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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여당'에 구체화되는 국책은행 지방 이전…임직원 냉가슴


입력 2020.07.14 06:00 수정 2020.07.13 17:28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산은 원주·수은 부산‧기은 대전 등 지역까지 거론돼 '좌불안석'

여당 '밀어붙이기' 예상되자 3대 국책은행 "경쟁력 하락 우려"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공공기관 지방이전 문제가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 공기업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금융산업의 특성상 금융당국과 시중은행 본사, 주요기업 등이 몰려 있는 서울에서 밀착관리가 필요한데,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의 지방이전 논의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에선 부처이관을 추진하는 법안을 준비하는 등 지방이전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어 국책은행들은 좌불안석이다.


금융공기업들은 민주당이 지난 총선 공약으로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를 약속한 바 있어 정치적 논리에 따라 이삿짐을 싸야할 상황에 처했다.


지난달에는 최인호 민주당 의원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것을 방지하는 내용의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여당 내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내세웠던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계승해 매듭지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작용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176석의 의회 주도권을 쥔 여당이 의욕적으로 지방이전 이슈를 띄우고 있어 국책은행의 지방 이전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보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기관 별 이전 지역까지 거론되면서 불안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선 산업은행은 원주혁신도시, 수출입은행은 부산 BIFC, 기업은행은 대전 등으로 각각 이전한다는 내용의 소문이 돌았다.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은 관련법의 개정이 필요한 사안으로 단기간에 이뤄질 일은 아니라는 원론적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검토되지 않은 소문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이 법안을 밀어붙이면 금융권은 그대로 따라야할 수밖에 없다. 유통·제조 등 다른 업권에 비해 대(對)정치권 로비력도 빈약한 수준이라 속수무책이다.


이에 국책은행들은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치적 계산법에 따라 추진되는 지방이전은 졸속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금융공기업 이전 관련 논의 수준이 지방에 주는 선심성 혜택정도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금융공기업들은 노조의 거센 반발을 지렛대 삼아 지방이전을 저지하겠다는 구상이다. 국책은행 경영진은 정부여당의 정책에 반대 목소리를 내기 어렵지만, 노조와 무언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미 금융노조는 지난 5월 국책은행 지방이전 저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산업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의 지방이전을 막겠다며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이들은 "금융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금융 중심지를 늘리는 것은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며 "지방 이전을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책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지방으로 가기 싫다는 떼쓰기로 보면 안된다"면서 "금융당국은 물론이고 다른 금융기관과 협의를 해야 하는데, 회사는 지방에 있고 사람은 서울에 있는 모순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관계자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한 뒤 전문 운용인력을 찾지 못해 어려워하는 것을 보지 않았나"라며 "인력 이탈로 인한 경쟁력 저하를 시작으로 국책금융기관의 전문성이나 효율성이 떨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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