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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쏘나타 하이브리드, 엔진과 전기모터의 환상 콜라보


입력 2020.09.30 07:00 수정 2020.09.29 16:46        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시내주행 연비 20km/ℓ 상회…고속도로보다 더 좋아

능동 변속제어 기술로 달리는 재미도 업그레이드

신형 쏘나타 주행 장면.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 주행 장면. ⓒ현대자동차

전기자동차 시대가 성큼 다가왔지만 여전히 주행가능거리와 인프라의 한계는 남아있다. ‘부릉 부릉’ 거리는 엔진음에 대한 로망이 있는 이들도 있고, 낯선 시스템에 적응이 필요한 이들도 있다.


새 차 구매를 앞두고 기름을 태워 달리는 자동차에서 벗어나야 할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전기차의 기술적 진보와 인프라 구축 확대, 그리고 스스로의 적응기간으로 최소 5년, 길게는 10년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그 과도기를 함께하기 적합한 차가 있다. 바로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가장 대중적인 패밀리카로 손꼽히는 현대자동차의 중형 세단 쏘나타에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장착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최근 시승해봤다. 시승 구간에는 제2경인고속도로와 자유로 등 고속도로와 서울시내 구간 등이 포함됐다.


초창기 하이브리드카에서 배터리와 전기모터는 내연기관으로 달리는 차가 여기저기 흘리고 다니는 운동에너지를 주워 담아 기름값을 좀 아껴주는 보조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배터리의 집적도가 높아지고, 이를 자동차에 적용하는 기술도 좋아지며 점차 직접적인 동력원으로서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시동을 걸고 주차장을 나서는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영락없는 전기차다. 시동을 건다기보다는 시스템을 켠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저속에서는 엔진이 꺼진 채로 미끄러지듯 굴러간다.


모터 단독으로도 38kW의 최고출력과 205(N·m)의 최대토크를 내니 갑자기 속도를 높이거나 기울기가 큰 경사를 오를 때가 아니라면 굳이 잠자고 있는 엔진을 깨울 필요가 없다.


체감상 주택가 골목길은 물론, 신호등으로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시내 도로에서도 엔진보다는 전기모터가 바퀴를 굴리는 일이 더 많게 느껴진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계기판에 나타난 에너지 흐름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계기판에 나타난 에너지 흐름도.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배터리 용량에 한계가 있긴 하지만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다양한 방식으로 배터리를 충전시킨다.


흔히 알려진 ‘회생제동 시스템’(속도를 늦출 때의 잉여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장치)은 브레이크를 밟을 때는 물론 가속페달을 떼고 탄력주행을 할 때도 개입한다.


계기판의 에너지 흐름도가 엔진과 모터, 배터리를 오가는 에너지 흐름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회생제동 시스템이 개입될 때는 ‘위이잉’하는 작은 소음이 발생해 에너지의 축적 상황을 가늠할 수 있다.


배터리가 회생제동만으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고속주행시에도 전기모터의 개입이 불필요할 경우에는 엔진의 남는 힘을 전기모터를 충전하는 데 사용한다.


시내도로가 길어져 전기모터 주행이 잦아지면서 배터리 용량이 바닥에 가까워질 경우에는 차량이 정지상태인데도 엔진이 가동된다. 엔진을 돌려 배터리를 충전시키는 것이다.


사실, 배터리 충전을 위해 엔진을 돌릴 상황이라면 차라리 엔진으로 차량을 움직이는 게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엔진구동→배터리 충전→전기모터 구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터리 충전시의 엔진 구동은 외부 변수 없이 가장 효율이 좋은 상태로, 가장 높은 연비를 내며 이뤄지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기름값을 아끼는 데 더 유리하다.


신형 쏘나타 주행 장면.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 주행 장면. ⓒ현대자동차

고연비에 초점을 맞춘 차라고 퍼포먼스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고속도로로 나오면 기대 이상의 동력 성능으로 ‘밟는 재미’를 선사해준다. 램프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해 급하게 속도를 올릴 때나 추월을 위해 급가속을 할 때도 전혀 부족함 없는 힘을 보여준다.


연비에 최적화된 스마트스트림 G2.0 GDi 하이브리드 엔진은 최고출력이 152마력, 최대토크가 19.2kgf·m로 배기량 대비 뛰어난 수준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운전자가 더 많은 힘을 요구할 경우 전기모터가 개입해 부족한 출력을 보조해준다.


엔진과 전기모터가 함께 돌아갈 때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최고출력은 195마력으로, 가솔린 터보 모델인 쏘나타 센슈어스(180마력)보다 오히려 높다.


특히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의 세밀한 변속이 만족감을 더해준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장착된 능동 변속제어 기술(ASC)은 하이브리드 모터로 자동변속기를 초당 500회씩 초정밀 제어하는 기술로, 기존 하이브리드 차량 대비 30%나 빠른 변속이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터보엔진 특유의 높은 토크(27.0kgf·m)를 지닌 쏘나타 센슈어스에 비해 민첩성 측면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코너에서의 움직임도 다소 부족해 보이지만, 이는 차량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고연비 차량의 특성상 작은 사이즈의 휠을 장착한 한계로 생각된다. 쏘나타 센슈어스에는 기본 16인치 타이어가 장착되며, 최대로 선택할 수 있는 사이즈가 17인치다.


2.0 가솔린이나 1.6 터보 모델과 비교해 ℓ당 8km씩 더 주행할 수 있다는 메리트를 감안해 일정 수준 감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솔라루프 시스템' ⓒ현대자동차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한 '솔라루프 시스템' ⓒ현대자동차

현대차는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하면서 ‘솔라루프 시스템’이라는 연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는 장치도 적용했다. 쉽게 말해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달아 하이브리드 시스템에 장착된 배터리를 충전해주는 장치다.


개인적으로 이 장치는 쏘나타 하이브리드에 일괄 적용하기보다는 선택 사양으로 뒀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이 장치로 인한 제조비용 상승 요인이 있을 것이고, 미관 측면에서도 그냥 밋밋한 지붕에 비해 크게 나을 게 없어 보인다(현대차 측은 ‘유니크한 외관 이미지’라고 주장하지만).


더구나, 시승 과정에서 이 솔라루프가 차내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GPS 수신을 방해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막히는 도로를 주행할 때 여러 경로를 동시에 확인하기 위해 차량 자체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동시에 사용했는데,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이 계속해서 GPS 수신 오류를 일으키며 차의 위치를 잡아내지 못했다.


물론 전화 통화나 데이터 수신에는 문제가 없었고, GPS 오류도 스마트폰 기종이나 특정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것일 수 있겠지만, 솔라루프의 선택 여부가 가능하다면 굳이 선택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측에 따르면 솔라루프 시스템은 1년 기준 총 1300km를 더 주행할 수 있게 해준다고 한다. 대신 ‘하루 6시간 야외 충전’이라는 전제 조건이 달리는데, 차를 지하 주차장에 두는 경우가 많은 차주라면 효용 가치는 크게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1300km의 주행거리도 사실 연간 주유비 한두 번 아끼는 정도에 불과하다.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인테리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 인테리어. ⓒ데일리안 박영국 기자

이런저런 장단점이 있지만 연비 게이지를 보거나 주유 횟수를 이전 차와 비교해보며 따져본다면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크게 부각될 것 같다.


약 300km의 시승 구간 중 고속도로가 절반에 못 미쳤고, 나머지는 시내도로였으며, 최종 연비는 19.3km/ℓ가 나왔다. 특히 고속도로보다 시내도로에서 연비가 더 좋았다. 시내주행만 따로 측정했다면 20km/ℓ를 크게 상회했겠지만, 고속도로에서의 급가속으로 인한 연료손실이 평균을 깎아먹었다.


쏘나타 하이브리드 가격은 기본트림 2754만원, 최상위 트림 3579만원으로, 기본트림 기준 2.0 가솔린(2386만원)보다 368만원 비싸다. 구매시 및 운행시 각종 세제혜택과 연료비 절감 효과 등을 감안하면 운행이 잦은 이라면 1~2년 내에 회수할 수 있을 정도의 가격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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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국 기자 (24p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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