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영화, 예술이 될까 [영화에 뛰어든 AI③]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7.10 08:13  수정 2025.07.10 08:13

생성형 AI로 만든 ‘AI 수로부인’은 한국저작권위원회로부터 ‘편집저작물’ 등록 인정을 받은 국내 최초의 AI영화다. ‘AI 수로부인’은 하늘 신과 바다 신으로부터 수로 부인을 구하기 위한 신라인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세 사람이 한 달만에 만든 단편 영화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인간이 AI 산출물에 추가적으로 이미지 등을 선택배열구성한 부분에 대해서만 창작성을 인정하여 영상저작물이 아닌 편집저작물로 등록된 것”이라며 AI 이미지 그 자체가 아닌 인간의 제작 과정에 대한 저작권을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라지식정보

AI 기술을 활용한 영상물이 하나둘씩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며 저작권에 대한 논의도 더욱 뜨거워졌다. 그러나 이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터라 업계인들은 우려의 시선을 거둘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지난달 문학, 방송, 영화, 음악, 미술, 사진 등 15개 창작자 단체는 공동 성명을 내고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AI가 학습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창작자들의 저작권을 보호할 수 있는 규정이 미비하다는 이유에서다.


영화 산업 내에서 AI의 장점은 분명하다. 반복적인 작업을 줄여주고, 자료 정리나 아이디어 발상 등을 도우며 제작자가 창의적인 작업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을 수 있도록 돕는다.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참석해 AI를 활용해 만든 단편영화를 선보였던 데이브 클라크 감독은 지난달 '제2회 리플라이 AI 영화제'의 심사위원단에 이름을 올리며 "영화 산업의 미래에서 AI의 역할은 영화 제작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가능한 것을 확장하는 것이 될 것"이라며 "영화 제작자가 아이디어를 더 빠르게 시각화하고, 더 자유롭게 실험하고, 더 적은 제약으로 야심 찬 스토리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돕는 창의적인 협업자가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활약은 어디까지나 인간의 창작 역량을 보완하는 선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로서는 AI 자체가 창작의 주체로 인정받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과물의 저작권은 결국 인간의 기획·연출·편집 등 개입 여부에 따라 결정될 수밖에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는 3월 '인공지능-저작권 제도개선 협의체'를 출범하며 관련 법제도 정비를 논의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기준과 가이드라인은 부재한 상태다.


해외 주요국은 AI 콘텐츠로부터 저작권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규제를 발의했다. 유럽연합(EU)는 지난해 세계 최초로 ‘AI법’을 발의했다. 이에 따르면 AI 기업은 학습 데이터의 요약본을 공개해야 하고,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물이 학습에 사용되는 것을 거부할 수 있다. 1월 미국 저작권청(USCO)은 AI가 단독으로 생성한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 대상이 될 수 없으며, 인간 창작자가 창작 과정에 기여한 사례에 한해 보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2월 AI 학습을 위한 기존 콘텐츠의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판례를 더해 창작자 권리 보호에 나섰다.

이 가운데 현장에서는 창작자 스스로의 역량도 중요하다는 시선을 드러낸 이들도 다수 등장했다.


'더 롱 비지터'(The Wrong Visiter)의 현해리 감독은 "AI 창작물 나름의 독창성을 넣으려고 노력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AI 콘텐츠를 만들었을 때 특정 배우나 자동차, 옷처럼 타인의 저작권과 초상권을 침해하는 느낌이 있는지 스스로 살펴야한다. 상당한 수의 AI 저작물을 보면 유명 배우와 닮은 인물이 많고, 특정 브랜드의 옷이 연상되는 의상도 있더라. 아직까지는 이정도의 자정작용을 하는 분위기가 없는 것 같은데, 이제 올해를 시작으로 정말 많은 창작자가 AI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 것 같은 만큼 이러한 윤리 의식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야 해외에서도 외면받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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