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재건축 꺼리는 건설사 "수주한들 수익성 낮아"
정부 공사비 조정 독려 방침에 주택사업자도 '위기감'
건자재 가격이 줄줄이 오르면서 주택사업자는 물론 원도급사인 건설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뉴시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작된 시멘트부터 레미콘·철근콘크리트 등 건설 원자잿값 인상에 주택사업자는 물론 원도급사인 건설사들이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건설사들 입장에선 과거 계약을 맺었던 금액으론 수익이 나질 않아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반영이 잘 되질 않고, 사업자들은 분양가를 조정하는데 한계가 있어 인상 요구를 곧이곧대로 들어줄 수도 없기 때문이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주요 건설자재인 레미콘 단가는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0원으로 13.1% 인상되고, 철근 값은 지난해 4월 t당 70만원에서 현재 110만원대로 치솟았다. 골조공사에 사용되는 고장력철근은 올 1월 톤당 105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해 1월 대비 30% 급등한 것이다.
건자재 가격은 전체 공사비의 30~50%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아, 건설사들의 수익성과 직결된다. 건설사들이 공사비 현실화를 주장하며 계약 변경을 요구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제로 전국 현장 곳곳에선 공사비 상향 조정 협의 요청이 줄을 잇고 있다. DL이앤씨는 최근 부산도시공사에 공공분양 아파트 에코델타시티 20블록의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같은 사업 구역 내 타 사업에 참여 중인 GS건설과 대우건설도 부산도시공사 측에 공사비 상향 조정 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정이 이렇자 건설사들의 움직임도 소극적으로 변했다. 지난해와 달리 신규 사업 수주를 꺼리고 있는데, 일종의 고육책인 셈이다. 부산 재개발 사업 단지 최대어 중 하나인 해운대구 우동3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시공사 선정이 세 차례에 걸쳐 유찰됐고, 지난달 경기 성남시에서 열린 성남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 재개발사업 설명회는 참여 건설사가 한 곳도 없었다.
A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단 수주하고 보자' 였다면, 지금 상황에선 신중히 사업을 고를 수 밖에 없다"며 "원자잿값이 추가적으로 얼마나 더 오를지도 모를 상황에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사업은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택사업자도 난감하기는 마찬가지다. 보통 건설사업은 '시행사→원도급사→하도급사' 순으로 발주가 이뤄진다. 건설사는 공사비 인상을 주택사업자에게 요청하게 되는데, 시행사가 이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선 분양가를 조정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미 정해진 분양가에는 손을 대기가 어렵다. 결국 증액 요구를 거부하거나 인상폭을 최대한으로 낮추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는 법적 분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사업 갈등도 공사비 증액 문제와 무관치 않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대응 조치를 내놓으면서 시행사들의 위기감이 더 커지고 있다. 국토부는 6월경 발표할 분양가 상한제 개편안에 공사비 조정을 독려하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또 시공사들은 국토부에게 '물가변동 배제특약은 무효'라는 입장을 받아냈고, 민간발주자에 대한 공사기간 연장 및 계약금액 조정의무에 관한 근거를 마련해달라고 추가적으로 요청한 상태다.
만약 이렇게 되면 사업자들은 조달자금 이자 비용에 건설사의 공사비 인상까지 부담이 가중되는 만큼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행업계 관계자는 "사실 분양가가 세팅 돼 있는 상태에서 공사비 인상 요청을 들어주긴 어렵다"며 "분양가 변동은 불가능한 상황에서 공사비 인상 조정만 된다고 하면 다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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