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좋은 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수혜는 엉뚱한 곳에?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입력 2022.08.02 12:47  수정 2022.08.02 12:48

여신 업계 건의로 ‘자동차등록령’ 개정…여신 업체만 이득

배터리 업계 “소유권 분리 시 폐배터리 재사용 사업 생각해봐야”

여신 업계 “배터리 구독 서비스, 자동차 리스와 같은 개념”

아이오닉 5ⓒ현대자동차

‘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가 허용됐지만, 실제 소비자나 관련업계에 실익을 가져다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 소유권을 보유하는 주체가 제조사가 아닌 배터리와 관련 없는 여신전문금융업체가 되면서, 결국 여신금융 배만 불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안에 자동차등록령을 개정해 배터리 소유주가 자동차 소유주와 다른 경우 이를 자동차등록원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제도적으로 막혀 있었던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가 허용된 것이다.


이는 여신업계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리스 상품 중 전기자동차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니 전기차 배터리 리스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고민하다가 배터리 소유권만 등록할 수 없는 규제가 있어 건의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구독서비스는 전기차 구매자가 캐피털사 등 여신업계에 배터리 소유권을 판매한 뒤 대여해 쓰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신업체는 배터리 대여로 수익을 얻고, 회수할 경우 폐배터리를 재사용·재활용하는 업체에 판매해 또 다른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일견 소비자들의 전기차 구매비용을 낮춰 전기차 보급 확대에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나, 정작 배터리 소유권 분리의 수혜는 전기차 보급 주체도, 소비자도 아닌 제 3자가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의 리스 및 재활용을 통해 제조사와 배터리사가 윈-윈하는 결과가 나와야 하지만, 중간에 여신업체가 끼면서 여신업체만 이득을 보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실제 완성차 업계와 배터리 업계는 렌탈이나 리스, 재사용 등 배터리와 연계된 서비스 사업인 ‘BaaS(Battery as a Service)’ 사업을 추진 중이다. 배터리를 렌탈 혹은 리스로 공급해 소유권을 유지하다가 전기차가 용도를 다하고 폐차될 때 회수해 재활용하는 식이다.


전기차용 배터리의 소유권을 소비자에게 넘기지 않고 렌탈·리스로 공급한 뒤 계속해서 통제력을 유지하고 전기차가 폐차되는 시점에 리유즈(재사용), 리사이클(재활용)하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미시간 공장 생산라인에서 직원들이 생산된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하지만 리스 주체가 여신업체가 되면서 수익은 여신업체로 돌아가고, 소비자 또한 월마다 구독료를 내야하니 되려 전기차 유지비용이 상승하게 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소유권 분리를 통해 효과를 얻으려면 폐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사업과도 연계해서 생각을 할 필요가 있는데, BaaS 사업 등 폐배터리 관련된 내용은 전혀 없어 언뜻 보기엔 여신업체에만 유리한 것처럼 느껴진다”며 “정부가 주도적으로 완성차나 배터리 업계 의견을 듣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터리 소유권 분리를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사업으로 연계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한 기술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중요 핵심기술인 배터리의 현재상태 및 미래 잔존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의 배터리 진단 기술이 개발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국가는 주도적으로 전기차 이용 중 배터리 상태 데이터 수집이 선제돼야 하며 배터리 업체들과 데이터 공유를 통해 기술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신업계에서는 그동안 자동차금융(리스, 할부) 사업도 해왔으니 이와 비슷한 차원으로 이해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여신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리스나 할부로 구매하는 것처럼 배터리도 마찬가지”라며 “우리 입장에선 소비자가 전기차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선택권을 제공하겠단 뜻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0

0

기사 공유

댓글 쓰기

오수진 기자 (ohs2in@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관련기사

댓글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