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에서는 정규시즌 타율 1위에 오른 선수를 ‘타격왕’이라 부르며 명예를 드높인다.
타격왕이란 말 그대로 타격에 있어 가장 뛰어난 선수를 지칭하는 것. 하지만 한국에서는 홈런이나 타점 부문의 수상자가 아닌 타율 1위에 오른 선수에게 그러한 호칭을 허락하고 있다.
최근 타자들의 파워가 점점 강해지고, 홈런 수가 늘어남에 따라 과연 타율이 ‘타격왕’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인가에 대해 끊임없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메이저리그에서는 타율만으로 선수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위험한 추측이라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메이저리그의 전문가들 중 일부는 타격 3관왕(타율, 홈런, 타점)을 선정하는 기준에서 타율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일부’ 전문가들의 대표 주자는 통계 야구의 대명사인 세이버매트리션들이다.
아직도 한국의 많은 팬들은 타율이 높은 선수를 좋은 타자라 평가하며, 한 팀의 타력을 논할 때도 팀 타율을 최우선시 한다. 하지만 방어율과 달리 타율은 개인이나 팀이 보유하고 있는 ‘타격에 대한 능력’을 보여주는 데 있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통계 프로그램을 통해 득점과 타격 스탯 간의 상관관계를 도출해 보면(2005년부터 2007년까지의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기록 기준), 한 팀의 총득점과 타율은 약 72.4%의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이 정도면 꽤나 높은 연관성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
이에 반해 출루율과 장타율은 각각 83.3%, 84.3%로 더욱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며, 그것이 출루율과 장타율을 합한 OPS를 대입한 분석결과는 무려 92.4%로 타율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인다.
쉽게 말해 타율이 높은 팀보다 OPS가 높은 팀이 득점을 더 많이 하며, 곧 더욱 강한 타력을 지닌 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팀 타율에 비해 득점이 적게 나타난다면, 이는 장타율이나 출루율이 낮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결국 이것은 선수 개개인을 평가함에 있어서도 타율보다 OPS가 더욱 중요한 척도임을 말해준다. 타율이 낮더라도 OPS가 높은 선수는 팀 득점에 많은 영향을 미치며, 득점은 승리로 연결되는 가장 중요한 기록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타율은 여전히 많은 야구팬들에게 익숙하고, 또한 널리 알려져 있는 평가기준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더 이상 ‘타율 1위=타격왕’이라는 논리는 현대 야구에서 통하지 않는다. 야구계의 혁명과도 같았던 베이브 루스의 등장 이후 가장 뛰어난 타자는 ‘똑딱이 타자’가 아닌 홈런을 펑펑 쏘아 올리는 거포들에게 주어졌다.
한국 프로야구도 기술적인 면과 통계를 이용하는 측면에서 끊임없는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를 즐기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팬들의 눈높이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경계가 애매모호한 ‘타격왕’이라는 용어는 이제 사라지거나 재정비를 거쳐야할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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