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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만에 기준금리 3% 찍는다…대출자 비명에도 '딜레마'


입력 2022.10.05 11:32 수정 2022.10.05 22:42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5% 물가・고환율, 이달 ‘빅스텝’ 유력

은행 주담대 7%・신용대출 8% 돌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p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있다. ⓒ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8월 25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0.25%p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하고 있다. ⓒ 한국은행

한국은행이 이달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에서 또 한 번의 ‘빅스텝(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인상)’을 단행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고물가에 고환율, 특히 미국의 고강도 긴축 정책으로 대응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번에 빅스텝을 밟으면, 한국은 2012년 7월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에 도달한다. 기준금리가 3%에 진입하면 연내 대출금리도 8%대에 근접할 가능성이 높다. ‘영끌족’ ‘빚투족’들의 이자공포도 현실화된다.


5일 금융시장 안팎에서는 한은이 오는 12일 예정된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p 올릴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날 통계청에서 발표된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8월에 이어 5%대를 기록하면서 상승률(5.7%)이 둔화됐지만, 근원물가(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가격 제외)가 오름세를 지속하는 등 당분간 5~6%대의 높은 물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3.6%에서 6월 6%까지 치솟았다. 소비자물가는 7월 6.3%,까지 오르며 약 24년만에 최고치를 보이다 8월 5.7%로 소폭 하락했다. 국제 유가 하락으로 국내 물가 오름폭이 꺾였지만, 고환율이 변수로 급부상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약 14년만에 1400원을 돌파하면서 연일 연고점을 경신중이다. 이달에만 연고점을 11번 갈아치우며 장중 한 때 1440원까지 넘어섰다. 장기간 고환율은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은도 이같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환석 한은 부총재보는 이날 열린 물가 상황 점검회의에서 “앞으로 소비자물가는 상당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전개 양상, 글로벌 긴축기조 강화 등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고 고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상방리스크로 잠재해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한・미간 금리격차도 기준금리 인상 보폭 확대를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시행했다. 더 나아가 오는 11월 FOMC에서도 자이언트 스텝을 시사했다. 사상 첫 4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이다.


현재 한국과 미국의 금리상단 차는 0.75%p로 확대됐다. 한은이 이달 빅스텝을 밟아도 금리차는 0.25%p로 미국이 여전히 높다.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금리가 높으면 자본유출 등 금융시장의 혼란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원화 가치 하락을 더욱 심화시키고 고물가 고착화로 귀결되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일각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소극적인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금융시장 불안을 키웠다는 ‘실기론’이 부각되는 이유다. 고물가오 고환율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0.25%p가 아닌 0.5%p 인상을 단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은이 이달 빅스텝을 하지 않으면 고환율로 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연말까지 금통위가 단 2번 남은것을 감안하면, 시장에서도 이달 빅스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은행 ⓒ 한국은행

문제는 대출이자 부담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빠르게 높이면 은행 대출금리도 올라가는 수순을 밟는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를 돌파한 가운데, 신용대출 금리도 연 8%를 넘어섰다. 미국발 고강도 통화긴축에 따른 금리 발작으로 대출 금리의 준거 기준이 되는 금융채 금리가 치솟앗기 때문이다. 한은이 이달과 내달 남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대출금리 8% 시대가 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전망이다.


2년 전 변동금리로 수억원을 대출한 영끌족의 경우 이자부담만 2배가 넘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오고 있다. 전성인 교수는 “차주들이 이자 상환 부담을 느껴 소비가 위축돼야 결과적으로 물가를 잡을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대출자들의 고통은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재정정책을 펼칠 때, 한은과 엇박자를 내면 기준금리 인상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호연 기자 (mico91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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