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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의 할많하당] 공모주 청약, '광풍' 아닌 '훈풍' 돼야


입력 2020.09.04 07:00 수정 2020.09.04 04:35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카카오게임즈 경쟁률 1524대 1, SK바이오팜은 323대 1 등 청약 광풍

물량제한에 1억원 당 5주, 12주 배정…"제도 개편해 투자소외 없애야"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지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및 상담을 하고 있다.ⓒ한국투자증권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 지점에서 투자자들이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 및 상담을 하고 있다.ⓒ한국투자증권

지난 2일 우리나라에는 두 종류의 강풍이 불었다. 하나는 9호 태풍 마이삭이 몰고 온 바람이다. 이 강풍은 인명·재산피해를 일으키며 국민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말 그대로 미친 바람(광풍·狂風)이었다. 또 하나의 바람은 국내 증권시장에 등장했다. 카카오게임즈 공모주에 급격히 쏠린 일반 투자자들의 청약 열풍 역시 하나의 광풍으로 부르기에 충분했다.


지난 1~2일 이틀 간 실시한 카카오게임즈 공모주 청약에 무려 58조5543억원의 증거금이 몰리면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역사를 새로 썼던 만큼 경쟁도 치열했다.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개인투자자의 쌈짓돈이 증권시장으로 몰리면서 1524.85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나타냈다.


공모주 광풍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 6월 23~24일간 실시된 SK바이오팜 청약은 323.02대 1의 경쟁률과 30조9899억원이라는 증거금을 기록했다. 또 다음 달 5~6일 공모주 청약을 준비 중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상장을 예고한 카카오뱅크 등은 광풍이 예상되는 후보들이다.


문제는 개인투자자에게 배정된 공모주 물량이 제한돼 치열한 경쟁이 자칫 소외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게임즈의 총 공모 주식수 1600만주 가운데 개인에게 풀린 물량은 20%인 320만주였다. SK바이오팜도 총 1957만8310주 가운데 19.99%인 391만5662주만이 배정됐다.


공모주는 경쟁률에 따라 청약 증거금을 많이 넣을수록 주식을 많이 배정 받는 구조다. 제한된 물량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발생하면 증거금 대비 받을 수 있는 주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에 이 같은 광풍이 "나만 뒤처지고 있구나"라는 의미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을 은근히 부채질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일 하루 동안에만 두나무가 운영하는 장외주식거래 사이트에서 334주에 달하는 카카오게임즈 주식이 7만5000원 이상의 가격에 거래됐다. 공모주를 주로 담는 공모주펀드 설정액도 3개월 새 1조5630억원이나 늘었다. 장외시장, 펀드 등 우회로를 통해서라도 공모주에 투자하고 싶은 열망이 발현된 것이다.


실제로 소액투자자는 청약 시장에서 소외되고 있다. 실제로 SK바이오팜에 1억원을 투자해 손에 쥔 주식은 12주에 불과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같은 투자금에 배정된 주식은 5주에 그쳤다. 애초 배정된 물량이 적은데 만약 한 사람이 20억원을 투자해 카카오게임즈 주식 100주를 가져가게 되면, 그보다 적은 금액을 투자한 사람은 주식을 손에 쥘 수 없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정을 고쳐 소액 청약자를 우대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복수 청약 계좌를 금지해 한 사람에게 쏠림 현상을 막겠다는 방침이다. 또 개인에게 배정된 공모주 20% 가운데 절반을 소액 청약자 우대나 추첨제 배정 등으로 바꿔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계획이다.


투자자가 시장에 관심을 가진다는 건 그만큼 시장이 건강하다는 증거다. 하지만 제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관심은 집착으로 변할 수가 있다. 물론 공모주에 대한 관심으로 다른 시장도 함께 건강해지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이 제한된 물량과 비대칭적인 경쟁구도가 지속된다면, '훈풍'이었던 관심이 '광풍'인 집착으로 남게 될 수도 있다. 이에 금융당국이 공모주를 향한 투자자의 관심이 사그라지지 않게 해줬으면 한다.

김민석 기자 (kms10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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