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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교섭 타결에도 기아 노조 파업수순…더 받아낼까?


입력 2022.08.18 10:25 수정 2022.08.18 12:51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기아 노조에 더 줬다간 '조기 타결은 손해' 전례 남길 수도

임금성보다 광주공장 등 '고용안정 연계 투자' 쟁점 전망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가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국내 투자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가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국내 투자를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기아 노조)가 합법적 파업권 확보에 나서며 현대자동차그룹 완성차 양대 계열사의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예년과는 다른 구도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대차 노사가 임금협상(임협)을 조기 타결했음에도 불구, 기아 노조는 현대차의 타결 내용과는 별개로 교섭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사측으로서는 ‘조기 타결은 손해’라는 전례를 남길 수 없다는 점에서 금액적인 측면에서는 기아 노조가 현대차보다 좋은 조건을 받아들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 노조는 오는 19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30분까지 각 지회별 투표장소에서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한다.


앞서 노조는 지난 11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신청을 신청한 데 이어, 지난 16일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임단협 승리를 위한 쟁의조정신청 결의 및 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구성을 결의했다.


중노위에서 쟁의조정 중지가 결정되고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노조는 사측에 일괄제시안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함에 따라 파업권 확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양재동과 현대차 눈치 보기로 노조의 일괄 제시요구를 거부했다”며 사측을 비난했다.


여기서 ‘양재동’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위시한 그룹 컨트롤타워를 의미한다. 그룹 차원에서 지난달 임협을 타결한 현대차의 최종 타결안을 기아 교섭에도 적용하려는 것에 대한 반발인 셈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그동안 매년 임단협 때마다 사실상 동일한 조건에 교섭을 타결해 왔다. 동일한 임금 인상률에 성과금과 격려금 등 일시금도 이름만 바꿔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심지어 자사주를 지급해도 양사 주가를 감안해 총액이 큰 차이가 없도록 주식 수를 맞췄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 교섭이 타결된 상황에서 기아 노조의 파업권 확보는 큰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올해는 여느 때보다 기아 노조의 분위기가 강경하다.


올해 현대차 노사는 기본급 4.3% 인상(9만8000원, 호봉승급분 포함), 수당 1만원, 경영성과금 200%+400만원, 품질향상 격려금 150만원, 하반기 목표달성 격려금 100%, 미래자동차 산업변화 대응 특별격려 주식 20주, 전통시장 상품권 25만원 등의 조건으로 임협을 타결했다.


인금인상액에 수당 1만원을 합하면 월 지급액 인상폭이 10만8000원에 달해 사측이 과감한 베팅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 노조는 임금인상률과 성과금‧격려금 등 일시금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언급이 없지만 신호봉 제도 도입, 라인수당 S등급 15만원까지 인상 등 실질 임금에서 현대차보다 좋은 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아 노조가 설령 파업에 돌입한다 해도 사측이 현대차 이상의 조건을 제시하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교섭을 길게 끈 기아 노조가 더 좋은 조건을 받아든다면 현대차 노조가 크게 반발할 것이고, 내년부터는 양사 노조 모두 교섭에서 ‘버티기’에 나서는 결과를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는 엄연히 다른 법인이고 실적도 매년 다를 수 있지만 노조부터가 상대 회사의 교섭 결과를 놓고 비교하는 상황이라 사측도 같은 조건으로 타결하는 게 가장 뒤탈이 없다”면서 “교섭 결과가 다를 경우 ‘버티면 더 받는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기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 돌입하기 전부터 현대차 노조와 공동 투쟁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만큼 현대차 노조가 수용한 조건 이상을 요구할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금성 이외 부분에서 정년연장과 해고자 복직, 임금피크제 폐지 등에 대해서는 현대차도 수용 불가 원칙을 이어간 만큼 기아 역시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다.


다만 고용안정과 관련된 국내 투자계획과 관련해서는 노사간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아 노조가 파업권 확보에 나서며 강경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사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기아 노조는 지난 10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측에 고용 보장을 위해 국내 투자계획을 내놓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 당시 발표한 대미 투자계획을 언급하며 “무분별한 해외 투자를 철회하고 국내공장 투자를 통한 질 좋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아는 지난 5월 오토랜드화성에 수천억원을 투입해 연간 최대 15만대 생산 능력을 갖춘 PBV(목적기반모빌리티)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노조는 기아 광주공장에 미래차 투입 계획이 없다는 점과 경차를 위탁 생산하는 협력사 동희오토 역시 전기차 전환에 대한 대비가 없다는 점을 들어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압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임금성 부문은 (현대차와 동일한 조건을 제시해도) 어쩔 수 없겠지만 고용보장 측면에서는 기존에 없던 투자나 신차 투입계획이 포함돼야 노조 집행부도 수용할 명분이 생기지 않겠느냐”면서 “추석 연휴 전 교섭 타결 여부도 여기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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