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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찾은 이스타항공, 연내 재비상 현실화될까


입력 2021.06.24 16:30 수정 2021.06.24 16:19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성정과 투자계약 체결...자금력 의문·우려 사라지나

'인수'서 '정상화'로 모드 전환...운항 재개 시점 척도

당분간 적자 불가피...장기간 운영 비용 자금력 필수

지난해 3월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뉴시스 지난해 3월 23일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 이스타항공 여객기가 대기하고 있다.ⓒ뉴시스

이스타항공이 지난 1년간의 표류 끝에 새 주인을 찾으면서 정상화의 척도가 될 운항 재개 시점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연내 국내선을 먼저 재개한 뒤 단계적으로 국제선으로 운항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지만 운항증명서(AOC) 재취득부터 항공기 리스(대여)에 직원들의 인건비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과 성정은 이날 오후 4시30분 서울회생법원에서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를 위한 투자 계약 금액은 약 11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보통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본 계약 체결 전에 정밀실사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성정측이 이러한 과정을 생략하기로 하면서 당초 내달 중으로 예상됐던 본 계약이 다소 앞당겨졌다.


투자 계약이 체결되면서 그동안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성정의 자금동원력에 대한 의문과 우려가 다소나마 사라질지 주목되고 있다.


이스타항공, 재도약 발판 마련...연내 운항 재개 목표

충청남도 부여에 본사를 둔 성정은 골프장 관리업, 부동산임대업, 부동산개발업 등의 사업을 하는 건설업체로 관계사로 27홀 골프장인 백제컨트리클럽, 토목공사업체인 대국건설산업 등을 두고 있다.


성정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59억원, 관계사 백제컨트리클럽과 대국건설산업은 각각 178억원, 146억원으로 총 매출이 약 400억원 정도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회생채권(1850억원)과 공익채권(700억원) 등 변제해야 할 채무만 약 2500억원이 넘는다.


형남순 성정 회장(백제컨트리클럽 회장·가운데)이 지난 2016년 3월 충남대학교병원에 발전기금 5000만원을 기부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자료사진)ⓒ충남대학교병원 형남순 성정 회장(백제컨트리클럽 회장·가운데)이 지난 2016년 3월 충남대학교병원에 발전기금 5000만원을 기부한 뒤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자료사진)ⓒ충남대학교병원

인수기업이 피인수기업보다 규모가 작다보니 우려가 제기돼 왔다. 성정의 기업 규모로 이스타항공의 대규모 부채를 해소하고 정상화까지의 운영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자리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성정이 오너의 보유 부동산 등 개인 자산 매각을 통해 충분히 대규모 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왔고 이스타항공도 성정의 자금조달 능력에 확신을 가지고 있어 이번 투자 계약 체결로 우려가 점차 가시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이날 투자계약 체결로 지난해 7월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M&A) 무산 이후 1년간 표류해 온 이스타항공은 새 주인을 맞아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


이제 시선은 ‘인수’에서 ‘정상화’로 쏠릴 전망이다. 인수 성공이 1단계라면 회사 경영 정상화는 2단계라고 할 수 있다. 장기간 지속적인 자금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인수보다 정상화가 성정에게 더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상화의 가장 중요한 척도는 운항 재개가 될 전망이다. 일단 지난해 3월부터 지속돼 온 셧다운(운항중단)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서는 AOC 재취득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AOC 재취득에만 약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성정측은 AOC를 재취득한 뒤 이르면 오는 11~12월경 국내선을 시작으로 운항을 재개한다는 목표다. 이후 국제선으로 운항 노선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적자 버틸수 있는 체력이 관건...결국 문제는 돈

이러한 계획대로 운항 재개가 이뤄지지 위해서는 신규 항공기 리스와 임직원 확보 등 추가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스타항공은 과거 23대에 달했던 보유기재가 현재 4대로 줄어든 상황이다. 이 중 2대는 두 차례 추락 사고로 운항이 금지된 '보잉 737-맥스8' 기종이어서 당장 운용할 수 있는 여객기는 '보잉 737-800' 기종 2대가 전부다.


이에 성정은 항공기 4~5대를 리스로 추가로 도입하고 지난해 정리 해고로 현재 600여명 정도에 불과한 직원 수도 1000명까지 점진적으로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이스타항공 항공기.ⓒ이스타항공 이스타항공 항공기.ⓒ이스타항공

하지만 성정의 투자금 1100억원은 채무 해소에도 부족한 상황이다. 일단 이 투자금 중 역 700억원은 체불임금과 퇴직금 등 공익채권 변제에, 400억원은 회생채권 상환에 투입될 전망이다.


결국 인수 자금 외에 지속적으로 장기간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돼야 한다는 이야기로 귀결된다. 운항 재개시 규모를 최소화한다고 해도 초기 운영자금으로만 월 50억~70억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노조와의 관계 설정도 운항 재개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시작된 코로나19가 백신 접종 확대로 다소 수그러드는 양상이지만 변이바이러스 증가로 항공 수요 회복이 다시 한번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노조가 회사 살리기에 우선 주안점을 두고 인수기업인 성정에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스탠스를 취하고는 있지만 지난해 직원 605명의 대규모 정리해고로 갈등의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졌던 터라 상황이 언제라도 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스타항공이 1년 넘게 운항이 중단돼 왔던터라 재개된다고 해도 상당기간 적자가 지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손실을 보더라도 손익분기점(BEP·Break-Even Point) 시점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LCC의 경우, 코로나19 이전부터 업체들간 경쟁 심화로 어려움이 가중돼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치열한 경쟁을 극복해 내느냐가 관건”이라며 “성정이 기대를 걸고 있는 항공수요 회복도 코로나19 변이바이러스 증가세로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항공수요가 회복된다고 해도 그동안 운항을 중단해 온 항공사가 곧바로 공백을 극복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점에서 이스타항공 앞에 놓여진 현실은 더욱 척박하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홍석 기자 (redston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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