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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근의 되짚기] 최저임금 인상의 희생양이 된 자영업자들


입력 2020.07.06 07:00 수정 2020.07.05 20:03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한 달 수익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편의점 점주들의 눈물

인건비 부담에 증가하는 ‘나홀로 사장님’…다음 단계는 폐업, 자영업 몰락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연합뉴스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직원이 기지개를 켜는 모습.ⓒ연합뉴스

“새벽에, 주말에 가족들까지 동원해 일을 해도 월급 주는 알바보다 못 버는 점주입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벼랑 끝에 몰린 자영업자들은 누가 살펴주나요.”


노동계의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요구에 유통업계가 들끓고 있다. 특히 24시간 매장을 운영하는 편의점의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이 인상될 경우 '볼복종 운동'도 감행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주 절반 이상이 월 최저임금의 절반 밖에 벌지 못하고 있다. 전체 편의점의 20%는 인건비와 임대료조차 지불할 수 없는 적자 점포다.


3년간 30% 이상 급격하게 오른 인건비 탓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점주는 물론 가족들까지 동원해 매장을 운영해도 알바 보다 못하다는 하소연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부터는 주휴수당·시간을 최저임금 산정기준에 포함하는 최저임금 시행령 개정안이 적용되면서 부담이 더 커졌다. 주휴수당과 야간수당, 4대 보험까지 포함할 경우 점주 입장에서는 이미 시간 당 인건비가 1만원을 넘어선다는 설명이다.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될 경우 가맹점주의 실 부담액은 30~40% 높은 1만3000~4000원 수준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인건비 부담이 높아지다 보니 주당 근무시간을 15시간 밑으로 제한하는 이른바 ‘쪼개기 알바’도 늘고 있다. 주휴수당과 4대 보험 비용을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결국 근로자의 더 나은 삶은 위한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의 질을 떨어뜨리는 악순환 고리로 변질된 셈이다. 임금을 주고 근로자를 고용하는 점주도 부담이 높아지고, 일자리를 찾는 청년, 중장년층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알바 보다 못한 월급을 받는 사장님들이 늘고 있다는 것은 고용 측면에서도 대단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년 전 보다 20만명이나 줄었다. 뒤집어 말하면 종업원이 없는 ‘나홀로 사장님’이 20만명이나 늘었다는 소리다. 국내전체 자영업자 가운데 4명 중 3명이 ‘나홀로 사장님’이란 통계도 있다.


‘나홀로 사장님’의 다음 단계는 폐업이다. 버티다 못해 매장 문을 닫으면 일자리와 함께 경제의 실핏줄로 불리는 자영업자도 몰락할 수 밖에 없다.


경기 침체를 비롯해 업종 간 경쟁이 심화되고 올 들어서는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를 비롯한 경제계와 노동계 국민 모두가 힘겨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내 상황이 편안해야 양보할 마음도 생기기 마련이다. 하지만 근로자와 사업주가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있는 상태에서 어느 한 쪽이 무너질 경우 제대로 된 경제 순환에 문제가 생긴다는 점은 분명하다.


공정한 경쟁을 지향해야 할 정부와 정치권이 오히려 기울어진 운동장을 조장하고 있진 않은 지 돌아볼 때다. 그 대상이 경제계든 노동계든 한 쪽에만 쏠리면 갈등을 피할 수 없다.

최승근 기자 (csk348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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