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일회용컵 보증금제 또 다른 난관 “일손도 없는데 수백개 라벨 어쩌나”


입력 2022.05.17 07:09 수정 2022.05.16 16:5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하루 500~1000잔, 라벨 부착 위해 추가로 고용해야 할 판”

피크 시간 때 반환 손님 몰릴 경우 영업 차질 우려도

날파리 등 여름철 위생 문제 대안 절실…“회수 주기 단축해야”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환경부 공무원이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앞두고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뉴시스 지난 6일 서울 중구 한 커피전문점에서 환경부 공무원이 오는 6월 10일부터 시행되는 1회용 컵 보증금제도를 앞두고 공개 시연을 하고 있다.ⓒ뉴시스

내달 10일부터 시행되는 일회용컵 보증금제도를 놓고 현장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보증금 지급에 따른 카드수수료 등 금전적인 부담과 더불어 일회용 컵에 부착해야 하는 바코드 라벨 때문이다. 가뜩이나 구인난으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에서 일일이 수작업을 통해 라벨을 부착해야 하는 상황에 분통이 터진다는 지적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6월10일부터 개정된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일회용컵 보증금 제도가 시행된다.


대상은 커피, 음료, 제과제빵 등 105개 프랜차이즈 브랜드 매장 3만8000여곳으로, 가맹점 100곳이 넘는 프랜차이즈가 여기에 포함된다.


현장에서는 연간 250억원이 넘는 카드수수료 외에도 일회용컵에 수작업으로 부착해야 하는 라벨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의 경우 성수기인 여름철에는 보통 500잔에서 많게는 하루 1000잔 이상을 판매한다. 매장에서 사용하는 모든 일회용컵에 바코드 라벨을 부착해야 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라벨을 부착해야 하는 일이 자체가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부산에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손모씨는 “최저시급이 1만원에 육박하는데 라벨 부착을 위해 추가로 한명을 더 고용해야 할 판”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매일 영업이 끝난 뒤 집에 가서 식구들과 다 둘러앉아 붙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장에서 사용할 일회용컵에 라벨을 부착하는 일 외에 회수 시에도 업무 부담이 크게 높아진다는 불만이 많다.


보증금 지급을 위해 하나씩 바코드를 찍고 컵을 회수해야 하는데 점심 시간 등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영업에 지장이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개인당 하루 20개까지 컵을 반납할 수 있다고 하는데 출근 시간이나 점심 시간 같은 피크 타임 때 몰리면 장사에도 지장이 생길 것 같다”면서 “하나씩 일일이 바코드를 찍어서 받아야 하는데 제대로 안 되면 보증금도 점주가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보증금제도로 인력은 더 필요한데 장사도 제대로 못해 매출까지 떨어지면 자영업자들 생계는 누가 책임져주냐”며 “정부의 퍼주기식 청년 지원 정책으로 인력난은 더 심해졌는데 모든 책임을 다 자영업자에게 돌리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도 시행 한 달을 앞두고 라벨 주문을 독려하는 가맹본부와 부담이 된다는 가맹점 간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 시흥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매장을 운영하는 정모씨는 “라벨 배송 지연 가능성을 이유로 수백만원 규모의 라벨을 미리 구매하라는 본사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면서 “만약 라벨 배송이 늦어져서 시행 전에 컵 작업을 못하면 영업을 할 수 없다는 투로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또 “모바일 구매 시스템은 정비가 안돼 PC에서만 가능한데 바쁜 영업시간에 인증서 받아서 PC를 통해 발주해야 하는 번거로움에 현금 선결제 방식을 고집해 불편한 점이 많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일회용컵 회수가 지연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생문제에 대한 우려도 큰 상황이다.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본부 관계자는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철에는 커피는 물론 단 맛이 나는 음료 매출도 같이 늘어나는데 사용한 컵을 모아둘 경우 벌레유입 등 위생문제가 걱정된다는 가맹점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테이크 아웃 전문 매장의 경우 면적이 좁아 사용한 컵을 보관할 공간이 부족한데 현장에서는 컵 반환을 거부할 경우 과태료 등 처분을 받을 수 있어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면서 “여름철 만이라도 회수 주기를 당겨서 부담을 줄여주는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