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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의 혜윰]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가 불행한 시대


입력 2020.09.29 07:00 수정 2020.09.28 17:18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점점 선명해지는 '임대인 대 임차인' 대립구도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주택임대차보호법 후폭풍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지금 정부는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분열정치를 지속하고 있다. ‘있는 자’와 ‘없는 자’를 양분해, 있는 자의 양보를 강제하고 있다.


양보의 미덕은 지금 같은 위기 상황에 무엇보다 중요하고 또 절실하다. 허나 양보는 자발적일 때 빛을 발한다. 양보를 강제하면 그것은 빼앗는 것과 다르지 않다. 수많은 문제점이 따라오기 마련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임대인 대 임차인이라는 대립구도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대부분 국민 자산의 80%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 대립구조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지난 24일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제적 위기를 겪고 있는 상가임차인 보호를 위한다는 명목이다.


6개월 동안 월세를 내지 않아도 건물주가 계약해지를 할 수 없게 하거나, 세입자가 임대료 감액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모든 임대인들이 6개월 치 월세를 받지 않아도 생활이 가능할 만큼 넉넉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당장 대출이자나 생활비는 어디서 충당하느냐고 우려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임차인들의 경제적 위기 책임을 임대인이 져야 한다면, 정부 또한 임대인들에게 보유세 등 세금을 받지 않을 것이냐고 반문한다.


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두번째 전국민 조세저항 국민집회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등 참석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지난 8월 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두번째 전국민 조세저항 국민집회에서 6.17 규제 소급적용 피해자 구제를 위한 모임 등 참석자들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규탄하고 있다.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상임법을 둘러싼 임대인-임차인 논란은 지난 7월 마지막 날부터 시행한 ‘주택 임대차보호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 논란과 닮아있다.


유주택자는 강자, 무주택자는 약자라는 프레임에서 시행된 이 법안의 현재까지의 결론은 무주택자들을 더욱 갈 곳 없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 매매·전세 물량공급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전세는 씨가 말라 전세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세입자에 의해 유주택자 역시 길바닥으로 몰리는 상황들도 제법 발생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은 새로운 사회적 분열을 만들어 냈다.


상임법의 후폭풍도 예견된다. 시장에서는 최소 일 년 치의 상가 보증금이 오를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임차인 역시 마찬가지다.


정부가 막무가내로 분류한 ‘가진자’들은 묻는다. 임차인만 국민이고, 임대인은 국민이 아니냐고. 또 정부가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는 임차인들은 지금 행복하며 보호받고 있는 것이 맞냐고.

김희정 기자 (hjkim051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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