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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뛴다-68] SK(주), 최태원 신성장동력 개척 전초부대


입력 2021.01.18 07:00 수정 2021.01.18 11:57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에너지,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 등 '금맥찾기' 성과

글로벌 투자전문성 바탕으로 '블루오션' 찾기에 두각

SK(주)투자한 미국 수소에너지기업 플러그파워의 탱크로리. ⓒSK(주) SK(주)투자한 미국 수소에너지기업 플러그파워의 탱크로리. ⓒSK(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사회적 가치 전도사’로 재계에 널리 이름나 있지만, 누구보다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혁신’을 강조하는 총수이기도 하다. 그는 수시로 그룹 경영진들에게 ‘딥 체인지’를 강조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기회를 발굴할 것을 요구한다.


혁신은 기존 사업구조를 기반으로 발전적 변화를 추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새로운 사업분야나 기업에 대한 투자로 신성장동력을 개척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SK그룹의 신성장동력 개척의 선봉에 있는 기업이 바로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주)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SK(주)는 지분법 이익이나 상표권 수익에 의존하는 다른 지주회사들과 달리 그룹의 신사업 투자를 주도하는 투자형 지주회사라는 독특한 형태로 다양한 분야에서 큰 투자성과를 내며 주목받고 있다.


지주회사의 특성상 SK(주)가 투자한 사업분야나 기업이 크게 성장해 그룹 내 비중이 커지더라도 지배구조상 잡음이 없는 구조다.


SK(주)는 그동안 반도체 소재, 바이오·제약, 에너지, 물류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공격적인 투자로 ‘숨겨진 금맥 찾기’에 전력을 기울여 왔으며 상당부분 소기의 성과를 거둬왔다.


올해 초 미국 수소에너지 기업 플러그파워에 ‘대박’을 친 게 대표적이다. 지난 7일 SK(주)와 자회사인 SK E&S가 각각 8000억원씩 1조6000억원(15억달러)을 공동 투자해 9.9%의 지분을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선 플러그파워는 불과 5일 뒤인 12일 르노그룹과의 제휴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130%나 급등했다. SK가 보유한 지분가치가 단숨에 2조원 이상 상승한 것이다.


플러그파워는 수소 사업 밸류체인 내 차량용 연료전지(PEMFC), 수전해(물에 전력을 공급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핵심 설비인 전해조, 액화수소플랜트 및 수소 충전소 건설 기술 등 다수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플러그파워는 매년 약 50% 수준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해 왔으며, 이번에 르노그룹과 프랑스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 및 최첨단 수소 차량 생산라인 구축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성장 가능성은 더욱 커졌다.


앞서 지난달 초 그룹의 ‘수소 사업 추진단’이 설립되는 과정에서 중추적 역할을 맡은 SK(주)가 불과 한 달여 만에 공격적 투자로 성과를 낸 것이다.


SK(주)의 투자 방향은 철저히 ‘블루오션’에 국한된다. 그동안 쌓아온 글로벌 투자 전문성을 바탕으로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없었거나 주목 받지 못한 신규 성장 사업을 발굴해 투자하는 것이다.


이들 사업은 기술장벽이 높고 고성장하는 영역이니만큼 초기 투자를 통한 시장 선점 효과로 향후 높은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최대 장점이다.


대표적인 분야가 G&P(Gathering & Processing) 사업이다. SK(주)는 국내에서 G&P 사업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던 2017년 북미 G&P 업체 중 최고 수준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보유한 유레카 미드스트림 홀딩스(Eureka Midstream Holdings)에 대한 투자를 결정했다.


SK(주)는 유레카 투자 후 두 달여 만에 600만 달러의 4분기 배당액을 확보하며 조기에 투자 수익을 거둬들이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이후에도 SK(주)는 2018년 브라조스(Brazos), 2019년에는 블루레이서(Blue Racer) 등에 도합 5600억원 규모를 투자하며 G&P 사업 확대에 나섰다. 이들 세 곳의 G&P 기업이 1년에 처리하는 천연가스 물량의 합은 약 2400만t 규모로 우리나라 LNG 수입량의 60%를 상회한다.


G&P 기업 대부분이 비상장사라 정보 접근이 제한돼 있어 외국기업이 투자자로 참여한 사례가 극히 드물고, 이미 해당 영역에 발을 담그고 있는 에너지 기업들이나 에너지 전문 사모펀드(PE)들의 투자가 집중될 수 밖에 없다.


SK(주)는 유레카 투자 이후 지속적으로 현지 에너지업계와의 접점을 늘려갔으며, 2018년 브라조스 투자 당시에는 글로벌 PE와 투자은행, G&P 전문기업 등 70여개 업체와 각축전을 벌인 끝에 투자에 성공하자 북미 에너지 업계에 본격적으로 SK(주)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SK(주) 경기도 판교 SK바이오팜 생명과학연구원에서 연구원이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SK(주)

코로나19 사태로 각광받고 있는 바이오·제약 사업도 SK(주)가 집중 투자해온 분야 중 하나다. SK(주)는 2019년 10월 중국의 바이오 벤처 ‘하버바이오메드(Harbour BioMed)’에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싱가포르 바이오 벤처 기업인 ‘허밍버드 바이오 사이언스(Hummingbird Bioscience)’에 투자하며 항체 의약품 시장 진출을 위한 혁신기술 선점에 나섰다.


항체 의약품이란 질환을 유발하는 단백질에 선택적으로 결합해 항원의 작용을 방해하는 체내 면역 단백질로, 대표적 바이오 의약품으로 꼽힌다. 부작용이 적고 약효가 뛰어나 대형 제약사들이 앞다퉈 개발 중인 고부가 약품이다.


허밍버드는 항체신약개발의 핵심 요소인 최적의 항체 발굴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기존 항체 개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SK(주)는 이번 투자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바이오 의약품 시장 진입과 함께 신약개발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SK바이오팜이 독자 개발한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는 지난 5월 미국 시장에서 ‘엑스코프리’라는 이름으로 출시됐고, 수면장애 신약 솔리암페톨(미국 제품명 수노시)는 지난 2019년 7월부터 미국에 판매되고 있다.


SK(주)는 신약개발 외에도 원료의약품 생산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며 집중 투자하고 있다. SK(주)의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텍은 1998년부터 특허 만료 전의 고부가가치 원료의약품을 글로벌 제약사들에 수출해 왔으며 2017년 국내기업으로는 최초로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아일랜드 생산시설을 통째로 인수했다.


2018년에는 SK(주)가 미국의 CDMO인 앰팩(AMPAC) 지분 100%를 인수하는 글로벌 M&A에 성공하면서 국내 제약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난 6월에는 앰팩 버지니아 신생산시설 가동을 시작함으로써 한국-미국-유럽의 글로벌 생산기지가 모두 풀가동에 돌입했다.


SK(주)는 2025년까지 CMO 사업 가치를 10조원 수준으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SK(주)가 보유한 한국과 유럽, 미국의 원료의약품 생산설비 규모도 총 100만리터 수준에서 2020년 이후 글로벌 최대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미국 스마트글라스 기업에 투자한 국내 기업도 SK(주)가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SK(주)가 실리콘밸리 현지의 혁신제품 제조업체에 투자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 글라스는 IP주소 연동 등을 통해 원격 제어, 보안, Wi-Fi 중계기 등 건물 내부의 데이터 플랫폼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기회가 무궁하다. 우버(Uber)와 위워크(WeWork)에 투자 중인 소프트뱅크를 포함, 최첨단 ICT 기업들이 스마트 글라스에 전격 투자하는 이유다.


미래 기술을 보유한 기업 투자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미국 스타트업 진에딧(GenEdit)과 뇌회로 분석 스타트업 엘비스(LVIS) 등에 투자했으며, 이듬해에는 원격진료 시대의 니즈에 발맞춰 디지털 가상환자를 제작하는 프랑스의 비저블페이션트(Visible Patient)사에 약 30억원을 투자했다.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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