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페이스북
X
카카오톡
주소복사

[금융당국의 '공매도 3대 과제' ②] '성난 동학개미'와 소통‧공감


입력 2021.02.14 06:00 수정 2021.02.13 21:56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한국판 게임스톱' 집단행동 누그러뜨릴 신뢰회복 급선무

"'돈 잃은 개미 화풀이'로 치부 말고 '소통 쇼'라도 하라"

공매도 긍정효과 언급하기도 어려운 시장환경 개선해야

'동학개미' 그림 ⓒ데일리안 '동학개미' 그림 ⓒ데일리안

금융당국은 공매도 금지 기간이 종료되는 5월 3일까지 공매도 논란을 가라앉혀야 하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고 있다. 금융시장에선 기관과 외국인투자자들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보완책 마련과 함께 불만의 목소리가 높은 개인투자자들과의 소통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다. 여기에 동학개미 표심 냄새를 맡은 정치권의 개입을 차단할 수 있는 방어벽도 쌓아둬야 하는 상황이다.


공매도 논란이 촉발된 본질은 정책적 실패 보다는 정무적 실패에 가깝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 발표와 함께 '공매도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자료를 내놓고 여론전에 나섰지만, 성난 동학개미들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실패했다.


금융당국이 공매도가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대해 "이론적이나 실증적인 타당성이 검증된 바 없다"고 해명에 나서고, "공매도 투자자도 손해를 볼 수 있다. 오히려 공매도의 이론상 손실범위는 무한대"라고 설명했는데도 싸늘한 여론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개미들의 숙원'인 불법 공매도에 대한 강력한 처벌 조항 마련에도 비슷한 반응이다. 법 개정을 통해 공매도와 관련된 불법 행위에 대해 1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규정을 신설하고, 벌금도 부당이득의 3∼5배 수준으로 강화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조치라는 평가에도 개인투자자 카페 등에선 "징역 10년은 해야 불법 공매도가 근절되지 않겠냐"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실제 공매도를 바라보는 여론은 부정적 인식이 압도적이었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9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조사한 결과, 공매도 재개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은 60.4%로 과반인 반면 '찬성한다'는 응답은 24.0%에 불과했다. 공매도 제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가능한 방법은 다 쓰고 있는데, 여론의 반응에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이는 제아무리 파격적인 처방전을 내놓더라도 의료진에 대한 신뢰 없이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시장에선 공매도를 둘러싼 금융당국의 세밀한 여론전략과 신뢰 회복이 급선무라고 조언하고 있다.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못믿는 사람이 약을 주면 약발이 받겠냐"고도 했다.


금융당국이 식히지 못한 성난 공매도 여론은 시장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당장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저항은 조직화되는 조짐이다. 시장논리에 따른 대응이라기 보단 감정적 응징 성격이 강하다. 최근 뜨거운 주식시장 열기와 개인투자자들의 압도적인 공매도 반대 목소리까지 더해지며 시장에 만만치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공매도 해법은 소통…은성수 예능프로램 출연할 각오해야"


현재 공매도 재개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게임스톱'처럼 국내에서도 반(反)공매도 운동을 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개인투자자 모임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공매도 폐지', '금융위원회 해체' 등의 문구를 부착한 버스를 공매도 금지 기간이 종료되는 3월까지 서울 여의도와 광화문 등에서 운행시키며 대대적인 홍보전에 나서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집단행동에 나서는 데에는 그간 주식시장을 호령해온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에 겨냥한 '네들도 당해봐라'라는 보상심리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과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무차입 공매도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지워지지 않은 트라우마로 남아있다.


금융당국은 개인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향후 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이 증권가 '큰손'으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매도에 대항하는 이들의 집단행동이 금융정책 결정은 물론 시장 자체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금융위가 '소통 쇼'라고 하더라도 정치인들처럼 소통행사를 갖고 개인투자자들과 직접 맞닥뜨리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은성수 위원장이 학구적인 분인데,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할 각오 정도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첫째도 둘째도 여론인데, 금융위는 금융학계론을 펴면서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금융위는 이런 여론의 흐름이 더 악화돼 변동성을 키우는 상황까지 가지 않도록 조절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관련기사
이충재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