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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어디서나 집안 PC 속 '리니지'가…택진이형도 '보는 재미'에 빠졌죠"


입력 2021.08.02 06:00 수정 2021.08.02 09:04        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국내 최초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퍼플-예티’ 개발 비화

PC-모바일에서 ‘웹 브라우저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확장

노영민 엔씨소프트 플랫폼센터 부센터장(오른쪽)과 손평기 엔씨소프트 플랫폼센터 예티실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접견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엔씨소프트 노영민 엔씨소프트 플랫폼센터 부센터장(오른쪽)과 손평기 엔씨소프트 플랫폼센터 예티실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접견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가 굉장히 많이 사용한다. 실제 사용자인 만큼 많은 개발 요구 사항을 준다. 사용자들에게 불편할 만한 부분은 실시간으로 계속 업데이트된다. 개발자로서 아주 힘들다. (웃음) 사실 사용자와 전체 서비스에는 굉장히 긍정적인 요소다. 엔씨소프트는 낮은 퀄리티를 용인하지 않는 회사다.”


엔씨소프트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 ‘퍼플’과 ‘예티’ 이야기다. 퍼플은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즐길 수 있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반대로 예티는 PC 게임을 모바일로 플레이할 수 있는 서비스다. 엔씨소프트는 2019년 국내 최초로 이 같은 플랫폼을 선보였다.


당시 환경은 모바일 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플랫폼의 경계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였다. 더 이상 게임에서 모바일과 PC의 경계를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그런데도 두 플랫폼을 오갈 수 있는 서비스는 전무했다.


국내 ‘1호’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인 퍼플과 예티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에서 퍼플과 예티 개발을 담당한 노영민 엔씨소프트 플랫폼센터 부센터장과 손평기 엔씨소프트 플랫폼센터 예티실장을 만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노 부센터장은 “모바일 게임 시대가 열리면서 이용자들의 플레이 환경 범위가 확장됐고 더 나아가 무너지기 시작했다”며 “엔씨소프트의 모토인 ‘즐거움’을 제공하기 위해 변화된 환경에 맞춘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으로부터 4년 전인 2018년 최초로 개발에 착수했고 1년여에 걸친 개발 끝에 두 플랫폼이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개발은 쉽지 않았다. 국내외에 참고할만한 사례가 없었던 탓이다. 그는 “개발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고 난이도도 꽤 있었다”며 “당시 게임을 스트리밍한다는 개념은 아이디어 단계에만 머물러 있었고 레퍼런스도 찾기 어려울 때였다”라고 회상했다.


그야말로 믿을 곳은 내부뿐이었다. 서비스를 만든 뒤 직원들의 평가를 거쳤다. 직원들 모두 ‘한 게임’ 하는 마니아들이 모인 터라 만족시키기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손 실장은 “버튼 이름부터 시작해 거침없는 피드백을 받았다. 미세한 버튼 위치 하나까지 모두 바꿨다. 테스트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며 “제일 어려운 건 우리 회사가 기본적으로 낮은 수준의 퀄리티를 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정 수준이 되지 않으면 서비스 자체가 불가능하다. 직원들이 다 게임을 실제로 하는 사람들이라 딱 봐서 아니다 싶으면 아니라고 한다”며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개발자로서의 고충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게 ‘깐깐한’ 내부 검수를 마쳐 탄생한 두 플랫폼은 최근 대부분의 게임사가 도입을 고려할 만큼 훌륭한 레퍼런스가 됐다. 엔씨소프트 게임의 주요 유저층이라면 대부분 두 플랫폼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노영민 엔씨소프트 플랫폼센터 부센터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접견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엔씨소프트 노영민 엔씨소프트 플랫폼센터 부센터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접견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엔씨소프트

개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엔씨소프트는 최근 국내 게임사 최초로 웹 브라우저에서 게임을 스트리밍할 수 있는 ‘퍼플on 플레이’와 ‘예티 플레이’를 오픈했다.


이미 모바일과 PC 간 크로스 플레이가 가능한데 이를 웹으로까지 확장한 이유는 뭘까. 노 부센터장은 게임을 즐기는 패턴이 다시 한번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제 게임 이용자들이 영화나 유튜브 콘텐츠를 보는 것처럼 플레이 화면을 ‘보는 재미’를 즐기는 형태까지 오게 됐다”며 “이에 가장 적합한 형태는 웹 스트리밍 서비스라고 판단했다”고 개발 배경을 설명했다.


웹의 최대 장점은 클라이언트를 따로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하나의 인터넷 창이 게임 실행 화면이 된다.


노 부센터장은 “이용자들은 이제 순간순간 짧게라도 게임을 볼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며 “특정 시점에 게임 좀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굳이 구동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웹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해진 셈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크로스 플레이 플랫폼과 ‘보는 게임’ 대한 요구는 ‘자동사냥’이라는 개념과 함께 등장했다. 현재는 대부분 역할수행게임(RPG)에 자동사냥 기능이 널리 쓰이고 있지만, 도입 초기만 해도 생소한 개념이었다. 모바일 게임의 경우 서브폰이나 태블릿을 사용하지 않는 한 일상에서 계속 사용하는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돌려놓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웹 스트리밍을 이용하면 이런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 손 실장은 “낮에는 집에 있는 PC로 웹 스트리밍을 켜놓고 자동사냥으로 파밍을 해서 아이템을 얻으면 된다. 상황이 궁금하면 밖에서 스마트폰으로 잠깐만 접속해서 캐릭터가 죽지 않았는지 확인해볼 수 있다”며 “핵심 콘텐츠는 야간에 직접 즐기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진정으로 24시간 게임을 ‘끊김 없이’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기존 퍼플과 예티는 다른 환경에서 로그인하면 보안상 게임이 잠시 끊기는 구조였다. 이제 집에 있는 PC로 웹 스트리밍을 켜놓으면 다른 기기 환경에서 접속해도 끊기지 않고 계속 게임을 실행할 수 있게 됐다.


손 실장은 “만약 친구 집에 놀러 가거나 외부 PC로 게임을 켜야 할 때 설치하지 않고 웹 로그인만으로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라며 “자동사냥은 얼마나 많은 아이템을 모으느냐가 관건인데 게임을 다시 설치하고 로그인하는 과정에서 끊기면 일정 부분 공백이 생긴다. 웹 브라우저를 기반으로 하면 ‘항상’ 내 집에 있는 PC에서 게임이 돌아가고 있어 그럴 일이 없다”고 부연했다.


손평기 엔씨소프트 플랫폼센터 예티실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접견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엔씨소프트 손평기 엔씨소프트 플랫폼센터 예티실장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 엔씨소프트 사옥 접견실에서 데일리안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엔씨소프트

개발진이 이 서비스를 만들면서 가장 신경 쓴 것은 ‘지연 속도’다. 10밀리세컨드(ms·0.01초). 일상에서 지나갔는지도 모를 찰나의 순간이지만, 무려 웹 스트리밍에서 이 속도를 구현하는 데 가까워지고 있다.


노 부센터장은 “크로스 플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건 ‘실시간’이다. 게임과 거의 시차가 없어야 하는데 고화질 그래픽을 구현하면서 이를 동시에 만족하기는 굉장히 어려웠다. 처음엔 수백ms 단위에서 시작했고, 현재는 수십ms 단위까지 단축됐다. 아직도 개발자로서 조금 부족한 면이 있다. 더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실 웹 스트리밍 방식은 네트워크 환경과 같은 물리적인 한계는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용자마다 인터넷 환경도 모두 다르다. 그래서 개발진은 네트워크를 제외한 모든 부분에서 속도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노 부센터장은 “데이터가 날아가는 과정에서 손실을 최소화하고 화질 보장을 위해 상당한 시행착오를 거쳤다”며 “웹에서 구동되는 게임과 모바일 화면을 실시간으로 비교해보면 아마 별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자부했다.


잠시 진행된 시연에서 ‘리니지2M’을 모바일과 웹으로 동시 실행하는 모습을 확인했다. 그의 말처럼 화면은 눈으로 봤을 때나 직접 조작했을 때 지연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픽도 웹 스트리밍으로 보기엔 믿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실제 게임과 타격감도 거의 흡사했다.


웹 기반 서비스인데 보안 문제는 없을까. 노 부센터장은 “웹 기반 서비스라 보안에 신경을 많이 썼다”며 “아이디와 비밀번호 입력을 통한 로그인 외에 추가적인 보안 인증 절차를 거치도록 했고 스마트폰에 인증 요청이 뜨면 3분 내 승인해야 한다. 등록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별도 인증하는 구조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두 서비스를 통해 ‘리니지2M’과 ‘리니지 리마스터’를 원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연내에 몇 개의 게임이 더 추가될 예정이다. 다음달 26일 출시되는 엔씨소프트의 신작 ‘블레이드&소울2’도 퍼플on 플레이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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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e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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