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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기 감사분석①] 경제성 최악의 시나리오 썼다…수익은 낮게, 비용은 높게


입력 2020.10.22 08:09 수정 2020.10.22 08:23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원전 이용률과 전기 판매단가 낮추니

계속운전 해도 남아나는 수익이 없다

감사원 "수익은 낮게, 비용은 높게 추정"

감사원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관련 감사에 대해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발표한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1호기가 보인다. ⓒ한수원 감사원이 월성1호기 조기 폐쇄 타당성 관련 감사에 대해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발표한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운전이 영구정지된 월성1호기가 보인다. ⓒ한수원

한국수력원자력은 문재인 정부 이전 자체 분석을 통해 월성1호기가 4조원의 경제성을 갖는다고 평가했었다. 한수원 이사회는 이를 근거로 설계수명이 2012년까지였던 월성1호기를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해 수명을 2022년까지 연장했고, 2015년부터 운전을 재개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월성1호기 가치는 불과 4개월 만에 4조원에서 224억원까지 뚝 떨어졌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취임한 무렵인 2018년 3월부터 한수원 긴급이사회가 개최된 6월 사이 일어났다. 이런 정황에 대해 원전업계와 정치권은 의혹을 제기했지만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은 "절차상 문제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최재형호 감사원은 20일 "월성1호기 경제성이 불합리적이고 과도하게 저평가됐다"며 이 사안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비로소 산업부와 한수원이 어떠한 방식으로 월성1호기 경제성을 낮춰왔는지 그 내막이 드러났다.


월성1호기 평균이용률 85%인데
회계법인 시켜 60%까지 떨어뜨려
이용률 내려가면서 경제성 주저앉아


삼덕회계법인 이용률 적용 내역(2018년 5월 11일). ⓒ감사원 감사보고서 삼덕회계법인 이용률 적용 내역(2018년 5월 11일). ⓒ감사원 감사보고서

한수원 이사회가 월성1호기 경제성을 낮추기 위해 시도한 방법 중 하나는 '이용률'을 낮게 예측하는 방식이었다.


원전은 돌리지 않고 세워놓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생산단가는 오르고 전기판매량은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하락한다. 한수원 이사회는 이 점을 이용해 월성1호기 향후 4.4년간 이용률을 과거 이용률 평균값을 낸 평균이용률보다 낮게 추정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원전 이용률과 관련해 "한수원과 용역계약을 체결한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4일 한수원에 월성1호기 평균이용률 85%를 적용한 경제성 평가 결과를 제시했다"면서 "그런데 같은 날 산업부와 면담에 이어 한수원과 회의를 한 뒤 이용률을 70%로 낮춰 잡았다"고 설명했다.


원전 이용률 낮춰잡기는 단발로 끝나지 않았다. 일주일 뒤인 5월 11일 다시 열린 재검토 회의에서 이용률은 더 낮아졌다. 한수원과 삼덕회계법인만 참여하면 되는 이 자리에 산업부 공무원이 동석했다. 감사원은 "이 자리에서 삼덕회계법인은 산업부와 한수원과 회의 끝에 이용률을 70%에서 60%로 변경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월성1호기를 계속운전 한다면 향후 4.4년간 이용률은 60%, 경제성은 224억원을 낼 것이란 결론으로 굳혀졌다. 한수원은 회계법인으로부터 이같은 내용의 경제성 평가 결과를 제출받고 6월 15일 이사회에서 '월성1호기 운영계획안'을 의결했다.


월성1호기 경제성 평가에 참여했던 삼덕회계법인 직원은 경제성 평가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한 뒤인 5월 24일 한수원 직원에게 전자메일을 보냈다. 그는 "처음에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돼버린 것 같아 씁쓸하다"라고 썼다.


전기판매가격 내리면 수익 줄어드는데
수차례 걸쳐 월성1 판매단가 하향조정
결국 킬로와트시당 51.52원까지 하락


삼덕회계법인 경제성 평가 변동 현황. ⓒ감사원 감사보고서 삼덕회계법인 경제성 평가 변동 현황. ⓒ감사원 감사보고서

산업부와 한수원이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원전을 돌려 생산하는 전기 판매가격까지 낮춰잡은 것이다. 전기 판매가격이 내려갈수록 수익이 줄어드는 건 당연지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초 삼덕회계법인은 월성1호기 판매단가가 2017년 킬로와트시(㎾h)당 60.76원에서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매년 1.9%씩 오를 것이라고 추정한 회계보고서를 한수원에 제출했다. 하지만 산업부 공무원과 면담, 한수원 담당자와 회의를 진행하고 나더니 2017년 판매단가 60.76원이 2022년까지 매년 동일하게 적용될 것이라고 낮춰 수정했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한수원은 5월 11일 다시 재검토회의를 통해 삼덕회계법인에 판매단가를 '한수원 전망단가'로 변경하도록 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수원 전망단가는 실제 원전 이용률이 한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수립 시 예상 원전 이용률보다 낮을 경우 판매단가보다 낮게 추정된다. 즉 원전 이용률이 내려가면 한수원 전망단가도 하락한다.


한수원이 월성1호기 판매단가를 낮추기 위해 머리를 쓴 대목이다. 2017년은 국가정책에 의해 원전 이용률이 40%에 불과한 시기였다. 2016년 경주 지진 후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로 원전이 멈춰선 데다 이듬해 대선에서 탈원전을 내세운 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계획예방정비를 명목으로 원전을 세웠다.


결국 2017년 한수원 전망단가는 55.08원/㎾h으로 추정돼, 실제 판매단가(60.76원/㎾h)보다 9.3% 낮았다. 5년 평균 한수원 전망단가는 51.52원/㎾h로 추정됐다. 감사원은 한수원 전망단가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재검토회의에 참석한 산업부 공무원과 한수원 관계자는 한수원 전망단가의 합리성에 대해 사전에 검토한 바가 전혀 없었다"며 "그럼에도 이들은 한수원 전망단가를 사용할 경우 월성1호기 계속가동 경제성이 낮아진다면서 이를 판매단가로 사용할 것을 삼덕회계법인에 요구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심지어 삼덕회계법인 관계자도 "한수원 전망단가가 실제 판매단가보다 낮아 경제성 평가에 그대로 적용하기 어려우며 보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한수원과 산업부 관계자는 이러한 사정을 알면서도 삼덕회계법인에 한수원 전망단가를 보정하지 않고 사용하도록 함으로써 결국 계속가동 시 전기판매수익을 낮췄다.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비용 과다추정
"월성본부의 6분의 1 줄어들 것" 과장
인력감축 따른 수선비도 과도하게 산정



월성원자력본부 현원 변동 내역. ⓒ감사원 감사보고서 월성원자력본부 현원 변동 내역. ⓒ감사원 감사보고서

월성1호기 계속가동 시 전기판매 수익은 낮게 추정한 반면,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인건비 및 수선비 등은 과다하게 측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삼덕회계법인은 2018년 5월 3일 경제성 평가에서 월성1호기 가동중단으로 월성원자력본부 인력이 감소하지 않을 것으로 가정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4일 산업부 면담과 한수원 논의를 진행하고는 월성본부 인력 464명의 6분의 1인 77명이 즉시 감소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이같은 논리라면 한수원은 고리1호기 영구정지 시에도 본부 인력 384명을 감축해야 했으나 실제 고리본부 인력을 줄이지 않았다"며 "종합해 보면 월성1호기가 가동중단된다고 해서 본부인력의 6분의 1이 즉시 감소하는 것으로 가정한 것은 과다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은 즉시 가동중단 시 기존 월성1호기 인력(444명)의 약 61~63%인 271~280명이 월성2호기를 운영하는 것이 합리적인데도 삼덕회계법인이 인력의 50%만 남는 것으로 가정했다고 강조했다. 감사원은 "월성1호기 인력의 약 11~13%에 해당하는 인건비가 영구정지 이후에 필요한 인건비에 반영되지 않음으로써 월성1호기 가동중단으로 감소되는 인건비가 과다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수선비에 대해서도 "월성1호기 인력이 일부 변동돼도 기존 발전소나 본부 운영·유지업무, 기존의 본부사옥 및 사택 운영·유지 업무의 규모가 변경되는 것은 아니다"며 "인력감축에 따른 수선비 감축 비중, 비경상 수선비 비중 등을 과도하게 산정한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감사원은 "삼덕회계법인이 한수원에 제출한 경제성 평가 용역보고서에서는 월성1호기의 즉시 가동중단 대비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224억원으로 분석됐다"며 "월성1호기 계속가동의 경제성이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총평했다.

유준상 기자 (lostem_bas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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