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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발 금융허브 쟁탈전 가열…금융당국 장기 프로젝트 가동


입력 2020.07.17 13:00 수정 2020.07.17 13:0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당국신뢰도-금융규제-법인세 문제 어떻게 푸느냐 관건

서울 금융경쟁력 33위 경쟁도시에 밀려 "존재감 살려야"

서울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 ⓒ데일리안 서울 여의도 금융가 전경(자료사진) ⓒ데일리안

홍콩의 동북아 금융중심지 위상이 흔들리면서 국내의 금융 경쟁력을 높여 동북아 대표 금융허브 자리를 노리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홍콩을 떠나려는 금융기관을 서울이나 부산으로 끌어오겠다는 것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08년 '금융 중심지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3년 단위로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을 수립해왔다. 지난 12년 간 아시아 금융 허브로 도약을 위해 꾸준히 노크해온 셈이다.


올해 5차 기본계획안의 목표는 금융산업의 국제적 역량 제고를 통한 기회 창출을 잡았다. 계획안에는 핀테크가 각광받는 국내외 금융 환경을 반영했다. 금융위는 "핀테크 서비스에 유리한 사업 환경 조성이 국제적 금융중심지 역할 수행에 중요한 과제로 부각됐다"고 설명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지난 16일 금융중심지 추진위원회에서 "금융중심지 전략은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장기적인 시각에서 긴 호흡을 갖고 흔들림 없이 추진할 때 지금보다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전을 시사했다.


아직까지는 뚜렷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서울이나 부산이 '포스트 홍콩' 자리를 꿰차기엔 역부족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울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긴 어렵더라도 이번 계기에 시스템을 정비하고 존재감을 높이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외국계 금융회사 국내 진출의 걸림돌로는 세제 부담과 노동규제, 정부의 관치금융 등이 꼽힌다. 정부는 최근 국내에서 진출한 외국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비공개 수요 조사를 했는데, '주52시간 근무제를 지키는 게 불가능하다'는 등 부정적인 의견이 쏟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법인세도 한국 진출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한국의 최고세율(2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23.4%)을 웃도는데다 경쟁국인 싱가포르(17%) 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고질병인 관치는 외국계 금융사에게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의 불확실성이다.


국내에서 영업 중인 외국계금융사 관계자는 "본사에서 보는 한국금융시장은 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휘둘리는 예측불가 시장"이라며 "국내 금융사에 비하면 외국계 은행이나 보험회사 등은 금융당국의 '갑질'에서 자유롭지만, 여전히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게 작용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국내 영업 외국계 금융회사 수는 지난 2016년 168개에서 2017년 165개, 2018년 163개, 지난해 162개로 감소 추세다. 미국 JP모건자산운용을 비롯해 영국 바클레이즈 등 글로벌금융사들이 하나둘 짐을 싸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금융시장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이 올해 3월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GFCI)에 따르면 서울은 세계 108개 도시 가운데 33위이고 부산은 51위에 그쳤다. 한국경제의 규모나 경쟁력에 비하면 금융실력은 뒤처지는 수준이다. 더욱이 서울은 2015년 9월 세계 6위까지 올랐지만 5년 만에 30위권 밖으로 뒷걸음질 쳤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장이 국제적인 금융허브가 될 수 있는 요건인 '풍부한 금융비즈니스 기회', '합리적이고 법체계'는 충족하지만, 외국계 금융에서 '법체계의 엄정한 실행'에 의문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법은 잘 되어 있지만 상황에 따라 행정지도 등 정부의 개입이 종종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불확실성을 가장 싫어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은 위원장은 "지난 20여년의 노력에도 아직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는 길은 험난해 보인다"며 "법인세, 소득세 등 세제 부분에서 특혜를 준다면 외국 금융기업들을 끌어들일 수 있겠지만 국민 감정상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 창의적인 방법으로 유치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불투명한 금융규제 지적은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며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금융규제 감독상 투명성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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