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또는 모델을 지망하는 연예인 2세들이 예능프로그램의 주인공으로 활약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육아 예능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후 ‘근황’만으로도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반가움과 씁쓸함 사이, 엇갈린 반응을 얻고 있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은 현재 방송 중인 tvN SYORY·E채널 ‘내 새끼의 연애’로, 배우 또는 유명인이 출연해 내 아이들의 연애기를 지켜보는 프로그램이다. 배우 이종혁을 비롯해 김대희, 조갑경, 박호산, 이종원 등 방송인과 셰프 안유성이 자녀들이 썸을 타며 감정을 싹 틔우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연애 예능의 한 변주로 시작된 프로그램이지만, 현재 래퍼로 활동 중인 박호산의 아들 박준호를 비롯해 배우 지망생 이종혁의 아들 이탁수가 자연스럽게 부모의 유명세를 이어받는 모양새로, 마냥 설레는 감정만으로 ‘내 새끼의 연애’를 시청하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다수의 자녀 출연진은 학생 또는 승무원 지망생 등 일반인이며 전개의 중심축 또한 ‘연애’지만, ‘특혜’ 지적을 받으며 사라졌던 연예인과 그 가족 예능이 ‘연애 예능’의 외피를 입고 자연스럽게 부활했다는 느낌을 지우긴 힘들다.
이종혁의 또 다른 아들, 이준수는 ENA ‘내 아이의 사생활’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그 또한 배우를 꿈꾸며 예술고등학교를 다니는 지망생으로, 어른들은 몰랐던 내 아이의 사생활을 부모가 지켜보는 ‘내 아이의 사생활’로 자연스럽게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이종혁의 아들이 무리한 출연을 한 것은 아니다. 이 방송에는 장윤정-도경완 부부의 아들 도연우-도하영,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 추성훈의 딸 추사랑 등 과거 MBC ‘아빠 어디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한 아이들이 어느덧 훌쩍 큰 모습을 공개해 반가움을 자아내는데, 이종혁의 아들 또한 ‘아빠 어디가’로 국민적 사랑을 받은 출연자였다.
그러나 이준수의 형 이탁수가 게스트로 출연, 동생과 함께 여행을 떠나는 모습이 담기는가 하면 이때 ‘이종혁 아들이 아닌 나로 봐주길 바란다’는 속내를 털어놓는 등 배우 지망생이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방송 소재로 활용하는 모습엔 의문이 남는다. 연기 오디션을 보고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으나, 아빠가 이종혁을 알게 된 그들의 시선이 달라졌다는 일화를 전한 것에 불과할 수 있으나, ‘가족 예능’을 통해 인지도를 쌓으며 대중들의 응원까지 유도하는 모습엔 모순이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모델을 꿈꾸는 추사랑이 오디션에 도전하고, 탈락 후 눈물을 흘리는 전개로 감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했었다.
연예인 또는 유명인의 2세가 연예계에서 활약하는 것은 비난할 수는 없다. 부모의 활동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꿈을 키우거나, 물려받은 끼를 발산하며 2대, 3대에 걸쳐 사랑을 받은 연예인 가족도 있다. 배우 김용건의 아들 하정우, 가수 박남정의 딸 스테이씨 시은 등 부모 못지않은 실력으로 대중들의 응원을 받는 이들도 많다.
그러나 최근 ‘유명세’가 곧 하나의 ‘셀링 포인트’가 되면서 연예인 2세들이 어린 시절부터 미디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며 쌓는 인지도가 ‘불공평하다’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생겨나고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유명인의 자녀가 연예계, 또는 엔터 업계에 데뷔해 활약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면서, ‘네포 베이비’(nepo baby)라며 그들을 비꼬는 이들도 등장 중이다.
앞서 언급한 이종혁의 아들 이준수는 성장 과정에서 SNS 또는 유튜브 등을 통해 근황만 공개해도 화제가 됐으며, 그룹 올데이프로젝트의 문서윤처럼 연예인 2세는 아니지만 신세계그룹 총괄 회장의 외손녀로 데뷔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는 등 유명인의 2세로 ‘유리한’ 출발선에 선 것까지는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자연스럽게 쌓이는 유명세까지는 막을 수 없겠으나, 데뷔를 통해 실력을 보여주기 전부터 이를 활용하는 시도는 지양해야 하지 않을까. 인지도를 쌓고, 나아가 응원 분위기까지 조성하는 연예인 가족 예능의 결과를 돌아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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