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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사태에 금융당국 벼르는 정치권 '감독체계' 수술대에


입력 2020.07.10 06:00 수정 2020.07.09 21:14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금감원 견제론에 금융위 해체론까지 "이번엔 제대로 뜯어고친다"

발등에 불 떨어진 금융당국…'선무당이 사람잡아' 부정적 시각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전경(자료사진)ⓒ데일리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있던 금융감독체계 개편론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로 금융당국의 부실한 관리‧감독 문제가 지적되면서 현행 금융감독 체계를 뜯어고치자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독점적 감독체계를 견제하는 시스템을 만들자는 의견부터 아예 금융위원회를 해체하자는 법안까지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 입장에선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야당을 중심으로 금감원의 독점적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 나오고 있다. 윤창현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7일 '독점적 금융감독체계의 문제점과 개편방향' 세미나를 열고 "최근 대형 금융사고들은 현행 감독체계 하에서 금융소비자 보호정책 피해를 반증하고 있는 만큼 감독당국이 결과에 책임지는 성숙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면서 "이같은 목표가 달성되지 못할 경우 감독체계 대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금융체계 개편론을 띄웠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금감원이 지나친 시장개입을 하면서도 금융사고는 사전에 막지 못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이며 금융산업 선진화와 금융시장 안정 도모라는 당초 설립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의 독점적 감독권한 오용으로 금융이 본래의 산업으로서의 역할보다 '정치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는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같은당 성일종 의원은 금융위원회의 정책 기능은 기획재정부로, 감독기능은 금감원에 이관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금융위에서는 "액셀(정책)과 브레이크(감독)를 한 사람이 밟아야 차를 안전하게 몰 수 있다"는 논리로 개편론을 방어해왔는데, 아예 엑셀과 브레이크를 모두 떼버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잇따른 펀드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원인"이라는 지적과 함께 권력 실세의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정치권력의 비호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반응도 나온다. 금융당국이 권력의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의혹이다.


최근 5000억원대 환매 중단 사태로 번지는 옵티머스 펀드 사건의 핵심인물인 이혁진 전 대표가 현 정권과 가까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라임 펀드 사건에도 권력자들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대형 금융사태 때마다 불거진 개편론 이슈에 긴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감독체계 논의가 제대로 이뤄질 것"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과거에도 굵직한 금융사태 때마다 금융당국 개편론이 부상했지만, 마땅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됐다.


매듭짓지 못한 논의 내용 가운데 한국은행이나 예금보험공사에 금감원 수준의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검사권한을 주는 방안도 재부상할 수 있다. 그동안 금융업계는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금감원의 독점적 감독‧검사 권한이 금융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감독 체계 개편과 함께 정치권력이나 금융회사와의 유착을 막을 수 있는 제도 개혁도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의 독립성을 한국은행처럼 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최근 펀드사태와 맞물려 고개를 들고 있다. 금융감독기관에서 퇴직한 후 일정 기간 유관 금융회사에 취업하는 것을 제한하는 규제도 현재 보다 더 강화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금융권에선 당국의 감독체계 개편 필요성이 공감하면서도 정치권의 목소리에 따라 성급하게 진행되는 것은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이미 문재인 대통령은 금융정책과 감독을 분리하는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지만, 장기 과제로 밀리며 정권 후반기까지 유야무야인 상태다. 거대 여당의 힘을 빌려 밀어붙일 수도 있지만, 최근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 권력형 금융게이트로 비화될 수 있는 이슈로 인해 정치적 의도를 의심 받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론에 휩쓸려 성급하게 만들어진 법안이 어떤 부작용을 낳는지 대부분 아실 것"이라며 "감독체계 개편 논의는 이번 기회에 진지하게 이뤄져야 하고, 정치권에선 답답하시더라도 차분히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데 정치권에서 금융정책을 낸다고 하면, 당국은 긴장하는 정도지만 금융사들은 휘청거리게 된다"면서 "탁상공론이 벌어지지 않도록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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