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FC서울이 홈에서 모처럼 화끈한 승리를 거뒀지만 김기동 감독은 활짝 웃지 못했다.
서울은 2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하나은행 K리그1 2025’ 21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린가드(PK) 등 4명의 외국인 선수들의 골이 잇따라 터지면서 4-1 대승했다.
전반 14분 루카스가 박스에서 페널티킥을 이끌어냈고, 린가드가 키커로 나서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며 선제골을 터뜨렸다.
전반 27분 포항 오베르단이 경합 중 팔꿈치를 써 레드카드를 받았고, 서울은 수적 우위 속에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전반 32분 오프사이드 트랩을 뚫고 루카스가 추가골을 넣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린가드 패스에 이어 둑스가 왼발로 세 번째 골을 터뜨렸다.
3-0 앞선 가운데 후반을 맞이한 서울은 정승원을 불러들이고 문선민을 투입했다. 후반 29분 코너킥 상황에서 이동희 헤더를 맞기 못하고 1골을 내준 서울은 10분 뒤 클리마라의 K리그 데뷔골이 터지면서 4-1로 달아났다. 올 시즌 첫 서울의 한 경기 4득점이다.
화끈한 승리를 거둔 서울은 4경기 무패(2승2무) 행진을 이어가며 7승9무5패(승점30)로 리그 6위에 자리했다. 4위 포항은 9승5무7패(승점32).
모처럼 홈에서 시원한 승리를 거뒀지만, 감독이나 선수들은 활짝 웃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서울의 ‘리빙 레전드’ 기성용이 포항으로의 이적을 앞두고 펼쳐진 '기성용 더비'였다. 기성용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등 유럽무대를 제외하고 국내서는 10시즌 동안 서울에서만 뛴 ‘서울맨’이다.
그러나 출전시간 등 여러 문제로 인해 김기동 감독과 이견이 생기면서 서울을 떠나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차기 행선지가 포항이라 이날 경기는 ‘김기동 더비’가 아닌 ‘기성용 더비’로 불리게 됐다. 기성용은 다음달 3일 메디컬테스트를 통과하면 포항으로 공식 이적한다.
최근 김기동 감독과의 면담 후 “은퇴를 생각했지만 더 뛰어야 한다는 지인들의 의견과 축구 선수로서 더 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쉽게 서울을 떠나게 된 기성용은 “끝까지 서울을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부탁했다.
하지만 경기 전부터 팀의 레전드를 홀대한 것에 분노한 서울의 공식 서포터즈 ‘수호신’은 “KIM(김기동 감독)보다 KI(기성용)”, “기성용이 서울이고, 서울이 기성용이다”, “레전드 기성용을 이렇게 보내나. 정말 서울이 맞는가” 등 구단과 김 감독을 비판하는 걸개를 들고 분노했다. 경기 중에도 서울이 무려 4골을 터뜨렸지만, 기성용 응원가와 함께 “김기동 나가”를 외쳤다. 기성용도 관중석에서 무거운 표정으로 모든 것을 지켜봤다.
승장 김기동 감독은 "홈에서 오랜만에 이겼다. (그동안)홈에서 못 이기다 보니 나부터 약간 서두르고, 심리적으로 어려움이 있었다. 선수들이 준비한대로 잘했다. 앞으로도 홈에서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서울 팬들의 거친 야유에 대해 "현 상황에서 충분히 팬들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설적인 선수가 팀을 떠나 팬들이 아쉬움을 표현한 것 같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얘기하면서 훈련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포항 박태하 감독은 기성용에 대해 "몸 상태만 괜찮으면 투입할 생각이다. 계속 훈련하고 충분히 경기에 나설 상황이 되면 언제든 주전으로 쓸 생각이다"라며 “능력 있는 선수고 아직 축구 지능이 좋다.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극복할 것이고, 우리 팀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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