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 1~2주만 늦어도 '지각비' 수천만원…"매수자는 웁니다"

황보준엽 기자 (djkoo@dailian.co.kr)

입력 2021.07.21 06:14  수정 2021.07.20 17:24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집값 탓에 뒤돌아 서면 기존 매매가 '순삭'

서울 집값 상반기 상승률, 지난해 총합 넘어 '심각' 수준

"2주밖에 안 지났는데 4000만원 더 내라"

부동산 시장에선 1~2주만 늦게 매매 계약을 해도 수천만원이 올라버리는 일종의 '단기 지각비'가 일상이 되고 있다.ⓒ

# 서울에 거주 중인 A씨는 최근 노원구의 한 아파트를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집 주인과도 대략 이야기를 마쳤다. 다만 당장 자금 융통이 어려워 2주일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이후 계약금 입금 시점이 다가오자, 집 주인으로부터 4000만원을 올려주지 않으면 계약을 하지 못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이 금액을 구할 수 없었던 A씨는 매매하려던 집을 포기하고 다른 매물을 찾는 중이다.


부동산 시장에선 일종의 '단기 지각비'가 일상이 되고 있다. 1~2주만 늦게 결정해도 집주인이 매매가를 올려 버려서다. 이는 최근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불과 며칠 만에 가격이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매수 과정에서 추가금을 내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일종의 '지각비'로, 최근 집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오르고 있어서다. 집주인 입장에선 몇 주 사이 인근 아파트나 같은 단지의 주택이 처음 내놨던 가격보다 높은 금액에 거래가 되다보니 손해를 본다는 판단에 가격을 올려버리는 것이다.


기존에는 지각비가 1~2년 저점 시절에 못 샀던 것을 의미했다면, 이젠 2~3주만 지나도 지각비를 내는 것으로 변하는 모습이다.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지각비를 냈다는 글을 심심찮게 찾아 볼 수 있다. 한 사례를 보면 불과 한달이 채 안돼 1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더 냈다는 매수자도 있다.


실제로 같은 단지에서 며칠 사이 거래가가 수천만원 씩 차이나는 경우가 많다.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 금천롯데캐슬골드파크3차 전용면적 59㎡는 이달 2일 9억9800만원에 거래됐으나 그로부터 일주일 후 10억2500만원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노원구 상계동 상계주공1단지 전용면적 41㎡는 지난달 1일 6억원에 거래됐으나 3일 후인 4일 6억460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노원구 상계동 A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사실 이 정도는 일상"이라며 "2~3주 고민하다 보면 집주인이 수천만원을 올려달라고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주위의 단지가 며칠 사이 본인이 내놨던 가격보다 높은 금액에 거래되니 당연한 결과"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한동안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봤다. 특히 지각비를 내야하는 주기가 점차 짧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년 집값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어서다.


서울 아파트값은 상반기에만 이미 지난해 1년 치 이상으로 올랐다. 올해 상반기(1∼6월) 3.18% 오르며 이미 지난해 연간 상승률(3.01%)을 넘어섰다. 단순 계산해 보면 매주 오르는 가격만 해도 지난해의 두배 이상이라는 의미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전셋값도 오르고 공급도 부족하니 한동안은 가파른 집값 상승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젠 1~2주만 지나도 수천만원 씩 오르는 매물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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