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결말' 중요한 스릴러 영화 리메이크…"변화없다면 의미 없다"

류지윤 기자 (yoozi44@dailian.co.kr)

입력 2020.12.04 13:00  수정 2020.12.04 10:47

해외 원작을 리메이크해 한국 정서로 녹여낸 영화들이 매년 극장가를 두드린다. 현재 '콜'이 화제의 중심에 있고 스페인 영화 '인비저블 게스트'를 리메이크한 소지섭 주연의 영화 '자백'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원작이 관객들에게 많이 알려진 작품이라면 기존 팬들의 관심을 선점할 수 있고, 숨겨진 작품이라면 완성도와 신선함을 함께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장르에 따라 장점은 독으로 변질 될 수 있다.


멜로나 휴머니즘을 내세운 영화를 리메이크했다면 결말을 향해 가는 캐릭터들의 감정 변화, 현 상황에 맞춘 시대배경을 각색해 관객들의 입맛을 맞추지만, 스릴러 장르를 리메이크 한다면 영화의 중요한 쾌감을 담당하는 반전과 결말을 알고 있는 관객들이 있어, 그들을 한 번 더 놀라게 만들 장치를 고안해내야 한다.


액션 스릴러 '더 타겟'을 레메이크한 '표적'(2014) 284만, 영국 소설과 드라마로 만들어진 '핑거스미스'를 재해석한 '아가씨(2016)' 는 428만, 홍콩영화 '마약전쟁'을 리메이크한 '독전'(2017)은 506만 관객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잘 만들어야 본전이라는 리메이크 영화의 편견을 깨고 '아가씨'는 빅토리아 시대를 일제시대로 옮겨왔다. 원작에서 두 여성 캐릭터가 적대적인 관계였다가 연대를 맺는 퀴어 코드가 반전의 요소였다면, 영화에서는 퀴어코드를 중반부부터 심어놓고 그들의 미묘한 감정신에 더 주력했다.


스페인 영화 ‘더 바디’를 리메이크한 ‘사라진 밤’은 시체 보관실에 있던 아내 시신이 사라지는 것으로 시작하는 이야기의 골격은 차용했지만, 행사 캐릭터의 비중을 높이고 남편과 아내가 살아있을 때의 관계, 관계가 틀어진 후의 심리 등 캐릭터를 중심으로 각색했다, ‘사라진 밤’은 기대작은 아니었지만 당시 131만 관객들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달 27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호평받고 '콜'은 영국영화 '더 콜러'를 리메이크했지만, 집이란 공간 안에서 전화로 과거와 현재의 인물이 통화를 한다는 설정을 제외하고는 많은 걸 변경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전종서가 연기한 영숙의 존재다. 원작에서는 영숙의 존재가 카메라에 노출이 되지 않는다. '콜'에서는 과거와 현재 두 인물의 비율을 동등하게 두고 빌런을 확장시키며 차별화를 뒀다. 또 원작에서는 두 인물이 연대해 사건을 해결하지만, '콜'은 적대적인 관계로 설정했다.


이충현 감독은 "사실상 원작을 보면 다른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물의 이야기와 디테일이 서로 다르다"고 밝혔다.


모두가 좋은 평을 받은 건 아니었다. 중국영화 '침묵의 목격자'를 각색한 '침묵'(2016)은 49만에서 레이스를 멈췄다.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최민식이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됐으나 원작이 재판 과정을 통해 긴장감을 유발했다면 '침묵'은 임태산의 연인 유나를 향한 사랑과 후반 미라의 부정으로 포커스가 맞춰진 감정이 관객들의 공감을 얻지 못해 아쉽다는 평이다. 특히 반전으로 드러난 미라의 죄를 덮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임태산의 본심은, ‘굳이 그래야 했나’란 엇나간 부정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리메이크 영화의 가장 처참한 실패작은 '은밀한 유혹'이다. 이 작품은 카트린 아를레 소설 '은밀한 유혹'이 아닌, 그 원작 영화버전인 '갈대'를 리메이크 했고 여성 캐릭터가 처한 상황을 제외한, 성향과 결말을 바꿔버리며 혹평을 받았다. 절박한 상황으로 연민을 자아내던 지연이, 알고보니 피라미드 꼭대기 있었다는 설정은, 공감과 설득력도 없었다. 이 작품은 임수정과 유연석이란 주연 배우 이름값에 못미치는 14만 관객에 그쳤다.


원작과 너무 달라도, 그렇다고 너무 똑같아도 한국의 감성과 맞지 않는다고 외면받을 수 있는 것이 리메이크 작품의 숙명이었다. 여기서 변화를 어떻게, 균형있게 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용필름 관계자는 "리메이크를 할 때 영화에서 새롭게 추가하고 싶은 부분부터 고민을 한다. 예를 들어 '독전'은 이 선생이란 캐릭터가 없었지만 추가해 새롭게 풀어갔고 '콜'의 영숙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스릴러 특성상 원작을 고를 때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찾는 것도 리메이크 영화를 잘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등 한국 관객들이 자주 접하는 국가가 아닌,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스웨덴 등 비교적 한국 관객들이 접하기 어려운 숨겨진 보물을 찾아내려고 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리메이크 영화가 늘어나는 것은 소재 고갈의 한계에 눈을 돌리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리메이크에 기대 창의적인 스토리텔링에 게을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우려에 대해 제작사와 관계자들은 "더 이상 관객들은 변화 없이 리메이크 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리메이크 작품이더라도 새로운 설정들을 찾아내야 하는 것이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주된 고민이다"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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