽에서도 사업 기회를 확보하겠다고 했다.


"원방테크는 학습과 성장을 통해 공조(HVAC) 분야 토탈솔루션에서 두각을 내는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공조전문기업으로 도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으로 영업·재무 부문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 기업가치가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조인영 기자 (ciy810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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