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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줄어드는 탄소중립은 국민 지지 못 받아"


입력 2021.10.22 12:00 수정 2021.10.22 09:12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경총, '탄소중립 정책의 평가와 바람직한 산업전환 방향' 토론회


서울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전경. ⓒ한국경영자총협회 서울 대흥동 한국경영자총협회 회관 전경. ⓒ한국경영자총협회

정부의 일방적인 온실가스 감축목표 및 탄소중립 정책 설정이 관련 산업의 붕괴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22일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탄소중립 정책의 평가와 바람직한 산업전환 방향’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정유·철강·석유화학 산업이 주요 온실가스 배출원으로 지목돼 향후 퇴출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일자리가 줄어드는 탄소중립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2030년 NDC 상향 등 중요 정책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고, 정부가 일자리 보존 및 안정적인 전력공급 방안 마련, 탄소중립 소요 비용을 산정해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교수는 또 “유럽의 경우 온실가스 감축 계획 논의 및 합의에 소요되는 기간을 2년으로 예상했고, 스위스는 온실가스 배출 규제 법안에 대해 국민투표를 실시했다”며 “우리나라도 탄소중립 중요 정책 결정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유 교수는 무리한 탄소중립 정책이 전력난으로 이어질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지난해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 정전, 올해 겨울 텍사스 정전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중요 시사점은 충분한 예비전력 확보인데, 석탄·LNG·원자력 발전까지 모두 퇴출시키는 것은 전력 공급 안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결국 에너지 전환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하도록 기존 발전원의 예비력 활용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일방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에 문제를 제기해 온 경총은 이날도 즉각 산업계의 목소리를 수용해 재설정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2030년 NDC 달성과 2050 탄소중립 실현의 성패는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에 달린 만큼 이제라도 산업계의 목소리를 적극 수용해 2030년 NDC 및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재설정하고 구체적인 기업 지원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2030년 NDC가 발표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지난 5월 출범한 탄소중립위원회가 사회적 합의 없이 목표치 상향을 추진했다”며 “5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조급하게 마련된 2030년 NDC와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대해 경제·사회적 영향이 제대로 분석되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장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2030년까지 8년밖에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유럽, 미국, 일본에 비해 뒤쳐진 우리나라 탄소중립 기술수준으로는 급격히 상향된 감축목표를 달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상 2050년까지 석탄 화력발전의 완전 중단과 신재생에너지 확대 위주의 에너지 전환계획이 제시됐으나, 우리나라 지리적·기후적 특성상 신재생에너지 발전 효율에는 한계가 있다”며 “외국에서 다시금 주목하고 있는 원자력 발전까지 축소하는 상황에서 향후 전력수급 위기와 전기요금 인상 문제는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이 부회장은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전환비용에 대한 추계와 구체적인 기업지원 방안이 공개되지 않은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는“지금과 같이 불확실한 정책과 감내하기 어려운 감축목표는 결국 기업의 국제경쟁력 약화 뿐만 아니라 감산, 해외이전으로 인한 연계 산업 위축, 고용감소 등 국가 경제 침체로 이어질 것”이며 “정부는 이제라도 산업계 의견을 적극 수용해 2030년 NDC와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합리적으로 재설정하고, 기업을 위한 지원방안을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소재산업환경실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다(多)배출하는 제조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경제상황과 단기간 산업전환 부담 등 주요국 대비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탄소중립 기술 투자 인센티브 확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소통·협력 강화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이 실장은 “탄소중립 인센티브와 관련해서는 핵심사업에 대해서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탄소중립 기술개발 세액공제 확대,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투자시 입지·설비·무역금융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 특히 산업계와 소통과 협의가 중요하고, 중복 규제 보완 등 규제 합리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이종수 서울대 교수, 김진효 The ITC 팀장, 남정임 한국철강협회 기후환경안전실장, 권은경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친환경모빌리티실장, 조준상 대한석유협회 산업전략실장, 임우택 경총 안전보건본부장이 참여해 탄소중립 정책 평가와 합리적인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이종수 교수는 “2030년 NDC는 탄소중립을 전제로하는 미래기술 상용화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산업계 전체가 지금 당장 행동을 시작해도 목표달성을 위한 시간이 턱없이 모자라다”며 “산업계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추가감축 여력이 극히 부족한 상황이므로 2030년 NDC는 산업·경제에 미치는 영향, 에너지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제시하고, 경제적 파급효과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효 팀장은 “2030년 NDC 및 탄소중립 시나리오상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라 전력비용 상승 및 공급 불안정 우려가 큰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방안이 마련돼야 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의 경우 할당대상 기업의 부담완화를 위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중견·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온실가스 감축 지원 프로그램 등이 도입돼야 한다”고 밝혔다.


남정임 실장은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기술을 통해 95% 감축이라는 도전적인 목표를 수립했으나, 당장 2030년까지는 추가 감축 여력이 부족하다”며 “이번 NDC 상향안에 대해 철강업계는 현존기술 이외에 2040년 감축수단에 포함된 혁신기술까지 모두 반영된 만큼 감축 기술 개발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고, 철스크랩 안정적 확보방안 마련, 세제혜택, 에너지 인프라 등 지원제도 도입, 배출권 거래제 개선 및 중복규제 해소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권은경 실장은 “2030년 NDC 상향에 따라 급격한 전기·수소차 전환으로 내연기관 부품을 제조하는 대다수의 영세업체의 경우 개별기업의 역량만으로는 미래차 사업전환에 한계가 있고, 전기차 특성상 내연기관 대비 작업공수와 부품수 감소로 인해 고용축소가 우려된다”며 “미래차 전환투자를 위한 금융, R&D 등 정부 지원확대와 친환경차 시대를 대비한 노동시장 전환을 위해 직업교육·훈련 등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준상 실장은 “정유산업의 경우 2050년까지 총 피해비용이 약 800조원에 이를것으로 추산되고, 과도한 감축목표는 자칫 국내 전체산업 축소 및 공장가동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정유산업 전환 여력 상실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바이오납사 사용 의무화 대신 인센티브 제도 도입, 석유 수급·안보 계획 수립, 세제·금융 지원 등 다양한 정부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우택 본부장은 “정부와 탄소중립위원회가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 탄소중립 기술 상용화의 불확실성 등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한 감축목표를 제시했다”면서 “미국 1870조원, 유럽 1320조원 등 선진국과 같이 탄소중립 기술개발을 위한 정부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기업 기술투자 세제혜택을 늘리는 한편, 외국이 주목하고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등 원자력발전 활용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은 “우리 기업이 탄소중립 과정에서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정부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원방안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며 “향후 업계 의견수렴을 통해 기업 지원방안 이외에도 산업용 전기요금 체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등 규제개선 과제를 발굴하여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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