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 합작공장 전면 중단...납기 신뢰·평판 타격 우려
美 전기차 보조금 오는 30일 종료...배터리 수요 둔화 불가피
ESS·지분 협력으로 돌파구 모색...“포트폴리오 다변화 필요”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이 구금된 대규모 단속 사태가 발생한 데 이어 오는 30일 전기차 구매 보조금 종료가 예고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의 북미 전략에 비상이 걸렸다. 내년 초 가동 예정이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이 사실상 멈춰선 데다 수요 위축 우려까지 겹치며 투자 계획의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한국 배터리 기업들의 신뢰와 공급망 안정성에 직결되는 중대한 변수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과 연방수사국(FBI)은 조지아주 ‘HL-GA’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불법체류 혐의자 475명을 체포했다. 이 중 한국인이 300여명에 달했고 LG에너지솔루션 소속 직원 47명과 협력사 엔지니어 250여명이 포함됐다. 장갑차와 헬기까지 동원된 이번 단속으로 공장은 전면 중단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은 2023년 약 6조원을 투자해 해당 공장을 착공, 연간 전기차 30만대 분량 배터리셀 생산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공사 일정은 최소 수개월 이상 지연될 전망이다. 구금 인력이 조만간 귀국하더라도 재입국이 제한될 경우 대체 인력 확보가 쉽지 않아 추가 차질이 불가피하다. 배터리 전문 업체인 LG에너지솔루션은 납기 신뢰와 대외 평판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다른 기업들도 긴장하고 있다. SK온은 조지아주에서 현대차와 합작 공장을 짓고 있으며 포드와의 합작 법인 ‘블루오벌SK’도 건설 중이다. 삼성SDI는 인디애나주에서 스텔란티스와 제2 합작 공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북미 전체 배터리 투자에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여기에 오는 30일부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가 조기 종료된다.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구매 보조금이 사라지면 전기차 판매 위축은 불가피하다. 이는 곧 배터리 수요 감소로 이어질 전망이다. 내년 배터리 3사의 합산 영업이익 전망치도 기존 4조4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 수준으로 20% 넘게 낮아질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1일 미국 전기차 보조금 전면 폐지 이후 미국 전기차 수요 부진이 생각보다 클 것”이라며 “전방 고객들의 재고 관리도 보수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 단기 실적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내 주요 배터리·소재 업체들은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 확대와 지분 구조 재조정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삼성SDI는 9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RE+ 2025’ 전시회에서 차세대 ESS 전용 배터리 ‘SBB 1.7’과 LFP 기반 ‘SBB 2.0’을 공개했다. 두 제품은 내년부터 미국 현지에서 생산된다. 미국은 노후 전력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확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ESS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LG화학은 이날 일본 토요타통상과 손잡고 구미 양극재 공장 지분 구조를 재편했다고 밝혔다. 토요타통상의 참여로 지분 구조가LG화학 51%, 토요타통상 25%, 화유코발트는 49%에서 24%로 변경돼 지난 7월 새롭게 정의된 ‘제한 대상 외국기업(PFE)’ 기준에서 벗어나IRA 규제 대응이 가능해졌다. 북미 배터리 고객사 공급 기반도 강화된 셈이다.
김응관 한국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미국 시장 수요 둔화를 극복하려면 폼팩터와 케미스트리 개발로 추가 고객사를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ESS와 로보틱스 등 중장기 수요를 겨냥한 포트폴리오 확장·개발도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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