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브' 감독 "히어로물이지만…현실감 갖길 바랐죠" [D:인터뷰]

이예주 기자 (yejulee@dailian.co.kr)

입력 2025.06.13 15:00  수정 2025.06.13 19:10

'과속스캔들', '써니', '타짜-신의 손' 등의 작품을 탄생시킨 강형철 감독의 신작 '하이파이브'가 개봉 2주차 스코어가 개봉주를 넘어서는 '개싸라기 흥행'을 이어가며 12일 현재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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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형철 감독은 '하이라이트'에 대해 "트렌드를 맞추려고 했던 것은 없다"며 "그냥 원래 기획했던 콘티와 시나리오의 느낌을 가져가려 했다. (작품의) 리듬이 원래 내 리듬이다"라고 의외의 답을 내놓았다.


'하이파이브'는 장기이식으로 우연히 각기 다른 초능력을 얻게 된 다섯 명이 그들의 능력을 탐하는 자들과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코믹 액션 활극이다. 지난달 30일 개봉했다.


이날 강 감독은 '하이파이브'의 시작에 대해 "재미있는 상상이었다"며 "처음에 이 이야기를 구상하게 된 건 '타짜-신의 손'을 찍을 때쯤 평소처럼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었는데, 문득 초능력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 어떨까 싶었다. 그땐 넘어갔지만 '스윙키즈'가 끝나고 다시 그 이야기가 나와서 만들게 된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소녀가 자유롭게 언덕길을 엄청난 스케일로 뛴다는 그림이 생각났다. 그렇다면 그 친구가 이야기를 끌고가는 주인공이 될 것이고, 독특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엉뚱하고 독특한 이야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그 친구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고 털어놨다.


빠르게 달리는 소녀 외에도 '하이파이브'의 초능력자는 눈에 보이는 것들을 조종하고, 큰 바람을 불러일으키는가 하면 아픈 이를 회복시키는 능력이 있다. 그럼에도 능력을 발휘하는 곳은 다소 소박하다. 강 감독은 "제가 하고 싶은 것들이 그런 것이었다. 동네 사람들을 구해주는. 고작해봐야 폐지 줍는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눈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을 위해 신호등 신호를 연장시키는 그 정도 선이다. 우리 주변과 크게 떨어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개인적으로 서사가 너무 많은 것에 대한 지루함을 못 참는 편"이라며 "그걸 대체할 수 있는 순간은 언제든지 많다. 그래서 배우의 대사나 말투, 혹은 신을 할애해서 플래시로 가는 방식으로 서사를 표현했다. 다행히 그동안 여러 명의 사람이 나오는 이야기를 해봐서 수월하게 연출했다"고 전했다.


앞서 박보영, 심은경 등의 라이징 스타를 키워낸 만큼, '빠르게 달리는 소녀' 완서 역을 맡은 이재인 또한 영화계의 주목을 받았다. 강 감독은 "배우의 캐스팅 기준은 절대적으로 '어울리는가'에 달려있다. 아무리 스타 배우여도 적역이 아니면 안된다"며 "이재인 배우는 '사바하'로 신인 배우상을 탔던 시상식에서 처음 봤는데, '어? 저 친구 누구야?'라는 생각이 들어 팔로우했다. 기회가 되면 저 친구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 오디션장에서 운명처럼 만나게 됐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재인이 카트를 끌며 벌어지는 '카트체이싱' 액션도 화제였다. 강 감독은 "야쿠르트 배달원 주변에 있는 사람으로 캐릭터를 구상하다 보니 소품을 이용해야 했다. 베트맨에겐 베트카가 있듯이 이들에겐 카트가 있지 않나. '다섯명이 (카트를) 타면 되게 웃기겠다, 그런데 저걸로 체이싱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했다. 모양새는 빠지지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고, 촬영도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2023년 유아인의 마약 파문으로 작품 개봉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하이파이브'다. 이날 개봉을 앞두고 유아인에게 '죄송하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강 감독은 "난감했다. 많은 스태프와 자본이 투입되고 어렵게 만든 작업인데, 영화 외적인 이유로 관객을 못 만날 수 있다는 것이 큰일이다 싶었다"면서도 "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영화를 열심히 다듬어서 어떻게든 세상에 내보내는 것이었다. 이 영화는 한 사람, 한 배우의 영화가 아니고 많은 배우들의 앙상블이다. 한 명의 이슈로 (작품을) 건드린다면 다른 배우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고 관객에게도 큰 실례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와 함께 극장의 부활에 대한 소망도 드러냈다. 그는 "관객이 극장에 가지 않는다. 저는 극장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고, 그런만큼 극장이 사라진다면 너무 슬플 것 같다. 극장이 없어지지 않기 위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관객 분들이 극장에 오실 수 있는 영화를 만드는 것 아니겠는가. '아, 극장이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지'라는 걸 다시금 일깨워 드리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 감독으로서 앞으로도 제 비디오가게는 장르의 다양성을 가졌으면 좋겠다.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이 가게에는 무조건 재밌는 영화가, 그리고 후진 영화가 없길 바란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영화는 없고 진정성과 부끄러움이 없는 영화. 그런 영화를 배치한 비디오가게를 꾸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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