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국에 통보…가상화폐·中 위안화로 통행료 결제”
지난달 11일 미국·이스라엘과 분쟁 중인 이란의 국경 근처 라스 알 카이마 북부에서 호르무즈 해협 근처로 화물선이 지나가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의 수를 하루 12척 정도로 제한하고, 통행료를 부과하겠다고 중재국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할 계획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랍권 중재자들은 8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이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사전 조율을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이 사전에 통행료를 협의한 뒤 가상화폐나 중국 위안화로 결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량은 지난 2월28일 전쟁 개시 이후 급감했다. 에너지 정보업체 S&P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휴전 선언 직후인 이날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4척에 불과하다. 전쟁 하루 전에는 135척이 해협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이란은 전쟁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이란 새로운 협상 카드이자 수입원을 확보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란은 교전 기간 동안 자국 허가 없이 통과하려는 선박들을 겨냥해 공격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장악했는데, 이는 2주간의 휴전 기간 동안 더욱 고착될 전망이라고 WSJ는 내다봤다. 대니 시트리노비치 이스라엘 국가안보연구소(INSS) 연구원은 “호르무즈 해협은 그들에게 미사일과 핵 프로그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됐다”며 “그들에게 통제는 필수”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란이 통행료를 제도화하는 것은 까다로운 일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이집트와 파나마는 각각 수에즈 운하와 파나마 운하에서 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해상법은 호르무즈 해협, 영국 해협, 지브롤터 해협, 말라카 해협 같은 자연 수로를 통과하는 데 특정국이 통행료를 부과할 수 없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란이 이미 수수료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해운업계는 판단하고 있다. 지난 몇 주 동안 이란은 자국산 원유나 물자를 실은 선박은 자유롭게 통과시키고, 우호국 선박에는 일정한 통행료를 부과하며, 미국이나 이스라엘과 보조를 맞추는 국가의 선박은 아예 차단하는 식의 단계별 접근법을 보여줬다.
통행료는 일주일 전에 정해지며 선박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초대형 유조선의 경우 지불액이 200만 달러(약 30억원)에 이를 수 있다. 선박 운항 경로도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통과가 허용된 선박들은 기존 항로 대신 이란 게슘섬과 라라크섬 사이, 이란 연안을 따라 오만만으로 빠져나가는 좁은 통로를 이용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이란 의회는 수수료 부과와 통행 승인 등을 포함한 새 호르무즈 해협 관리 계획을 승인했다고 이란 국영 IRNA통신이 전했다. 이란은 통행료 수익을 오만과 나누는 방안도 제시했지만 이란으로부터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은 오만은 이 계획에 동의하지 않았다, 걸프 국가들 역시 통행료 부과에 반발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소셜미디어(SNS)에 휴전 기간 동안 이란 군대가 해협을 통한 교통을 감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미 대통령과 백악관은 아바스 장관의 발언을 SNS에 공유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들에 이슬람혁명수비대의 승인을 받도록 하는 이유 중 하나로 내세우는 것은 자국이 설치한 기뢰다. 기뢰를 피하기 위해서는 군과 조율해 안내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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