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센터 전성시대 ‘달콤쌉쌀한 황혼’

이준목 객원기자

입력 2008.01.15 17: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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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론조 모닝 무릎부상으로 은퇴, 샤킬 오닐 노쇠화

90년대 정통센터 빅5 시대의 종말

최근 NBA(미국 프로농구) 노장 센터 알론조 모닝(38‧마이애미 히트)이 결국 은퇴를 선언했다.

올해가 마지막 시즌임을 일찌감치 공언해왔던 모닝은 지난해 12월 20일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경기도중 오른쪽 무릎 슬개골이 파열되는 중상을 당하며 시즌 아웃이 불가피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은퇴 선언에 이르렀다.

모닝의 갑작스러운 은퇴는 많은 올드팬들에게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모닝은 소위 농구팬들에게 회자되는 ‘4대 센터’(하킴 올라주원, 패트릭 유잉, 데이비드 로빈슨, 샤킬 오닐)와 함께 90년대 NBA ‘센터 전성시대’를 주도했던 주역으로 꼽힌다.



코트의 전사, 알론조 모닝의 인간승리 드라마

신장 이상으로 인해 비교적 전성기가 짧았던 탓에 ‘4대 센터’에 비해 커리어나 능력 면에서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은 게 사실이지만, 모닝은 의심할 나위없는 당대 최고의 정통센터로서 손색이 없는 활약을 펼쳤다.

1992-93시즌 샬럿 호네츠(현 뉴올리언즈 호네츠)에서 데뷔한 모닝은 15시즌 동안 통산 837경기 평균 17.1득점 2.8블록 8.5리바운드를 기록했다. NBA에서 보낸 15년 중 11년을 마이애미에서 활동하며 출장경기수와 시간, 득점, 리바운드, 블록슛 부문 팀 내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명실상부한 마이애미의 스타다.

생애 7차례의 올스타와 두 차례 NBA ‘올해의 수비수’(99~2000) 선정, 2000 시드니올림픽에는 미국 대표팀으로 출전해 조국에 금메달을 안기기도 했다.

센터로서는 작은 신장(208cm)에도 불구하고 물러서지 않는 투지와 강한 승부근성으로 ‘전사’라는 닉네임을 얻었으며, 상대의 공격의지를 일거에 무너뜨리는 호쾌한 블록슛은 모닝의 트레이드마크이기도 했다. 모닝의 통산 2,356개의 블록슛은 NBA 역사상 전체 10위에 올라있는 대기록이기도 하다.

또한 모닝의 농구인생을 더욱 드라마틱하게 만들어준 것은 병마와 싸워 이긴 인간승리의 주인공이었다는 점.

한창 농구인생의 정점을 달리던 2000년 10월, 과도한 혹사에 따른 신장 이상으로 더 이상의 선수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수년간의 꾸준한 재활훈련과 철저한 자기관리 끝에 보란 듯 코트로 복귀해 세상을 놀라게 했다. 2005-06시즌에는 한때 라이벌이던 샤킬 오닐의 백업 센터라는 역할을 묵묵히 감수하며 마침내 NBA 첫 우승이라는 감격을 맛보기도 했다.


센터 전성시대의 종말

모닝의 은퇴는 NBA에서 한 시대 종막을 예고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모닝과 동시대를 풍미했던 4대 센터 중 유잉과 올라주원, 로빈슨은 이미 은퇴했고, 막내 격인 오닐은 올 시즌 노쇠화 현상이 가속화되며 13.9점 7.9리바운드에 그치고 있는데다 현재 부상으로 코트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90년대는 흔히 마이클 조던과 시카고 불스의 전성시대로 기억되기 쉽지만, 실제로는 NBA 역사에 남을만한 명센터들이 동시대에 대거 등장하며 전례 없는 ‘센터 전성시대’로 불리기도 했다. 모닝까지 포함한 90년대 센터 ‘빅5’의 기록을 합산하면 올스타 출전 44회, NBA 퍼스트팀 16회, NBA 우승 9회, 올림픽 금메달 3개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빅5’ 중 패트릭 유잉을 제외하면 모두 한 차례 이상 NBA 우승과 퍼스트 팀에 선정된 이력을 지니고 있으며, 전성기 시절 한 팀에서 최소한 7~8년 이상을 활약했고 은퇴 이후에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유력한 선수들로 꼽힌다. 이들이 만약 동시대에 한꺼번에 몰리지 않고 각기 다른 시대에 등장했다면 NBA의 역사가 달라졌을 것이라는 게 중론.

오늘날의 기준으로 리그에서 다섯 손가락에 들 빅맨을 꼽으라면 야오밍, 드와이트 하워드, 팀 던컨, 케빈 가넷, 아마레 스타더마이어 등을 꼽을 수 있지만, 던컨 정도를 제외하면 커리어나 개인 기량면에서 아직 90년대 센터들의 아성에 견주기에는 무게가 떨어진다. 특히 가넷이나 스타더마이어는 플레이 스타일상 엄밀히 말해 정통센터라기보다는 파워포워드에 가까운 선수들.

2000년대 이후 NBA에서 정통 센터의 시대가 저물고 팀 던컨, 케빈 가넷, 크리스 웨버 등 다재다능한 능력을 갖춘 장신 포워드들이 상종가를 기록하면서, 정통센터들은 시간의 흐름을 이기지 못하고 서서히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4대 센터는 모두 34~35세를 정점으로 노쇠화가 시작되었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모닝은 과도한 혹사로 인한 신장 이상으로 인해 전성기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짧았다.

이들은 대부분 화려한 전성기에 비하여 선수생활 막바지에 급격한 노쇠화로 마무리가 그리 아름답지 못했다. 유잉과 올라주원은 각각 뉴욕과 휴스턴의 프랜차이즈 스타로 군림했으나 전성기가 지난 다음에는 친정팀이 아닌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고 전전하다가 초라하게 은퇴했다.

오닐은 LA 레이커스에서 코비 브라이언트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려 마이애미로 이적한 이후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하며 명예회복에 성공했지만 지난해부터 노쇠화 현상이 뚜렷해지며 팀은 현재 8승 28패로 NBA 동부 컨퍼런스 최하위에 그치고 있다.

빅5중 드물게 시작과 끝이 가장 아름다웠던 선수는 ‘해군제독’ 데이비드 로빈슨이 꼽힌다. 로빈슨은 전성기 시절의 임팩트가 오닐이나 올라주원에 비하여 떨어졌지만, 5대 센터 중 유일하게 14시즌의 선수생활을 오직 샌안토니오 스퍼스 한 팀에서 보냈으며 마지막 은퇴경기(02~03시즌 파이널 6차전)를 우승으로 마감하는 영광까지 누렸다.

로빈슨은 부상으로 전성기가 일찍 지나면서 팀의 에이스 자리를 후배인 팀 던컨에게 양보하고 선수생활 후반기에는 조력자로 두 차례의 우승에 공헌하며, 명분과 실리 두 가지를 모두 거머쥐고 마지막까지 영광스럽게 경력을 마감한 유일한 선수로 꼽힌다.

NBA 센터시대의 황혼은 올드팬들에게는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드래프트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모닝의 은퇴로 이제 90년대 정통센터 ´빅5´중 유일하게 샤킬 오닐만이 남았다. 선수인생의 황혼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오닐이 과연 로빈슨처럼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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