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피할 수 없는 산업 흥망성쇠…포털‧검색엔진 사양길
가벼운 몸집으로 패려다임 변화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분사 불가피
1999년 5월. 군 전역을 앞두고 ‘이메일’이라는 걸 만들지 않으면 문명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다는 충격적인 얘길 들었다. 그리고 세상에 나오자마자 너무도 당연하게 한메일 계정을 만들었다. 그게 다음(DAUM)과의 첫 만남이었다.
포털서비스, 인터넷 검색이라는 신문물을 접하게 된 것도 다음을 통해서였다. 지금으로 치면 챗GPT만큼이나 획기적이었던, 어떤 질문이건 무려(?) 하루 만에 답을(인공지능도 아닌 진짜 인간의 지능이) 해주는 ‘지식인’을 앞세운 네이버가 등장하기 전까지 다음은 국내 인터넷 시장의 절대자였다.
2025년 5월. 카카오가 다음을 담당하는 콘텐츠CIC(사내독립기업)를 분사해 ‘다음준비신설법인’을 설립했다. 11년 전에 다음을 인수‧합병했던 카카오가 다시 다음을 분가시킨 것이다.
대외적인 명분은 ‘독자적인 경영 구조를 기반으로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었지만 지금 다음이 처한 상황을 살펴보면 거추장스러운 짐이 돼 버린 사업부문을 몸통에서 떼 내버린 모양새가 됐다.
‘온라인 우표제’(기업 이메일 유료 전환)와 같은 ‘희대의 삽질’이나 네이버라는 강력한 경쟁 포털의 급부상과 같은 ‘업종 내 요인’은 둘째 치고라도 포털, 검색엔진이라는 업종 자체의 매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2%대에서 허덕이는 점유율은 어떻게든 반등의 기회를 모색해볼 수 있겠지만, 이메일 대신 인스타그램 DM으로 소통하고 포털 검색엔진 대신 유튜브나 생성형AI로 필요한 콘텐츠를 찾아보는 트렌드 변화에는 현 체제를 유지한 상태로 대응할 도리가 없다.
분사한 다음이 회사측의 발표(희망)대로 독자 생존이 가능한 사업 경쟁력을 갖추게 될지, 카카오의 거추장스런 계열사로 눈총을 받다 매각 수순을 밟을지, 앞서간 여러 포털 사이트처럼 역사속으로 사라질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다만 열린 결말 중 새드엔딩이 포함돼 있다 한들 ‘현상유지’를 고수한다고 지속가능성을 보장받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경영진의 판단인 듯 하다.
업종의 흥망성쇠는 전통 산업분야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삼성, 현대, 대우, LG와 같은 굴지의 대기업들은 창업 1세대 시기 종합상사를 주력으로 삼았었다.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무역으로 돈을 벌어 사업을 확장하는 게 기업 성장의 ‘정석’이었던지라 종합상사는 그룹 내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그룹 입사자 중 최고 엘리트들도 종합상사로 배치됐다.
하지만 자동차, 조선, 반도체 등 제조업이 급성장하고 자체적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면서 종합상사가 할 일이 없어졌다. 지금은 사명 뒤에 ‘상사’가 붙은 기업을 찾아보기 힘들고 영위하는 사업도 전통적인 종합상사에서 벗어난 상태다.
IT는 전통 산업분야보다 변화도 빠르고 성장도 빠른 만큼 쇠락도 빠르다. 지금은 ‘주류’에 속해 있는, 카카오 역시 어느 순간 쇠락의 길에 들어설지 모른다.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해서는 패러다임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해야 하고, 그러려면 몸집이 가벼워야 한다. 그래서 ‘비주류’로 밀려난 다음을 떼어낸 건 필연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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