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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빚 보증만 50조…코로나發 리스크 관리 '도마'


입력 2020.08.07 06:00 수정 2020.08.06 11:40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확정·미확정 지급보증 51.2조…1년 만에 4.2조 늘어

코로나19 여파로 위험 부담 확대…건전성 위험 점증

국내 4대 은행 채무보증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은행 채무보증 추이.ⓒ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국내 4대 시중은행들이 고객의 빚에 문제가 생겼을 때 이를 대신 책임지겠다고 보증한 금액이 1년 만에 4조원 넘게 불어나면서 5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와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하 코로나19) 여파로 경제적 어려움이 커지면서 이 같은 지급보증을 둘러싼 우려도 커지는 모습이다. 은행들이 수수료를 벌어들이려는 욕심에 무리하게 보증을 확대하다 자칫 재무 건전성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신한·KB국민·우리·하나은행 등 4개 은행들의 확정·미확정 지급보증은 총 51조2359억원으로 1년 전(476조839억원)보다 8.8%(4조1520억원)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급보증은 표현 그대로 보증을 해준 고객이 돈을 갚지 못하게 됐을 때 해당 은행들이 이를 대신해 상환해주겠다고 약속한 돈을 의미한다. 은행은 주로 신용장 거래를 비롯한 각종 무역거래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차입하려는 기업이 담보로 사용할 수 있도록 지급보증을 해 준다. 이에 따라 무역 거래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업이 부도를 냈을 경우 지급보증을 한 은행이 돈을 변제하게 된다.


은행별로 보면 우선 하나은행의 지급보증이 같은 기간 13조8300억원에서 14조5037억원으로 4.9%(6737억원)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역시 13조9602억원에서 14조4142억원으로, 우리은행은 11조1969억원에서 12조1992억원으로 각각 3.3%(4540어원)와 9.0%(1조23억원)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국민은행의 지급보증도 8조968억원에서 10조1188억원으로 25.0%(2조220억원)나 증가했다.


은행들이 위험을 감수하고 지급보증에 나서는 이유는 수수료 수입에 있다. 별도의 자금 집행 없이도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은행들에게 적잖은 메리트다. 그러나 보증인을 대신해 돈을 갚게 된 이후 담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면 손실은 고스란히 은행의 부담이 된다.


아울러 저금리 기조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은 은행들 입장에서 수수료 수익을 더욱 포기할 수 없는 배경이 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빠르게 낮아지면서 이익의 핵심인 이자 마진 축소가 불가피해지고 있어서다.


한은은 올해 3월 코로나19 여파가 본격 확대되자 임시 금통위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에서 0.75%로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이른바 빅 컷을 단행했다. 이어 지난 5월에도 0.25%포인트의 추가 인하가 단행되면서 한은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치를 다시 한 번 경신한 상태다. 우리나라 기준금리가 0%대에 진입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문제는 지급보증의 핵심 차주들인 기업들의 빚 상환 여력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는 점이다.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수록 채무보증에 따른 은행들의 부담도 늘 수밖에 없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은행들의 주요 지급보증 대상인 국내 기업들의 자금력이 악화되고 있는 현실은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실제로 지난 6월 자금사정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0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한파가 몰아치던 2008년 12월(65)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자금사정에 대해 기업이 인식하고 있는 전망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치인 100보다 낮을수록 이를 비관적으로 여기고 있는 기업이 낙관하는 곳보다 많아졌다는 뜻이다.


더불어 올해 2분기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3.3% 감소하며, 지난 1분기(-1.3%)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것은 최근의 불황을 상징하는 측면이다. 이 같은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한파가 몰아 닥쳤던 1998년 1분기(-6.8%) 이후 22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고, 이로 인해 경기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기업 대출의 건전성에 대한 염려도 확산되고 있다"며 "금융사로서는 채무보증을 과도하게 늘리기보다 리스크 관리에 좀 더 초점을 둘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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