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경혈과 경락[經穴經絡]-2

권기포 기자 (kgb8857@korea.com)

입력 2004.11.22 17:58  수정 2004.11.23 10:28

경혈에 대하여

무협지를 보면 무림고수가 손가락으로 사람을 제압한다. 특정 부위를 찌르면 전신이 마비되기도 하고, 부상을 감쪽같이 치료하기도 한다. 꽤나 과장이 심하기도 하지만 신통할 뿐이다.

무림고수가 절정의 무공을 통해 찌른 곳은 다름 아닌 “혈” 혹은 “혈도”라는 곳이다. 이를 한방에서는 경락(經絡)과 경혈(經穴)이라고 부른다.

경락(經絡)이 기가 흘러가는 도로나 철도라고 한다면, 경혈(經穴)은 차와 사람이 모이는 장소, 즉 인터체인지나 휴게소, 정거장에 해당된다.

경혈(經穴)은 기가 모이는 점으로 내부의 질병이나 외사(外邪-외부에서 들어오는 질병)의 침범 상태를 피부에 나타나는 점이기도 하고 이 점을 통하여 외사(外邪)가 머물다가 내부로 침범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한방에서는 이 점에 침, 뜸, 부항 등을 시술하여 외사(外邪)를 물리치거나 내부 장기(臟器)의 질병이나 불균형을 치료한다. 경혈 이름 중 ‘풍지(風池)’나 ‘풍부(風府)’ 같은 혈명(穴名)은 이름 그대로 풍(風)과 관련인 많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외사(外邪)나 내부 장기에 병이 생기면 그 장기에 소속된 경락의 경혈에서 압통점이나 다른 피부의 병변이 일어나게 된다. 즉 근육의 뭉침이나 압통, 저린감, 열감, 피부색의 변화 등 다양한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그러면 이 반응을 의사가 살펴서 판단한 후, 이 자리에 침, 뜸, 부항과 같은 요법을 실시하여 경락의 기운을 조절해 외사의 침입을 없애거나 오장육부의 기능을 조절하여 환자 몸의 불균형 상태를 조절하여 질병을 치료하게 된다.

한방의 바이블격인 황제내경(黃帝內經)을 보면 우리 몸에는 경혈(經穴)의 수가 365개가 있다고 쓰여 있다. 이 경혈(經穴)은 14경맥[12개의 정경(正經)과 기경팔맥(奇經八脈)의 임맥(任脈)과 독맥(督脈)]에 분포하는 경혈(經穴)들이다.(경혈의 수는 의서(醫書)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음)

경락에 소속되어 있지 않는 경혈들도 있다. 아시혈(阿是穴)과 경외기혈(經外奇穴)이 있다. 아시혈(阿是穴)은 우리가 누르면 “아!” 하는 이 자리를 아시혈(阿是穴)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경외기혈(經外奇穴)도 아시혈(阿是穴)의 일종이나 아시혈보다는 일정한 자리를 잡은 경혈이다. 이 경외기혈은 지금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이런 경혈을 모두 합쳐서 수혈(腧穴)이라고 한다.

경혈에도 역할과 있는 위치에 따라 원혈(原穴), 오수혈(五腧穴), 배수혈(背腧穴), 모혈(募穴), 극혈(郄穴), 낙혈(絡穴) 등 여러 가지로 나누어 구분한다. 하지만 이런 혈까지 거론하면 머리가 너무 복잡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이름만 소개하기로 한다.

경혈과 경락의 위치는 체격과 골격의 모양에 따라 다소 달라진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자리에 분포하고 있다. 우리 몸을 만졌들 때 약간 오목하거나 주변보다는 더 아프거나 결리는 느낌이 드는 자리가 경혈이라고 보면 무난하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경락과 경혈에 대해서 약간의 상식만 있으면, 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 경혈을 손가락으로 조금 주무르기만 하여도, 그 기운이 경락을 따라 내부로 전달되어 몸 내부의 불균형과 침입하려는 외부의 사기를 가볍게 하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현대 과학적으로는 우리 몸에 전류가 잘 흐르는 곳이 있는데, 여기가 경락의 경혈(經穴)과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한 정도이고, 또 통증이 있는 곳에도 역시 전류의 흐름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경혈과 경락에 대해서는 뚜렷한 어떤 이론도 내 놓을 수 없었다. 해부학적, 병리학적, 생리학적, 어떤 분야에서도 확인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60년대 북한학자 김봉한의 학설에서 경락의 실체를 주장하였으나, 어떤 방법으로 확인을 했는지를 밝히지 않아 여태까지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염색 기술 발달로 서울대 연구팀에서 순환기계, 림프계, 신경계와의 다른 조직이 있다는 것을 염색을 하여 현미경으로 확인하였다. 물론 앞으로 연구가 진행됨에 따라 더 밝혀지겠지만 현재는 경락일 가능성 가장 많다고 보고 있다. 이처럼 과학이 조금씩 발전함에 따라 한방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더욱 빚을 발휘해 가고 있다.

한방은 세계에서 몇 나라 밖에 사용하지 않고 있는데 이웃나라인 중국에서는 국가주석 조차도 세계에 한방을 선전하는데 목소리를 높이는 요즘, 우리는 우수한 한방을 국내의 정치적 논리와 개인의 이익 때문에 한방의 전문가가 아닌 단체에서 이론과 치료법을 왜곡시켜 자기들의 이익 창출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을 보면 한방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필자도 안타까울 따름이다.

경혈학은 인체를 상하 내외로 유기체적으로 연결하여 생리적, 병리적, 진단학적으로 사용은 물론 질병을 치료하는 분야까지도 활용되는, 한방에서는 기초이자 임상적으로도 가장 중요한 이론이다.


: 가벼운 질환을 예방 또는 치료할 수 있는 간단한 혈자리를 소개할 수는 있으나, 위치를 설명하는 것이 지면상으로는 너무 복잡하여 알려 드릴 수 없어 독자분들에게 무척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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