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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의 챕터투] 매일 매일 생트집, 짓밟는 쪽은 일본


입력 2021.07.19 11:38 수정 2021.07.19 14:18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대한체육회, 한국 국가대표에 한국간 식자재 도시락 공급 결정

일본 여당 의원들 "후쿠시마 현민 짓밟는 조치"라며 맹비난

안전성 입증 못한 채 극우세력 등에 업고 민감하게 반응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 뉴시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 뉴시스

“후쿠시마 현민의 마음을 짓밟는 조치다.”


일본 여당 의원들이 도쿄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국가대표들에게 '한국산 식자재'로 만든 도시락을 제공하기로 한 대한체육회 조치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17일 “안전이 확인된 농수산물만 출하하고 있는데 대한체육회가 선수들에게 후쿠시마산 음식을 금지했다"며 "대한체육회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원전 사고로 후쿠시마현 식자재에 방사능 오염 위험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자민당 의원들은 “후쿠시마 현민의 마음을 짓밟는 조치다”라며 맹비난했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조직위원회는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에서 생산된 식자재(광어·쌀·토마토 등)를 선수촌 식단에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이 안전하지 않다는 문제제기를 해왔다.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도 하지 않는 상태다.


대한체육회는 선수촌 인근 호텔에 급식지원센터를 개설하고 원하는 선수들에게 한국에서 가져온 식자재로 만든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기로 했다. 자국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당연한 조치다. 오히려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대책을 강구하고, 객관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일본 측은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은 방사성 물질 검사를 거쳐 안전한 것만 출하되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의 야욕을 모르는 바 아니다. 일본 정부가 우려 속에도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선수촌 식단에 넣은 것은 이를 후쿠시마 재건과 부흥의 상징의 수단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아베 신조 일본 전 총리는 “가능한 한 많은 외국인에게 후쿠시마 식재료를 맛보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대책”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일본의 생트집은 매일 매일 이어지고 있다. 전날 일본 언론은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걸린 한국 선수단의 현수막을 놓고 “반일 현수막”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한국 선수단은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태극기와 함께 걸었다. 임진왜란 당시 왜군에 맞서 조선을 구한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게 하는 패러디 문구다. 국민들의 응원을 등에 업고 올림픽에서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메시지다.


일본 극우 정당인 일본국민당 관계자들은 16일 올림픽 선수촌 한국 거주동 앞에서 기습 시위를 벌였다. 심지어 “한국 선수단을 내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내며 일본 제국주의 전범 상징인 욱일기를 흔들어댔다.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내걸린 '이순신 현수막'. ⓒ 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선수촌에 내걸린 '이순신 현수막'. ⓒ 연합뉴스

양 측 대립이 날카로워지자 IOC도 나섰다. IOC는 대한민국 선수단에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가하는 장군을 연상할 수 있음에 따라 올림픽 헌장 50조 2항에 따라 철거해야 한다"고 했다.


대한체육회의 욱일기 반입 항의에 대해서 IOC는 모든 올림픽 베뉴 내 욱일기 사용에 대해서도 똑같이 올림픽헌장 50조 2항에 따라 판단하기로 약속했다. 이에 따라 대한체육회는 응원 현수막 철거를 결정했다. 대한체육회는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하고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더 이상의 논쟁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보란 듯이 “욱일기는 반입 금지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IOC 입장이 나온 지 하루도 경과하지 않아 마이 웨이를 가고 있다.


짓밟고 있는 쪽은 한국이 아니라 일본이다.


한국의 조치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일본 극우세력을 등에 업은 일본 내 일부 조직은 생트집 잡기를 멈춰야 한다. 불필요한 잡음을 일으켜 한국이나 일본 선수들의 경기력에 방해가 되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굳이 따지자면, 일본도 평창올림픽 때 노로바이러스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일본 선수들에게는)일본 식자재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시간에 코로나19 긴급사태 발령 중에도 매일 매일 뚫리고 있는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허술하게 쳐놓은 방역망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더 활성화시킬 때다.

김태훈 기자 (ktwsc28@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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