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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터지는 펀드사태…금융당국 규제 강화 카드 만지작


입력 2020.07.07 05:00 수정 2020.07.06 22:20        이충재 기자 (cj5128@empal.com)

사모펀드 투자 최소금액 1억원에서 3억원으로 강화 개정안 추진

금융권 "투자금액 허들 높인다고 '제2 라임사태' 막지 못해" 지적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가 2019년 10월 서울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연기 관련 기자 간담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에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지난 2015년 완화했던 규제 문턱을 다시 끌어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모험자본 활성화와 사모펀드 대중화를 명분으로 내세웠던 '펀드 규제완화 기조'를 스스로 뒤집고 있는 것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법제처는 현재 일반 투자자의 사모펀드 투자 최소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높이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을 심사하고 있다.


이는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방안'을 토대로 지난 1월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데 따른 것이다. 해당 개정안은 법제처 심사를 마치면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 시행령이 공포된 뒤 시행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일반 투자자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한국형 헤지펀드)에 투자할 때 최소 3억원 이상(레버리지 200% 이상 펀드는 5억원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손실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큰손' 투자자만 뛰어들라는 의미다.


아울러 개정안은 펀드 기초·운용자산과 손익구조의 유사성을 기준으로 펀드의 동일성 여부를 판단한다는 점도 명확히 하면서 공모규제를 한층 강화했다. 규제가 엄격한 공모펀드를 쪼개 사모펀드로 판매하는 꼼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관련 규제를 2015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것만으로 펀드사태를 막을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벌써부터 투자 최소금액 상향 조정으로 진입 장벽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사모펀드는 49인 이하의 소규모의 투자자가 모여 자금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로 투자자 한 명당 억대 이상의 자금이 투자되기 때문에 자산가들이 주로 모집대상이 된다. 최근 펀드시장에선 초저금리 시대에 돈 굴릴 곳이 없었던 은퇴자를 비롯한 현금 부자들이 사모펀드에 뛰어드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5억원 이상을 투자할 수 있는 자산가를 모두 '손실 감내 능력이 있는 투자자'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최근 문제된 사모펀드에 5억원 넘는 금액을 가입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 가운데 퇴직금을 털어 넣은 중산층이나 부모의 교통사고 사망 보상금을 모두 투자한 서민층도 있었다.


이에 금융당국도 2015년 수준으로 회귀하는 규제강화가 핵심 대응방안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자칫 사모펀드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한 규제완화가 펀드사태를 부른 정책 실패라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형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모펀드 진입장벽을 높이는 방안과 관련해 "국회와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공을 정치권으로 넘겼다. 은성수 금융위원장도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며 투자자들에게 일부 책임을 돌리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이미 금융당국이 운용사 설립 최소 자본금 기준을 2015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낮추면서 전문사모운용사는 20개에서 올해 225개로 늘어난 상황이다. 사모펀드에 몰린 돈은 2015년 약 200조원에서 지난해 말 기준 412조원으로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대응방안을 뒤늦게 마련 중이지만, 물은 이미 엎질러진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당장 제3, 제4의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걱정해야 하는 시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은 "보다 적극적인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소비자 피해를 해결하고 향후 발생할 문제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투자자가 아니라 사모펀드 운용사의 진입 규제를 강화하면서도 투명한 운용과 당국의 촘촘한 관리가 가능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벌어진 상황을 2015년으로 돌린다고 수습되지 않는다"면서 "모든 투자자들은 공짜점심을 원하게 마련이다. 그래서 투자자쪽에 초점을 맞추기 보다는 전문성이 부족하거나 불안정한 운용사를 거를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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