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의 벽…우물 안 트로트의 한계 [트로트는 요즘,③]

박정선 기자 (composerjs@dailian.co.kr)

입력 2025.04.21 03:58  수정 2025.04.21 03:58

BTS·블랙핑크 등 케이팝과 달리 글로벌 진출 난항

송가인·임영웅 등 강력한 팬덤에도 수요는 내수 집중

트로트계에서는 정체된 수요를 뚫어 줄 방안 중 하나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꼽는다. 케이팝(K-POP)의 성공 사례처럼, 트로트 음악 역시 한국의 전통적인 색을 입혀 해외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실제 케이팝은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필두로 신인급 아이돌 그룹까지 탄탄한 기획력과 체계적인 해외 시장 전략을 바탕으로 전 세계적인 팬덤을 구축하며 막대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음악’으로 세계 시장을 사로잡고, 이는 곧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 증대로까지 이어지는 긍정적 효과를 낳았다.


트로트 가수 송가인(왼쪽)과 임영웅 ⓒ데일리안 방규현 기자

하지만 찬란한 성공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케이팝과 달리, 트로트는 젊은 세대 아티스트들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로벌 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냉정한 평가가 지배적이다. 심지어 송가인, 임영웅 등 강력한 팬덤을 구축하며 음반, 공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이고 있는 이들마저 수요는 국내 시장에 국한된 것이 현실이다.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송가인, 임영웅, 영탁 등이 대규모 단독 투어를 진행했고, 홍진영은 지난 2022년 4월 영어곡 ‘비바 라 비다’와 미국 팝가수 프롤리와 협업한 ‘걸 인 더 미러’(Girl In The Mirror)를 발매했다. 팬덤을 바탕으로 한 트로트 가수의 아이돌화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현재까지는 해외 콘서트는 교민 기반 공연 수준에 머무르고, 해외를 공략한 영어 노래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상 유의미한 소비층 확장은 아직 발견하기 어렵다.


트로트 가수들의 해외 시장 진출의 가장 큰 허들은 문화적 장벽이다. 트로트 가사의 대부분은 한국어이고, 내용 또한 한국인의 정서와 깊이 연결된 경우가 많다. 사실상 외국인들이 트로트 음악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로트 특유의 창법이나 리듬, 멜로디도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도 마찬가지다.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부재 또한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케이팝의 경우 데뷔 단계부터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두고 체계적인 전략을 세우고, 막대한 자본을 투자해 적극적 홍보 마케팅 활동을 펼친다. 케이팝과 달리 트로트는 아직까지 이 같은 체계적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이 미흡한 것이 사실이고, 상대적으로 투자가 부족해 해외 팬들에게 노출될 기회도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트로트가 글로벌 시장의 벽을 넘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 트로트 시장에는 ‘전통’에 매몰되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곡들이 다수 발매되고 있다”면서 “트로트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팝, 록, EDM 등 해외 리스너들 입장에서 신선하지만 낯설지 않은 다양한 장르와의 융합이 이어지고 있어 해외 시장을 겨냥하는 트로트 가수들이 점점 더 먾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뿐만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 즉 전 세계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유튜브 등을 활용해 음악은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해외 팬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트로트를 접하도록 하는 움직임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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