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응 제구력 / 윤석민 완급조절 / 이범석 파워피칭
´야구는 투수놀음´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야구에서 투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나와 가장 오래 던지는 ´선발투수´는 당일 승리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의 행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범경기 우승이 무색할 정도로 최하위를 전전했지만, 최근 경기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무섭게 상승기류를 타며 ´5월 반란´에 불을 지피고 있다.
이렇듯 KIA가 갑작스레 비상하고 있는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서재응-윤석민-이범석 등으로 이어지는 ´막강 토종 선발진´의 역투가 가장 큰 동력으로 꼽힌다.
´컨트롤 아티스트´ 서재응, 날이 갈수록 정교해진다!
올 시즌 고향팀으로 복귀한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 서재응(31·우투우타)은 당초 기대와 달리 아직까지는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은 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 무대에 첫 선을 보이는 투수치곤 나쁘지 않은 성적(48 1/3이닝, 2승 3패, 방어율 3.72, 탈삼진 25개)이지만, 서재응이라는 이름값과 팬들의 기대치를 떠올렸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메이저리그 시절의 서재응은 ´파워피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스플리터(Splitter), 체인지업(changeup), 컷 패스트볼(cut fastball) 등 다양한 변화구를 타자들의 몸쪽과 바깥쪽으로 자유롭게 던질 수 있는 뛰어난 제구력을 무기로 힘 좋은 타자들을 제압했다.
빠르지는 않지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낮은 코스로 던지는 무브먼트가 심한 직구는 속도계에 찍히는 구속이상의 위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서재응은 현재 ´언터처블´의 위력까지는 아니지만 선발 등판한 8경기 모두 5이닝 이상을 책임지며 이닝이터로서의 역할을 해주고 있고, 투구수 역시 꾸준히 100개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초반 국내타자들의 이른바 ´특정구질 노려치기´에 고전하기도 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수싸움에서도 상대타자를 압도해가고 있다. 주무기 체인지업을 노리는 타자들이 늘어나면서 그 횟수를 줄이기보다는, 스플리터와 슬라이더 등을 앞세워 의표를 찌르는 패턴으로 방망이를 헛돌게 하고 있다.
최근에는 직구 구속도 146km까지 올라왔으며 100km를 겨우 넘는 슬로 커브까지 구사해 타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서재응은 "현재 컨디션이 최고는 아니지만 점차 좋아지고 있다"며 앞으로의 더 큰 활약을 예고했다.
´어린 에이스´ 윤석민, 완급조절까지 장착했다!
서재응-호세 리마 등 베테랑들이 버티고 있다지만, 사실상 KIA 에이스는 윤석민(22·우투우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61 1/3이닝을 던져 4승 3패 방어율 2.79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민은 해가 갈수록 성장세가 뚜렷한 그야말로 KIA 투수진의 보배다.
서재응 역시 "이름값에서는 내가 위일지 모르지만 연패를 끊어주고, 연승을 이어주는 에이스의 역할은 윤석민이 해내고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윤석민에 대한 동료들의 신뢰는 두텁다.
윤석민은 150km 이상의 강속구는 물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낮은 쪽으로 던질 수 있다. 특히, 140㎞에 이르는 고속 슬라이더는 빠른 직구와 더불어 상대타선을 제압하는 최고의 무기다.
이렇듯 윤석민이 일찍부터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게 된 배경에는 풍부한 출장경험이 가장 큰 요소로 작용했다는 분석. 2005년 2차 지명 1순위로 KIA에 입단하면서 중간계투-마무리 등 다양한 보직을 소화했고, 이러한 풍부한 경험은 에이스급 선발투수로 성장하는데 큰 밑거름이 됐다.
에이스로서의 기질은 그가 소화한 이닝수에서도 알 수 있다. 방어율 6위, 탈삼진 2위(우완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윤석민은 이닝수에서 2위 봉중근(LG)을 간발의 차이로 제치고 리그 전체 1위에 올라있다.
올 시즌 윤석민이 더욱 발전한 부분은 다름 아닌 ´완급조절´이다. 어린 투수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실수 중 하나는 초반에는 힘으로 밀어붙이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구위가 떨어져 고전하는 것인데, 윤석민은 노련한 피칭을 통해 이 같은 부분을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
주자가 없을 때는 가볍게 공을 뿌리다가 위기상황에서는 여지없이 전력투구를 한다. 이른바 ´힘의 분배´를 잘하고 있는 것. 따라서 후반에도 힘이 떨어지지 않고 150km대의 강속구를 구사한다. 나이는 어리지만 벌써부터 ´베테랑´의 면모를 풍기고 있는 윤석민이다.
´인파이터´ 이범석, 처음부터 끝까지 힘으로!
올 시즌 이범석(23·우투우타)에 대한 팬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다. 어느 정도의 바람은 있었지만, 그 선을 너무도 가볍게(?) 넘어섰기 때문. 현재 성적은 34이닝, 1승 2패, 방어율 2.12.
이범석의 최대 매력은 완급조절을 무시한(?) 강속구 위주의 정면돌파형 투구패턴이다. 마운드에서 내려가는 순간까지 150km대의 위력적인 직구를 계속해서 뿌려대는 장면은 보는이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한다.
과거 김진우가 몸에서 땀이 나야 컨디션이 살아나는 ´슬로우 스타터´, 윤석민이 어린 나이답지 않은 ´완급조절´형의 투수라면, 이범석은 처음부터 끝까지 힘으로 승부하는 ‘인파이터’ 스타일의 투수다. 적어도 현재까지의 이범석에게는 ´선발은 구종이 다양해야 한다´는 말이 통하지 않고 있다.
처음부터 발동을 걸어 끝까지 ´마무리투수 모드(?)´로 경기를 마치는 그는 강력한 직구, 홈플레이트 앞에서 뚝 떨어지는 고속 슬라이더 정도만으로 경기를 끌고 나간다. 지극히 단순한 구종이라고 할 수 있지만, 워낙 구위 자체가 강력해 상대타자들은 알면서도 당하기 일쑤다.
일부에서는 이런 이범석 패턴에 우려를 표하기도 한다. 위력적인 투수임에는 분명하지만, 마른 체격(180cm,74kg) 조건에서 지나치게 역동적인 투구폼으로 공을 뿌려 부상위험에 대한 우려가 따르고 있다. 따라서 데뷔 초부터 중간계투나 마무리 후보로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과거보다는 폼이 간결해졌지만 현재 역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에는 편하게 공을 던지고 있어 상당수 팬들은 ´이범석이 자신만의 폼에 적응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이범석의 가장 큰 장점은 지나칠 정도의 담대한 배짱이다.
다소 건들거리는(?) 폼으로 계속해서 공을 던져나가다 안타를 맞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 외려 ´또 한번 쳐보라´는 듯 주눅 들지 않고 또다시 공격적인 투구를 거듭한다. 노련한 베테랑들의 평정심과는 또 다른 의미의 마인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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