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 일대 재건축 추진 '빨간불'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백지화
민간규제 완화 통한 공급확대 앞당겨야
정부가 주택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재건축 첫 단계인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데일리안DB
정부가 주택공급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재건축 첫 단계인 안전진단 규제 완화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전세난과 집값 상승에 따라 1년간 끌어온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를 백지화한 상황에서 여전히 시장 안정을 전제로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는 건 모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 노원구 공릉동 일원 태릉우성아파트는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검토)에서 C등급(유지·보수)을 받고 최종 탈락했다. 1차로 민간업체가 진행한 안전진단에서 D등급을 받은 단지는 2차로 공공기관(한국건설기술연구원·국토안전관리원)에서 적정성 검토를 통과해야 재건축 추진이 가능하다.
지난 1985년 준공돼 올해로 37년차에 접어든 태릉우성이 안전진단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노원구 일대 재건축 단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앞서 들어선 단지들의 안전진단 통과 가능성도 희박해져서다.
현재 노원구에서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단지는 전체의 46% 수준인 5만9000여가구에 이른다. 2030년에는 13만여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처럼 정부의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2차 정밀안전진단 문턱을 넘지 못하는 단지들이 속출하고 있다. 태릉우성보다 먼저 2차 안전진단을 진행한 강동구 고덕주공9단지 역시 재건축 불가 판정을 받았고,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9·11단지도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6·17대책 이후 서울 도심에서 적정성검토까지 마치고 재건축이 확정된 단지는 도봉구 삼환도봉아파트가 유일하다.
정부는 주택공급을 늘릴 수 있다면 민간과 공공방식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지속 강조하고 있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 역시 "이분법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충분히 사업성이 있다면 민간이, 장기간 사업이 표류하거나 사업성이 부족하다면 공공이 추진하면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안전진단 기준 완화에는 여전히 유보적인 입장이다. 현장에선 최근 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 조합원에 대한 2년 실거주 의무 조항까지 삭제한 만큼 관련 완화 규제가 잇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청원에는 "규제 강화로 민간 공급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택공급이 줄고 공공개발 방식 정책만 강화돼 주택공급 계획의 불균형이 발생했다"라며 "재건축·재개발 등 민간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재건축 구조안전성 비중을 완화는 정책을 채택해야 한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에서 강조한 획기적인 주택공급을 위해선 공공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는 지적한다. 기대감에 따른 재건축 단지 중심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수는 있으나 이보다 공급에 따른 중장기적 시장 안정화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에서 언급한 대로 민간이든 공공이든 방식을 떠나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주택을 공급해야만 시장이 안정화된다"며 "수요와 공급 미스매치로 집값 상승이 초래됐다면서도 민간 정비사업에 대해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건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그겠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재건축은 기존보다 50%가량 공급이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데 이를 억제하면 해당 단지의 가격 안정은 거두겠지만 인근으로 풍선효과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공급이 이뤄져야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효과를 거두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고 속도조절을 통한 주택공급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