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 말하지 못하는 증권사…'눈치보기 리포트' 언제까지 [기자수첩-증권]

서진주 기자 (pearl@dailian.co.kr)

입력 2025.07.28 07:02  수정 2025.07.28 07:02

최근 5년간 투자의견 ‘매수’ 비중만 93.1%

매도는 2010년대부터 0.1%…1000건 중 1건 꼴

실적 악화·부정 전망에도…상장사·주주 ‘눈치보기’ 만연

자본시장 도약 위해 신뢰 되찾아야…관행 개선 절실

ⓒ데일리안 AI 이미지 삽화

“부정적 전망과 함께 목표주가를 낮추지만 정작 투자의견은 ‘매수’ 혹은 ‘중립’을 제시한다. ‘매도’를 직접적으로 말하지 못해 매수를 유지하거나 중립으로 변경하는 눈치보기식 리포트가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

국내 증시의 훈풍에 주식투자를 시작했다는 한 20대 투자자의 지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5년 동안 발표된 국내 애널리스트 보고서의 투자의견을 집계한 결과, ‘매수’와 ‘적극 매수’ 의견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93.1%에 달했다.


앞서 2000년대(2000~2009년)에는 ‘매수’와 ‘적극 매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67.3%였으나 2010년대(2010~2019년) 89.6%로 치솟았고, 2020년대부터 90%를 웃돌기 시작했다. 갈수록 ‘매수 의견 쏠림’ 현상이 심화되는 것이다.


반면 최근 5년간 ‘매도’ 의견은 고작 0.1%로 리포트 1000건 중 1건만이 매도 의견인 셈이다. ‘매도’ 비중은 2000년대 1.6%였지만 2010년대 들어 0.1%로 급락한 뒤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자기자본 상위 10개 증권사(한국투자·미래에셋·삼성·NH투자·KB·키움·신한투자·하나·메리츠·대신증권)가 2024년 제시한 투자의견 보고서를 살펴보면 ‘매도’ 또는 ‘비중 축소’ 의견을 낸 곳은 하나증권이 유일하다.


국내 상장사 약 76%(2724종목)의 주가가 연초 대비 떨어졌음에도 ‘매수’를 고집한 것인데, 같은 기간 외국계 증권사들의 매도 의견 비중이 10%였던 점과 비교하면 국내 증권사의 ‘매수 일색’ 리포트 관행은 더욱 부각된다.


실적이 악화되는 기업에 부정적 전망을 제시하면서도 ‘매도’ 의견을 내지 않아 아이러니할 뿐이다. 정작 애널리스트들은 투자은행(IB)의 고객 혹은 잠재 고객인 상장사뿐 아니라 기관 투자자들과 주주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특정 기업에 매도 의견을 표할 경우, 기업설명회나 기업탐방 참여 기회가 제한되는 등 불이익이 발생하고 주주로부터 각종 비난과 항의를 받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의 독립성이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미국·영국 등 선진국처럼 ‘매도’ 시기를 알려주는 보고서를 원한다. 매수에 편중된 투자의견은 애널리스트를 향한 신뢰도 하락은 물론 주식시장의 성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고품질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온전히 다한다면 신정부가 외친 ‘코스피 5000’ 실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일조할 수 있다. 국내 자본시장이 한층 도약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관행들이 바뀔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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