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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륵 된 산지태양광②] 집중호우 더 세지는데…산사태 위험지대 꿰찬 '태양광'


입력 2022.08.18 06:30 수정 2022.08.17 17:26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강원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 설치된 태양광 54개

안전 관리 기준 '미흡' 후속 안전관리 대책도 '전무'

산을 깎아 만든 태양광 발전시설이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하고 곳곳에서 무너져 내렸다. 산사태로 무너진 충북 제천의 한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관계자가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산을 깎아 만든 태양광 발전시설이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하고 곳곳에서 무너져 내렸다. 산사태로 무너진 충북 제천의 한 태양광 발전시설에서 관계자가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매 여름철 생명과 재산에 피해를 입히는 산사태 원인으로 산지태양광이 지목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산사태를 자연재해로 보는 시각이 많았지만 태양광 등 인위적 시설 설치를 위해 행한 벌목 작업이 토사유실을 유발하는 직·간접적 원인이라는 인식이 강해진 것이다. 올여름도 예외가 아니었다. 8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촉발된 산사태로 안타까운 사망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유실된 토사에 태양광 패널 잔해물이 발견되면서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산지태양광은 전력수급 기여도마저 미미해 '계륵'이 됐다는 평가가 크다.

'산사태 위험지역' 꿰찬 태양광 설비 무려 573개

최대 300㎜가 넘는 폭우가 쏟아진 지난 9일 강원 횡성 둔내면 현천1리 야산이 무너져 내리면서 70대 주민 1명이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200m에 달하는 산 경사면의 속살을 훤히 드러내며 유실된 토사가 농가와 주택을 집어삼켰다.


당국 조사 결과, 산사태 발생 지점 약 2만㎡ 부지에는 패널 200여 개 대규모 태양광 시설(발전용량 999.18㎾)가 설치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려면 일대 수목을 모두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지반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정부와 지자체의 판단이다.


문제는 횡성과 같이 산사태 고위험군 지역에 태양광 시설이 난립한 사례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전국의 태양광 발전시설은 1만2500여 곳인데, 이 가운데 573곳은 산림청이 지정한 산사태 위험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특히 급경사 산지가 많은 강원지역에 설치된 태양광 설비만 50개가 넘는다. 산업통상자원부, 산림청 등이 합동 조사 결과에 의하면, 강원도 내 산사태 위험 1·2등급 지역에 설치된 산지 태양광 설비는 54개다.


강원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간 도내 산지 태양광 설비 허가를 내준 건수는 595건에 달한다. 도내 산지 태양광 설비 허가 건수는 지난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정책을 집중 추진하던 2018년 194건으로 정점을 찍었고, 2018년 산사태 피해로 허가 규제가 강화되면서 감소세를 타고 있다.


'설치하면 그만'…태양광 후속 안전 관리 '뒷전'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에 피해를 입은 태양광 패널. ⓒ뉴시스 폭우로 발생한 산사태에 피해를 입은 태양광 패널. ⓒ뉴시스

태양광 설비 허가 건수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설비의 안전 관리가 미흡하다는데 있다. 산지 태양광 개발 허가는 각 시·군의 전기사업 허가 부서, 산지 전용 부서, 도시개발행위 관련 부서 등이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린다. 그러나 해당 부서들은 '산사태' 예방 또는 관리 업무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 후속 안전관리 대책은 사실상 전무하다.


이번 횡성 산사태 지역의 태양광도 2018년 허가를 받았지만 후속 안전관리 대책이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강원 횡성경찰서는 산사태 사망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태양광 설비 설치 인허가 단계부터 설계와 관리 과정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강원 지역에서 산사태와 태양광 시설과의 연관성 조사는 이번이 첫사례다.


안전 관리 기준이 사업 주체별 혹은 지역별로 각기 다른 점도 안전관리에 구멍을 낳고 있다. 관련법에 의하면, 발전규모에 따라 3㎿인 태양광 시설은 산업부, 3㎿ 이하는 광역지자체, 1㎿이하는 기초지자체가 맡고 있다. 이격거리 기준도 제각각이다. 태양광 허가 관련 조례에 명시된 '10가구 이상 지역의 이격거리 기준'을 보면 삼척 100m, 평창 200m, 양구 300m, 홍천·횡성 500m 등으로 각각 다르다.


산림청은 태양광 설비가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될 경우 언제든지 사고가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호우나 태풍이 재차 발생할 경우 태양광 모듈과 지지대, 이를 받치던 축대나 옹벽 등이 토사와 함께 휩쓸려 민가로 내려갈 수 있다"며 "사람은 물론 축사, 논밭 등을 덮치게 되면 주민 안전과 재산에 피해를 줄 수 있으므로 각별히 관리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집중호우나 태풍의 발생 빈도는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8일 밤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에는 1시간 동안 141.5㎜ 비가 내렸다. '1시간 141.5㎜'는 비공식이지만 서울 1시간 강수량 역대 최고치다. 8일 하루 동안 신대방동에 내린 일 강수량 역시 381.5mm로 1907년 우리나라 기상관측이 시작된 이래 115년만에 가장 많은 양으로도 기록됐다.


이같이 유례없는 집중호우는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기상청과 환경부가 공동으로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는 2040년 한반도 일강수량 최대치는 14%까지 늘어나고, 2070년이 되면 28%, 2100년에는 35%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반도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는 1990년 중반 이후 꾸준히 증가해왔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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